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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장대에 매달린 유주자사 하무지 이민우였으면 큰일날 뻔

Shain 2011. 12. 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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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영웅형 사극의 백미 중 하나는 무협을 방불케하는 전투장면에도 있지만 하무지(윤승원)같은 괴짜 책사의 등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사극들은 한 영웅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책사와 장수가 꾸려지고 그들이 대의를 위해 엮어가는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본래 하무지 역으로 내정되어 있던 이민우가 디스크로 하차하는 바람에 광개토태왕 담덕(이태곤)의 참모진이 너무 빈약하다는 평을 받았었는데 최근 투입된 윤승원의 하무지는 이민우같은 '공자' 타입과는 전혀 다른, 기인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입담좋은 걸인의 풍모에 술과 고기를 몹시 좋아하는 하무지는 대담하게도 왕 담덕에게 옷을 달라 청하기도 하고 왕 앞에서 무서운 줄 모르고 고구려에 일어날 세가지 변괴를 예언합니다. 담덕은 그의 예언이 무속인들의 헛소리처럼 뜬금없기도 하고 백성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내용이라 무시했지만 하무지의 '예언'대로 후연과 연합한 거란족의 작당으로 소금값이 오르고 고구려의 충신이었던 고운(김승수)이 후연과 손을 잡아 고구려를 괴롭히자 하무지를 다시 부르게 됩니다.

백제와 고구려의 왕을 모두 농락하는 하무지.

여기저기서 들은 풍월이 많은지 글도 제법 쓰고, 백제부터 북방까지 안가본 곳이 없다는 하무지의 '예언'은 사실 예언이라기 보다 정보를 기반으로 추론해 추측한 내용임에 틀림없습니다. 후연이 고구려와 혼인 정책을 써 사돈국이 되기는 했지만 태자 모용보(임호)와 후연의 왕 모용수(김동현)는 끊임없이 적국 고구려의 내정을 혼란하게 할 것이 당연합니다. 왕위에 즉위하며 주변국에서 조공을 받아 힘을 과시했던 담덕을 괴롭히자면 공개적으로 나설 수 없으니 거란을 이용할 것은 정해져 있던 일이라 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반역자 개연수(최동준)의 아들로 고구려에서 떳떳이 살 방법이 없어진 고운이 고구려와 척을 질 것이란 점도 예상이 가능했던 일입니다. 또 마지막 예언인 백제에 새로운 왕기가 있다는 말도 근거가 있습니다. 백제의 아신 성주(박정철)는 진사왕의 조카로 본래 왕이 되었어야 할 왕자이지만 나이가 어려 숙부 진사왕(박성규)에게 왕위를 빼앗겼습니다. 아신이 관미성에서 왕위를 노리고 있음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 시기가 언제냐가 문제였을 뿐입니다. 점쟁이처럼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던 하무지는 결국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기발한 방법으로 탈출해 백제로 향합니다.



여석개와 더불어 가장 코믹한 캐릭터 하무지 그의 정체는

황후 약연(이인혜)의 조언으로 고기와 술로 하무지를 달래려던 담덕은 국제 정세와 고구려 내부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하무지를 위험하다 판단합니다. 그의 정보가 통찰력과 정보수집력에서 나온 것이든 이 점술로 인한 것이든 학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한 것이든 간에 새어나갔을 경우 고구려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는 일급비밀들인 것입니다. 담덕은 그 능력을 고구려를 위해 쓰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며 하무지를 당장 죽이라 합니다. 하무지는 지푸라기 속에 숨어 도망친척 하다 군사로 위장해 감옥 밖으로 나가죠.

이 드라마에서 가장 코믹한 캐릭터는 그동안 여석개(방형주)와 돌비수(김정현) 콤비였는데 두달전부터 돌비수가 하차하는 바람에 여석개 혼자 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하무지의 등장으로 여석개는 호흡이 아주 잘 맞는 새로운 짝을 얻은 거 같더군요. 연기자 윤승원씨는 '근초고왕'의 비류왕처럼 깊이있고 위엄있는 역할에도 능숙하지만 하무지처럼 능청스럽고 뻔뻔한 역할도 잘 하는 타입입니다. 여석개와 처음 마주칠 때도 이놈, 저놈하며 앙숙처럼 앙앙불락하더니 담덕의 명으로 하무지를 잡아갈 때도 여석개는 하무지의 천적다운 행동을 보입니다.

여석개는 하무지를 장대에 묶어 궁으로 끌고 간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졸라도 하무지는 같이 가자는 여석개의 말에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무식하고 막무가내이지만 힘은 장사인 여석개는 하무지가 놓으라 소리를 지르던 말든 장대에 하무지를 매달아 왕 앞으로 끌고가지요. 여석개는 득의양양하게 덩치 큰 산돼지를 사냥해가듯 흐뭇하게 웃으며 앞서가고 하무지는 고래고래 이거 당장 풀어달라하는 모습이 새로운 코믹 콤보가 탄생한 것 같아 유쾌하기만 하더군요. 연기자 윤승원씨로서는 묶여서 매달려가는 연기가 꽤 힘들었을거라 봅니다만 웃음을 참기 힘든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백제로 간 하무지는 분명 아신왕이 백제의 다음 왕이 될 것이란 걸 예감하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사왕 옆에서 아첨하며 새로이 왕궁을 지으라 조언하기도 하고 관미성 성주 아신을 어찌 경계하는 지 그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조카 아신 때문에 내심 골머리를 앓았던 진사왕은 하무지의 말을 그대로 따르며 그를 두텁게 신임하게 되지요. 아신은 하무지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를 만나보려 사람들을 보냅니다. 어느 왕의 곁으로 가든 최고의 군사가 될 하무지가 도대체 누굴 선택하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무지의 정체는 고흥리 벽화의 주인, 유주자사 진?

어제 방영된 '광개토태왕'을 보신 사람들이라면 깜짝 놀랄 하무지의 정체와 담덕의 계략을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담덕에게 삼고초려하게 하겠다며 큰소리 땅땅치고 백제로 넘어간 하무지는 훗날 '유주자사 진(幽州刺使 鎭)'이라 불리는, 북한 고흥리 고분 벽화의 주인공입니다. 당시의 말로 '유주'란 요서를 가르치는 말인데 이 고분 속 인물의 명칭 때문에 요서와 광개토태왕이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유주자사는 고국원왕 시절인 331년에 태어나 광개토대왕 시절인 408년에 사망했습니다. 극중 담덕은 하무지가 죽으면 현재 후연의 당인 유주에 큰 무덤을 세워주겠다 장담하지요.

고구려사에 실존했던 인물 유주자사 진, 그 무덤까지 남아 전하는 그의 역할이 드라마 속에서 구현된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백제 관미성을 담덕에게 바치고 백제 아신왕에게 굴욕을 안겨줄 것 같습니다. 이민우의 하무지도 참 멋있을 뻔했습니다만 추간판장애(디스크)로 고생하는 이민우가 '공주의 남자'에서도 능지처참 장면을 촬영하느냐 진통제 투혼을 발휘했다데 윤승원처럼 장대에 매달려가는 장면을 찍었으면 엄청나게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싶네요. 유주자사 진을 연기하자면 윤승원의 연령이 더 적절하기도 하구요. 하여튼 여러모로 유쾌하면서 기대가 큰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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