한국 드라마 이야기/최고의 사랑

최고의 사랑,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나라의 눈물

Shain 2011. 6.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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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볼 수 없었던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마지막회를 3회 앞둔 드라마 '최고의 사랑(최고사)'은 주인공 독고진(차승원)의 위기와 구애정(공효진)의 위기가 맞물려 드라마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심장수술을 받으면 살아날 수도 있지만 죽을 지도 모르는 독고진은 죽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구애정에게 주고 죽겠다고 하고 한미나(배슬기)를 지키기 위해 모든 누명을 덮어쓰기로 작정했던 구애정은 장실장(정만식)과 강세리(유인나)의 음모 때문에 한번 더 비난을 받게 됩니다.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원시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유독 구애정 만 사냥감이 되어 그들의 화살을 그대로 맞고 있습니다. 기획사 문대표(최화정)의 말처럼 아빠와 오빠가 사업에 망해 소녀가장이라는 속사정, 강세리 때문에 한미나가 아팠던 것, 해체의 원인은 애정 때문이 아닌 미나 때문이란 걸 모두 밝히면 시청자들은 한순간에 구애정의 팬이 될터인데 구애정은 가족과 친구를 팔아 연명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독고진도 처음 자신이 윤필주(윤계상)의 만년필을 던져버려 화가난 구애정이 피켓을 들고 덤벼들자 남들의 눈이 무서워 구애정을 과격한 여자로 만들고 벗어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구애정에게 덮어씌운 강세리는 톱스타입니다. 그 세계의 법칙은 어떻게든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 살아남는 것이지 구애정처럼 인정많게 모든 걸 덮어쓰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윤필주의 어머니(박원숙)를 인터뷰하여 가십을 터트린 기자에게 진실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윤필주의 말대로 구애정이 속한 세계는 일반인들에겐 자주 문이 열리지 않는 '이상한 나라'고 필주는 대마왕에게 잡힌 니나를 구해내듯 구애정의 손을 잡아 끌고 나왔지만 대마왕이 불쌍하다며 다시 그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 구애정은 전보다 더욱 괴로워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생존법칙이 존재하는 연예계, 마치 만화같은 그곳의 비밀 때문에 윤필주는 현규(양한열)의 말대로 명탐정 코난 노릇도 해야합니다.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과 안에서 겪는 입장은 그렇게 다른건가 봅니다.



독고진의 심장발작은 점점 다가오는데

TV 안에서 보여지는 한 연예인의 이미지와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언론이나 시청자나 항상 명심해야할 것은 그들이 왈가왈부하는 한 연예인 이야기는 TV 밖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굳이 자신의 진심과 사생활까지 상품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면 연예인 본인도 그렇게 분리해두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길입니다. 물론 그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행동 때문에 비난을 당하는 연예인도 종종 있긴 합니다만 극중 구애정처럼 '이미지'와 '오보'에 휘둘려 비난을 받는 케이스도 없잖아 있을 것입니다.

구애정을 불행하게 만들고 또 서른일곱 독고진의 첫사랑을 눈치보게 만든 연예계의 생리.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되는 게 항상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공개하지 못하고 수술받는 순간에도 연인을 대신해 기자들과 수술을 해야하는 독고진의 처지는 '미스터 틱톡의 연인'의 한장면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드라마틱하네요. 언론은 그가 죽느냐 사느냐 보다 그의 사랑을 받고 남겨질 연인이 누구냐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두 사람의 약간은 처량한 데이트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이트가기 위해 핸드폰을 끄고 아무도 없는 논길을 따라 걸으며 물막이 위에 앉은 그들, 날카로운 사람들의 시선을 피했음에도 뜨거운 햇빛은 피하지 못하고 그 시골에도 독고진을 알아보며 사진 찍어달라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남들의 눈을 피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기로 한 구애정의 눈물, 수술을 앞두고 구애정을 보고 싶어하는 독고진의 눈물은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드라마 속에선 TV 안에서 빛나는 사랑을 하던 커플이 있었지요. 바로 강세리와 독고진 커플입니다. 남보기에 그보다 더 다정할 수 없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이던 그들은 사실 냉정하고 비릿한 가짜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남보기에 절대 어울릴 것같지 않던 독고진과 구애정의 사랑은 이렇게 진솔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사랑'이라는 것. 이상한 나라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가릴 것 많고 걱정할 것 많은 30대의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구애정의 두근두근이 필요해진 독고진

스무살 때에는 남들 눈에 신경쓸 것없이 맹목적으로 사랑에 뛰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팬들의 인기 그런 것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치지만 아픈 심장을 가진 독고진처럼 평생에 단한번 할 수 있었던 탑스타, 구애정처럼 자신만 보고 사는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사람들은 모든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젊을 때 만나 사랑하지 않고 무얼 했던가 후회해봤자 받아들여야하는 사랑의 무게가 줄어들거나 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한편으론 또 그렇습니다. 이미 행복한 한미나도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 구애정의 희생을 부탁하고 탑스타인 강세리도 구애정의 뒤에 숨어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데 이미 치일 만큼 치인 구애정은 왜 자신의 행복을 사수하지 못하는 걸까요. '너무 착해서'라기엔 독고진의 안타까운 마음이 안됐고, 현규나 구애환(정준하), 구자철(한진희)의 슬픔도 만만치 못한데 한번쯤은 '최고의 사랑'을 위해 포기할 수는 없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비호감 연예인으로 산다는게 무슨 뜻인지 알기에 강세리나 한미나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리고 싶진 않겠지만 때로는 철든 사람의 대응치고는 대책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상한 나라 폴의 버섯돌이 강세리일까

윤필주의 캐릭터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정말 '만화'같은 인물이라 그런지 안경쓴 모은 코난 구애정을 보호하려 애쓰는 모습은 '이상한 나라의 폴'과 비교됩니다. 한미나와 구애정, 강세리 사이에 모종의 비밀이 있다는 걸 알아낸 것처럼 한미나를 찾아가 구애정 뒤에 숨는다며 비난하는 한필주는 정말 애정을 구해줄 수 있는 전사가 될 것인가. 독고진의 심장 수술, 국보소녀 해체의 비밀이라는 굵직한 과제가 남겨진 가운데 윤필주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이상한 나라의 폴'이란 애니를 보면 버섯돌이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 버섯돌이가 대마왕의 수하로 각종 못된 짓을 도맡아하는 끄나풀로 자기만 알던 버섯이었는데 이후 폴의 도움을 받고 개과천선해 대마왕을 물리치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지금 구애정이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길 원한다면 한미나나 강세리 둘중 한 사람이 국보소녀 해체의 비밀, 그 내막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겠지요. 미나도 미나대로 움직임이 있겠지만 사랑에 빠진 강세리도 몇가지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국보소녀의 제니(이희진), 미나, 세리, 애정 모두가 한팀이 되어 노래를 부를 땐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랑받는 연예인들이었는데 이제는 각자 지키고 싶은 것이 달라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소녀들이 어른이 되어 만드는 '최고의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미나는 결혼을 했고 세리는 필주에게 목매고 있고 구애정은 독고진과 눈물겨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우리의 '나쁜 여자' 제니는 구애환과 김재석(임지규) 사이에서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행운의 네잎클로버로 시작한 걸그룹답게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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