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흔들리는 테크노마트, 삼풍 백화점의 악몽

Shain 2011. 7. 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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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울음바다로 만들어버린 끔찍한 재앙, 1995년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전국민을 불안과 분노, 궁극적으로는 국가 기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엄청난 사고였습니다. 특히 부실한 건물 공사에 알게 모르게 협조한 많은 정부 기관 공무원들과 돈욕심에 안전 따윈 생각치도 않은 건물주의 탐욕이 두고두고 국민들의 화를 돋구던 그런 불행이었습니다. 국민들은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백화점으로 인식되던 그 화려한 건물이 속빈 강정처럼 쓰러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미스 리플리'는 묘하게 이 삼풍백화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극중 이화 역으로 출연중인 배우 최명길이 당시 화려함과 부유함을 강조하며 강남 최고의 백화점으로 선전하던 삼풍백화점 CF에 등장했었습니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런 분위기의 매장과 당시 30대 중반의 전성기를 누리던 배우 최명길의 이미지가 알맞아 막연하게 삼풍백화점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하던 CF였죠. 화려한 보석과 화장품, 의상 등이 인상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던 기억이 납니다.

화려함을 광고하던 삼풍백화점 CF 모델 최명길


그리고 극중 장미리의 모델이 되었던 신정아가 이 삼풍백화점 생존자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9시간 만에 구조된 신정아는 아직도 그때의 상처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극적인 상황에서 살아난 이후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고도 하죠. 1994년 아버지가 사망하고 1995년 그런 일까지 겪어 너무 힘들어지자 학위를 대신 따줄 사람을 구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신정아는 예일대는 분명 다녔고 학위 위조를 시도한게 아니라 졸업 논문 등을 대필해준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끔찍한 옛날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는 오늘 1998년 건설된 한 건물, 광진구 '테크노마트'가 또다시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1995년에 그렇게 끔찍한 사고가 났고 1998년에 건축허가를 내주었는데 같은 실수가 반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니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고 불쾌한 기억의 재현인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도 '건물 붕괴'의 위험을 만들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로는 건물주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7월 5일 오전, 테크노마트 프라임센터가 심하게 상하로 흔들려 수백명이 대피하고 광진구청은 정밀 안전점검이 끝날 때까지 최소 3일 이상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원인을 두고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나 '붕괴' 가능성은 아직까지 발표된게 없습니다. 삼풍백화점의 악몽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며 영화 관람 등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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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붕괴된 삼풍백화점 현장


현재 광진구청도 광진구청이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소방방재청장 주재 하에 테크노마트 건물 진동 관련 긴급 상황판단 회의를 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광진구청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육안검사 등 정밀 진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5일 저녁엔 '테크노마트 흔들림 악화 안될듯'이란 기사가 연합뉴스발로 올라왔습니다(관련 기사 : "테크노마트 흔들림 악화 안될듯" 잠정진단).

기사 내용을 인용하자면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흔들림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건물 상태가) 더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광진구 부구청장의 인터뷰로 보아 오늘 안에 출입을 재개하도록 허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삼풍백화점 역시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가 무너졌다며 이런 기사에 불신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상하 진동은 기반침하를 비롯한 보이지 않는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데 성급한 진단으로 후환을 부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구청의 발표를 믿을 수 없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삼풍백화점 때도 뇌물을 받고 건물 안전에 아무 이상이 없노라 검사해준 사람들이 공무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서 건물 설계를 변경할 때도 안전진단 검사를 할 때도 모두 무사통과시켜준 공무원들이 참사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안전하다거나 아무 문제없다는 그런 반응은 나와서 안된다는 점에 모두 동감하고 있습니다.

1998년 건설된 테크노마트. 엄청난 규모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그렇습니다. 삼풍백화점을 무너지게 만든 원인은 '돈'이었습니다. 백화점 소유주가 이익을 더 얻고자 함부로 건물을 변경하고 추가 구조물을 설치했고 공무원은 돈을 받아먹고 그를 눈감아주었습니다. 그때처럼 지금도 이 '흔들림'을 경제논리에 이끌려 안일하게 판단하는 건 아닌지 사람들은 그 부분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달이 걸리든 두 달이 걸리든 원인 파악이 끝나고 난 뒤에 출입을 재개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도 간간이 '영화관 때문에 흔들렸을 수도 있다(프라임산업 박흥수 사장)'라던가 사람들이 소동 때문에 흔들리는 기분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등 경제 논리에 휩쓸려 이번 문제를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넘기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참고기사 : 테크노마트 흔들림은 "영화관 진동 일수도"). 삼풍백화점 사고 때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돈돈'거리던 백화점 소유주의 악몽이 떠오르려 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자세한 기사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오늘 오전 건물이 흔들릴 당시의 상황을 들어 보면 건물의 흔들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위아래로 흔들린 일이 몇차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오늘 10여분 동안 진동이 있어 대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관련뉴스 : 재구성해본 테크노마트 '진동' 당시 상황). 자세히 알아보니 건물을 세운 곳이 매립지 주변이라 지반이 붕괴했을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아래 진동은 심상치 않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인 듯합니다.

오늘처럼 회사가 소유한 건물에서 이용자를 강제 대피시킬 수 있는 건 시민의 안전을 위해 강행할 수 있는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한 것입니다. 안전 검사와 안전 조치를 취한 후에야 테크노마트는 정상영업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아까워도 테크노마트는 순간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최선으로 최대한 기다려야 합니다. 구청 역시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기사를 흘릴 게 아니라 한점 의혹 없는 안전 진단으로 시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입니다. 삼풍백화점같은 '똑같은 참사'가 반복되느냐 아니냐는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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