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사람사는 세상, 온라인에서 노무현을 꿈꾸다

Shain 2011. 5. 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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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시간 정말 빠르게 흘러갑니다. 2년전에 어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안타까워하고 서글퍼했던 기억도 잠시,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버렸군요. 2009년 한해에 두 명의 대통령을 한꺼번에 잃어 허탈해했던 마음도 잠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사대강 사업 등에 반발하던 분위기도 잠시, 사람들은 정신적인 구심점을 잃은 듯 점점 더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저는 하여튼 차마 그 두 분의 추모 배너를 뗄 수가 없더군요.

최근 배우 김여진이 '전두환'에 대한 발언으로 이런저런 욕설을 들었고, 아고라를 비롯한 각종 게시판에는 '김여진 공격령'이라도 내린 듯 비난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읽고 있기 아찔하다 싶을 정도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전두환은 학살에 대한 책임(내란죄)으로 사형을 언도받은 인물이고, 그 이외에도 비자금 등의 문제로 2천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갚아야하는 인물이지만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타고나길 뻔뻔하게 타고난 것인지 '학살자'라는 상식적인 지목이 껄끄러운가 봅니다.


김여진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각종 악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형언도까지 받은 전두환에 대한 언급,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한 대통령에 대한 추모, 그 모든 것이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들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그 마저 용납이 안되는 것일까 싶어 입맛이 쓰기만 합니다. 최근 '김여진'에 대한 글에 달린 글 중 하나는 김여진의 '소신'을 비웃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영국산 프락시를 쓰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고 있더군요.


맥락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이버 전사'라는 해괴한 용어가 등장한 게 몇년쯤 됩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테니 굳이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사이버 전사'들과는 반대로 인터넷 세상, 즉 블로그나 홈페이지 혹은 SNS를 통해 또다른 꿈을 꾸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 평등하게 이야기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온라인에 대한 꿈을 꾸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사람이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이었지요.



'사람사는 세상'은 본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 홈페이지

2009년 이후로는 마음이 갑갑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였던 '사람사는 세상'을 거의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링크가 걸려 있긴 하지만 보기만 해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억이 떠올라 그닥 즐거운 기분이 들지는 않습니다. 분향소를 찾는 기분으로 다시 찾아본 '사람사는 세상'엔 각종 추모 공연과 사진전, 그리고 후원 행사 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노무현 재단'의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식, 그의 다음 대통령이 그와는 정반대의 노선을 걷는 사람이기에 불안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는 깔끔하게 봉하마을로 향했고 그곳에서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전부터 여타 다른 대통령 후보들과는 다르게 인터넷 사용에 능하다는(하는 시늉만 하는게 아니라요) 평가를 받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서 이런 저런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열성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갔지만 그는 그가 바라던 세상도, 지지자들이 바라던 세상도 분명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완전한 정치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건 국민의 힘으로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까닭이라 봅니다. '투표하라'며 입발린 소리를 하거나 '20대는 투표하지 말라'는 속보이는 의견을 내놓는 정치인들, 그들은 정치를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은 절대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주제이길 원합니다.

'오월은 노무현입니다' 추모 행사가 펼쳐지는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


그런 그들 앞에 대중이 대통령을 만들 수 있고, '생활정치'란 이름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것, 그 의견을 개진하던 곳이 바로 '사람사는 세상'이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살아 있고 그대로 게시판이 유지되었다면 정치 담론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멋진 공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 진짜 아고라(Agora)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제 짧은 기억으로 그의 철학이나 가치관, 그리고 미래에 꿈꾸었던 대한민국을 모두 담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관용의 태도를 보이라 했지만 원칙을 넘어선, 상식을 넘어선 행위에는 분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만의 '사람사는 세상'에서 지금처럼 가치관에 어긋나는 정책을 일삼는 정부가 탄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 생각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뜻대로 움직이는 정치인을 탄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묻고 싶었지요.

대중들과 '친근'하다는 표현은 오뎅먹기로 표현되고 '소통'이란 용어가 일방적인 '알림' 수준으로 다시 전락하고 있는 요즘 진정한 소통과 타협의 본보기가 되어줬으리란 기대 저는 아직도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이제는 누가 있어 홈페이지에서 또는 SNS에서 직접 소통하는 전직 대통령, 온라인의 미래를 걸 수 있을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좀전 기사를 보니 김여진이 다시 '노무현 전대통령이라면 파워트위터리안 되셨을 듯'이란 발언을 한 모양인데 제 생각 역시 그렇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저는 아직도 노무현 방식의 소통이 그립습니다.



각종 추모 행사를 보며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쓰려하지만, 우리 나라 정치의 아픈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최초로 등장한 '상식적인' 대통령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서글픈 감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민중 중심의 민주주의에서 점점 더 후퇴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착각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추도 문화제에 참석하고 봉하마을을 밟았다고 하는데 그는 꽤 오래동안 국민들에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노란 물결의 추도 행렬이 멈추지 않는 한 그의 염원은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와 '봉하 마을'홈페이지의 노란색처럼 다시 환영하는 노란 리본을 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인 입장, 그런 것 모두 다 떠나서 정말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많은 대통령들이 자리에 올랐다 죽어갔지만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었던 대통령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하신 분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현 정치인들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년을 맞아 감히 그의 이름을 입에 담는 사람도 있고 그의 후광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감히 그렇게 이용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각종 추모문화제, 콘서트, 사진전시회 등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나의 불운한 대통령, 안타까운 대한민국을 떠올리며 한번쯤 그를 기억해주는 것이 어떨까 싶은 그런 오늘이네요. 오늘 오후 2시에는 묘역 앞에서 공식 추도식이 있다고 합니다. 마음 만이라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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