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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형제들, 사랑받고픈 워킹맘 차수영 공감가는 그녀의 울분

Shain 2011. 12.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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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도, 서로 결혼하고자 마음먹고 하나부터 열가지 맞춰가기로 약속한 사이도 때로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투기 마련인데 아이 때문에 억지로 결혼한 커플이라면 더욱 불편한 감정이 앞서기 쉽습니다. 상대방이 결혼하고 싶었던 이상형과 엄청난 거리가 있는 이성이거나 살아온 생활환경부터 사고방식 하나하나가 모두 달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타입이라면 하루하루가 갈등의 연속이겠죠. 이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의 주인공 황태범(류수영)과 차수영(최정윤) 커플이 딱 그렇습니다.

황태범과의 하룻밤 실수로 임신한 차수영은 낙태를 하면 다시는 아이를 못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떻게든 그 아이를 키우려 합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어떻게든 아이를 키워보려 마음 먹은 건 가상한데 문제는 아이 아버지 황태범이 차수영과의 결혼은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어떻게든 태범을 잡으려 애걸복걸하던 수영은 결국 허락을 얻어내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합니다. 그러나 원치않은 결혼을 했던 태범에게 수영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갑자기 생겨날 리는 없겠죠.

헤어지기로 결심한 태범과 수영, 뒤늦은 태범의 선물을 발견하다.

태범은 태범대로 수영과의 결혼을 피하려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혜령(김해인)이라는 옛날 애인, 집안 사정 때문에 결혼을 못해 떠나보내야 했던 과거의 상처가 지워지지도 않아 홀로 살고 싶었고 한 여자에게 정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이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일인데 이제서야 간신히 먹고 살만해진 오작교 식구들을 생각하면 부자집 딸 수영과의 결혼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또 아이가진 '외동딸' 수영과 결혼하면 극성스런 장모님 남여경(박준금)은 덤으로 얻어야 합니다.

아이 때문에 황태범을 선택한 것처럼 계속 위장했지만 사실 수영은 태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상태였습니다. 태범은 처음,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헤어지자는 계약결혼을 해야 서로를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 여겨 수영에게 일년만 살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허나 태범은 시간이 갈수록 수영의 장점을 알아가며 그녀를 아내로 여기게 됩니다. 반면 태범을 사랑했던 수영은 갑자기 나타난 혜령 때문에 아이로 발목잡고 있는 자신의 존재가 자신감없고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혜령이 과거의 태범에게 어떤 여자였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먹는 차갑게 식은 만두, 북받치는 서글픔

방송국에서 일하는 '바쁜' 여자 수영, 그녀는 이제 임신 5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남들 보기에 성공적인 커리어우먼이고 잘 나가는 방송국 사회부 팀장인 그녀는 태범에게 기자로서의 도리를 가르쳐줄 만큼 원리원칙이 확실한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늘 출세하고 싶고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태범과 티격태격하던 직상상사이기도 합니다. 그녀에게는 아이와 가정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친 방송국에서 승진하는 일도 몹시 중요합니다. 태범과의 결혼은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방송국에 그 사실을 비밀로 한 건 인사이동에서 불리해지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남들 보기에 전혀 남부러울 것 없는 수영이고 늘 자신만만하고 당당하지만 태범에게 만은 내심 그렇지 못합니다. '나를 사랑하냐'고 태범에게 묻는 그녀는 자신이 결혼하자고 애원했단 사실을 '혜령'을 볼 때 마다 절실히 깨닫습니다. 사랑을 구걸하기 싫고 관심을 구걸하기 싫은데 옛 연인에 대한 동정으로 혜령의 뒤를 쫓는 태범을 볼 때 마다 비참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처음 결혼할 때는 약간은 무심한 남편 태범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우울해집니다.

옛애인 혜령의 집 앞에서 마주친 태범과 수영.

수영도 물론 내심 알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적극적인 사랑을 표현한 적이 없어도 태범이 수영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또 옛 연인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과 미안한 마음, 그런 복잡한 마음이 혜령을 완전히 떼어내버릴 수 없게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또 옛 애인이 아니라도 같은 직장 동료로서 약간의 친절을 표할 수도 있는 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차피 태범은 책임감 강한 사람이고 내버려두면 언젠간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것이란 걸 알지만 수영은 그렇게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임신 5개월, 결혼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남편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을 때입니다. 아이의 태동을 느껴보고자 배에 귀를 대어보는 남편, 사랑스런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아이에 대한 기대감을 말하는 남편, 태어날 아이가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아이 옷과 장난감을 사오는 남편, 임신한 아내가 힘들까봐 밥을 차려주며 힘들면 쉬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남편. 그런 부부생활에 대한 판타지가 없는 무딘 여자라도 배려받고 사랑받고 싶을 때가 그때입니다.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태범은 수영에게 냉정한 남편이었습니다. 서로 불편해서 각방을 썼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보기에도 까탈스런 장모님을 불편해하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다 쳐도 아이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을 표현하기는 커녕 언제가 산달인지도 모르고 산부인과에 한번 따라가 본 적도 없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없냐며 따뜻하게 물어본 적도 없는 그 남자는 오로지 오작교 식구들이 일으키는 복잡한 문제에 마음쓰기 바빴고 갑작스레 나타난 혜령의 존재에 흔들리기만 했습니다.

태범이 혜령을 만나러 간 사이 수영은 홀로 차갑게 식은 만두를 먹는다.

힘들다고 내색해본 적은 없지만 아이가진 수영에게 직장생활이 그리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남편 태범 조차 자신의 라이벌로 특종을 내겠다고 경쟁심을 불태웠고, 임신한 여자들만의 생리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가고 밥을 먹는 동안 특종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회의 중에도 방귀가 나오는 생리현상을 참지 못해 스스로 당황하고 평소 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해서 외모 관리도 제대로 못합니다. 남들 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에 서글퍼질 때 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만두를 사먹을 때 마다 누군가 같이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방송국으로 포장해온 만두를 같이 먹자 하고 싶었지만 태범은 그 순간 조차 혜령과 있었습니다. 이미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수영은 '이혼하자'고 나섭니다. 아이가진 엄마로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처음엔 이혼할 수 없다며 반대하던 태범도 수영의 그런 마음을 이제는 알게된 것이겠죠. '노력하는 것 조차 싫다'는 수영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오는 태범일 것입니다. 수영은 태범이 사둔 아기 신발을 뒤늦게 보며 감동합니다. 태범과 헤어지기로 한 수영은 태범이 좀더 강하게 자신을 사랑한다 말해주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태범이 그것까지 눈치챌 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사람이 부부로 정착하기엔 아직 많은 갈등이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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