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기자와 배우, 누구의 '사적인 감정'을 옹호할까

Shain 2011. 6. 25. 07:32
728x90
반응형
최근에 배우 김민준의 트위터에 욕설이 올라왔단 글을 읽고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팔로워가 만명이 넘는 배우가 공개적으로 그런 일을 해도 되나 싶어 갸웃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인'이란 표현은 무리가 있어도 일단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개된 사람들이다 보니 본인에게도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여겨졌습니다. 평소 트위터 글을 솔직하게 쓰는 편인 연예인들은 언제든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기 일수입니다. 더우기 김민준의 글처럼 펜대를 쥔 기자를 겨냥하는 글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바퀴벌레 일가족을 몰살(?)하고 '난 벌받을거야' 하는 글도 그렇고 어린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들어지는 원두커피의 진실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도 그렇고 평소 잘 몰랐던 김민준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고 다방면에 취미를 가진 특이한 배우였습니다. 어제까지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기자를 무조건 매도하진 말자'는 뉘앙스의 글도 올렸고 조금전 새벽 여섯시경에는 나는 기자에게 '공식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글도 달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자세한 사건의 내용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6월 25일 오전 올라온 김민준의 트위터 / 삭제된 상태입니다.

어제까지 올라온 김민준의 트위터 글


기자와 배우의 공통점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한다는 점입니다. 공인은 아니라도 확실한 건 둘 모두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들입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양쪽 모두 트위터와 기사를 통해 자신들의 '사적인 감정'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김민준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언급된 특정 기사를 두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기자들 역시 김민준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편집장 이하 다수의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펜대가 곧 칼'인 언론과 그 언론이 매도할 수 있는 김민준의 문제라는 점에서 일단 김민준의 편을 들어주는 쪽이 다수인 듯합니다. 평소 특정 연예인들을 길들이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기자'라는 편견도 있기에 이번 사태를 두고 감정적인 기사를 올린 기자 쪽에 더욱 비난 여론이 거세어졌습니다. 더군다나 OSEN의 편집장이 올린 기사의 내용이 김민준의 반응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감정이 격했습니다(관련기사: 김민준씨. 원톱 주연을 무시해 죄송합니다).

김민준의 트위터에 대한 OSEN 기자팀의 감정적인 대응


기자와 연예인은 공생관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대적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자신들과의 인터뷰를 '사생활 노출'이란 이유로 거부했던 이요원에게 기자들은 그녀의 약속 불이행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라며 비아냥대는 방식으로 응대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무조건 이요원 관련 기사에는 본문과도 상관없는 '아줌마'라는 제목을 달며 이요원을 괴롭혔던 것을 분명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순순하지 않은 연예인에게는 거침없이 공격 가능한 것이 기자라는 명백한 증거라 할 수 있겠죠.

김민준은 꾸준히 트위터에서 자신의 본뜻이 왜곡되서 전달되는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초반에는 자신에게 총공격을 하고 있는 OSEN 기자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지만 각종 재해석 기사와 네티즌들의 옹호글이 나오면서 그가 주장하고자 했던 뜻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 글로 올린 것은 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을 자신이 콘트롤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버리니 당황스러운 듯도 합니다.

OSEN 기사에 대한 김민준의 감정적인 반응


하긴 애초에 첫시작도 욕설이 담기긴 했지만 기자가 연기자들을 주연, 조연, 서브 남주로 나누고 연기자에게 경중이 있다는 식으로 평가한 자체에 대한 분노였는데 그걸 확대 생산한 것도 기자들이고 격하게 분노한 것도 기자들이고 그의 '물의'에 대한 가벼운 사과를 확대 해석해서 공식사과란 기사를 대량 생산해낸 것도 기자들이긴 합니다. 일의 시작은 아주 사소했지만 그들의 작은 다툼을 '언론과 배우와의 전쟁'으로 키워준 것은 분명 기자들입니다. 이 상황 자체가 경악스럽긴 하네요.

처음 문제가 된 기사, 김민준이 분노한 그 기사는 OSEN 윤가이 기자의 '서브 남주 윤계상-김민준, '독고진 안 부럽다'는 주연급 못지 않은 '서브 남주'들의 활약이란 말로 '최고의 사랑' 윤계상과 '로맨스타운'의 김민준을 서브 남주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김민준이 분노한 기자의 글은 아랫부분인 듯합니다.

자칫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하는 도구, 혹은 할 일 없이 서 있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기 십상인 것이 바로 서브 주인공들의 운명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연기력에 검증이 더 필요한 배우들이 서브 역할에 캐스팅되는 경향이 짙다. 메인급을 꿈꾸지만 냉정하게 놓고 봤을 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매력이나 능력이 떨어지는 배우들이라 생각하는 것이 통상적이다(출처 : OSEN 기사).

이번 소동의 본질은 대체 뭘까. 과연 누가 승자인가.


저는 솔직히 배우와 기자 간의 이 현상이 참 당황스럽습니다. 예전부터 연기자들은 단역이든 조연이든 주연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면 된다고 믿어왔는데 연기자를 주연 조연으로 나눠 저런 식의 편견들 드러낸건 해당 연기자의 반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욕설을 섞은 그의 반박이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에 대해 총공격령을 내리는 언론, 그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사과했네 하지 않았네'같은 식의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김민준의 새벽 여섯시 트위터, 자신은 '공식사과'를 한 일이 없다는 이 트위터가 오늘 또다른 논란을 불러오지 싶습니다[각주:1]. 그의 '사적인 감정'은 또다른 기자들의 먹이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양쪽 모두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공정함을 지키지 못한 '언론'에게 더욱 큰 비난의 화살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배우들도 자신들의 팬덤을 무기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태도는 지양해야겠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김민준의 솔직한 트위터가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준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겠네요.


  1. 새벽 여섯시경 올라온 트위터글은 7시경 삭제된 상태입니다.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