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이요원에 대한 마뜩치 않은 '아줌마' 논란

Shain 2010. 10. 20. 06:20
728x90
반응형
작년 포스트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MBC 선덕여왕(2009)' 제작 당시 제일 싫어한 배우가 이요원이다. 여왕 역할에 뭔가 선명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배우를 원하던 나로서는 이요원의 캐스팅이 좋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 취향으로 제작자가 원하던 여왕은 다를 수도 있다.

배우로서 이요원을 좋지 않게 본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출연한 작품 중 '마음에 드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연기자가 아닌 스타로 양성된 연예인으로 생각했기에 내가 원하는 배우, 드라마와 타입이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어제 기사를 보고 최근 배우 이요원이 또다른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아줌마 이야기 하지 말라며,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논란이다.


영화 '된장(2010)' 출연 중인 배우 이요원



이요원에겐 두가지 비난이 늘 따라다닌다. 실력 즉 연기력이나 이미지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주연급 배역을 자주 받는다는 점이고, 배우로서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개인 정보, 결혼생활에 대한 정보를 너무 비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번째 지적에는 나 역시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 연기력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더라도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타입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TV에 등장하는 모든 연기자가 내 취향이란 법도 없고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위해 여러 타입의 연기자가 존재한다.

또 이 문제에는 연기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고려된다. 내 취향과 다르지만 모든 드라마에 연기가 능숙한 사람을 쓰란 법은 없다. 배우의 이미지만 고려해 주인공이 되는 출연자도 있을 수 있다. 화제독점을 위해 스타를 골라 배역을 줄 수도 있다. 일단 쇼의 흥행을 원하는 제작자는 모든 걸 고려해 가장 적합한 연기자를 고를 것이라 가정한다.


미실역 고현정에 '대상'을 뺐겼다는 오명. 이요원도 성장할 기회를 가져야한다.



두번째 비난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전에도 W라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결정된 김혜수에게 기자들이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질문을 해 소동이 일어난 적 있다.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채우고 싶다는 김혜수의 의중 보다 기자들의 관심을 끈 건 그녀의 새로운 연인이었다.

한 배우가 스타로서 컨텐츠의 흥행을 위해 홍보활동을 하고 인터뷰를 할 수 있다. 허나 우리 나라는 영화 자체의 홍보 보다는 그 개인의 사생활을 팔아 화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연기자와 영화 작품에 자신이 없는 것인지 안타깝기도 하고 갑갑하기도 한 부분이다. '화제'를 만들 방법이 스타의 사생활 뿐이라면 작품 자체에 별반 알리고 싶은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닌가?


2010. 10. 20. 이요원 관련 기사. 아줌마 주제로 도배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 나라 연예계 전반의 문제긴 하다. 기자를 포함한 '그들'은 시청자는 알맹이 보다 가십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사생활을 떠벌리며 '친근한 척'하는게 영화홍보라고 생각하고 관행이라 여긴다. 그러나 모든 시청자의 취향이 그럴 것이라 여기는 건 상당한 착각이다.

이요원은 사생활, 특히 가족에 대한 질문을 꺼리는 건 '배우로서의 프로다움'이라 주장한다. 연예인으로서 어린 나이에 결혼했던 이요원은 유부녀란 이미지가 부각될수록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기회가 줄어들수록 연기자로 성장할 기회까지 박탈당할 것이 뻔하다.

스포츠칸은 '일방적 인터뷰 취소'의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스포츠칸, '이요원, 일방적 인터뷰 취소' 2010. 10. 19.



타블로 논란이 일었을 때 가수가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하는 것 아니냐며 감싸주던 언론이 배우에게는 사생활 노출을 권리처럼 요구하고 있다. 실력이 부족하면 사생활이라도 관심받아야하는 것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결혼한 여배우에게 사생활 노출은 다양한 역을 맡아야하는 배우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요원은 주연급으로 발탁된 'MBC 선덕여왕'에서 최선을 다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고현정의 미실 만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부족한 연기자인 건 사실이지만 언론이 그녀의 '유부녀' 이미지를 부각하고 이런식으로 '아줌마'라며 사생활을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쓸 권리는 없다.


이요원이 연기자로 성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아줌마 어택만 받지 않는다면.



사생활로 기사를 내는 연예인에 대한 비난과는 다르다. 사생활을 밝히느냐 마느냐는 배우 개인의 선택일 뿐 기자가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강요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연기와 이미지 만들기에 집중하고 싶다면 일단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게 맞다. 인터뷰가 있었다면 분명 '유부녀 이요원'을 공략하는 질문이 나왔을 거라 본다.

분명 이요원이 그 선택을 운영하는 요령이 없는 인물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기자회견 논란에서 그랬듯 좀 더 일찍 기자회견을 취소했더라면 '아줌마'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감정 섞인 기사도 덜 나왔을 것이다. 감히 '기자'들의 인터뷰를 거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기자들에게 밉보이면 없었던 안티도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인터뷰 거부에 대해 비난하고 싶다면 '약속 이행'이나 '불성실'을 집중 공략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줌마'라던가  사생활 노출 거부를 비난하는 건 옳치 않다. 이런 집중 포화는 네티튼에게 '이요원 공격령'을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배우 이요원이 제일 잘한 일은 사생활을 팔지 않았다는 점라 생각하고 이런 태도를 존중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