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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상' 주고 싶은 명품 드라마 BEST 7

Shain 2011. 12. 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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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송국이나 연말이 되면 방송출연자들을 시상하는 행사를 열듯 해마다 공정성 시비가 벌어지는 것도 이제는 '관례'인 듯합니다. MBC는 예전엔 '10대가수가요제'라는 제법 규모가 큰 행사를 개최했는데 잡음이 많이 일었던 까닭인지 아예 없애버렸던 전력이 있습니다. 나름 관록있는 행사였던지라 공정성 시비는 둘째치고 상당히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MBC 연기대상'을 '2011 MBC 드라마대상'로 변경해 개인에게 '대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게 수여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더군요.

개인적으론 방송 3사가 각각 연기자 시상식을 아니라 통합해서 경쟁을 했으면 싶은데 이미 옛날에 물건너간 이야기인듯 하고 이제는 나눠먹기나 몰아주기, 공동 수상 등의 문제점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 된 듯합니다. 한 방송국 내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보니 경쟁 범위도 한정되어 있고 수상결과도 뻔하다면 뻔할 수 밖에 없겠죠. 미국의 '에미상'이나 기타 다른 드라마 어워드처럼 내가 좋아하던 작품이나 배우에게 상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공정한' 결과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시상식이 정착됐으면 싶습니다.

2011년부터 '드라마 대상'으로 변신한 'MBC 연기대상'

작년까진 원래 한국 드라마 보다는 미국 드라마를 자주 보던 편이었습니다. '미드'를 시청전에는 드라마를 자체도 그닥 많이 본 편이 아니었지만 한국과 문화적 역사적 배경도 다르고 제작 환경까지 다른 미드는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였습니다. 웬만한 '미드' 파일럿을 다 시청할 때 쯤 되서야 미드 역시 미국 사회에서는 '한드'와 똑같은 취급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TV 드라마란 태생적으로 그 사회의 문제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담을 수 밖에 없는 컨텐츠입니다.

한국에서 '막장' 드라마가 비웃음을 사듯 미국의 '소프오페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도 일부에게 외면받습니다.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사극이나 무거운 분위기의 SF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을테구요. 대신 한국 드라마는 방송시장이 적은 만큼 매니아를 위한 드라마 보다는 모든 장르를 두루 섭렵하는 '종합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수의 대중 보다는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할까요. 사극을 찍든 멜로물을 찍든 심지어는 의학드라마를 찍어도 멜로 코드가 가능한게 한드입니다.

2011년 한해 방송된 드라마 중 제가 보지 않은 것이 더 많고(취향이 한정된 편입니다) 또 한 개인이 선정하는 '드라마 대상'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은 지난 한해 동안 제가 보았던 최고의 드라마를 몇가지 뽑아 보았습니다. 꽤 많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보다 그리 많은 편수는 아니더군요. 거기다가 MBC는 올해 소문난 드라마에 비해 오래도록 기억나는 드라마는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시청률에 편승해 자극적인 설정을 많이 하고 화제작이 되는 드라마들은 결국엔 잊혀지게 되는 법인가 봅니다.



MBC 짝패 (2011.2.7 -2011.5.24)

당시 시청률 1위였던 이 드라마에 대한 평은 사람들 마다 꽤 갈리는 편입니다. 의적과 부패한 양반층이라는 대립구도가 선명하고 서민 드라마의 최고봉 김운경 작가가 활약했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나 드라마 특유의 구수한(?) 매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 경향이 있습니다. 잔잔하고 여운이 남는 드라마 보다는 영화같은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겐 약간 과거 취향 드라마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천정명과 한지혜의 연기가 비난을 당한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드라마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드라마 중 한편입니다.


의적패를 조직하고 부정한 관리들을 대상으로 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민중들을 이끌었던 강포수(권오중)의 죽음과 서서히 변해가는 장꼭지(이문식), 큰년(서이숙), 막순(윤유선)같은 백성들의 의식. 썩어빠진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죽어야했던 천둥의 이야기는 당시 붕괴되어가던 조선 후기 시대상을 담고 있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의 아픔을 표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김운경 작가 특유의 서민극이나 민중사극이란 생소한 장르가 좀 더 친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MBC 로열패밀리 (2011.3.2 -2011.4.28)

처음 이 드라마의 예고편을 봤을 땐 또 '재벌 드라마'냐며 한탄을 했더랬죠. 우리 나라 드라마는 재벌 빠지면 이야기가 안되고 삼각관계는 기본 중 기본이라 '로열패밀리'에도 그닥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첫회에 등장한 공순호(김영애)의 파워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둘째 며느리 김인숙(염정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K라고 부르는 극단적인 설정은 파격을 넘어 신선하기까지 하더군요. 남편을 잃고 쓰러진 며느리를 옆눈으로 보며 '저거 치워'라고 하는 대사는 모든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할만한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권음미 작가의 작품으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가했습니다. 김박 작가의 특징상 모든 주인공들이 죽는 결말로 맺어지는가 했는데 두 주인공 모두 실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혼혈 청년의 사망 미스터리, 재벌 그룹후계구도를 둘러싼 자식들의 한판 승부, 김인숙의 과거를 둘러싼 의문의 인물들과 곰인형 등 여러 모로 재미있는 드라마였지요. 무엇 보다 주인공들의 '멜로'를 섞었으면서도 사랑싸움 이야기에 치중하지 않은 점은 높이 살만합니다.



SBS 49일 (2011.3.16 -2011.5.19)

드라마 '49일'이 처음 방영될 때 표절 논란이 일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 이야기의 설정 자체는 각종 드라마에서 한두번씩 보여준 그저그런 수준입니다. 오토바이도 타고 기타도 치면서 사람들 틈에 섞여 사는 저승사자라던가 혼수상태에 빠진 영혼이 49일 동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을 받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던가 타인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 빙의된 상태로 산다는 등은 진부하다 싶을 정도였지요. 드라마는 그런 뻔한 설정을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연기자 이요원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그동안 '연기' 부문에서는 부족하단 평가를 받아왔던 그녀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또 처음이나 다름없는 출연임에도 발랄하고 철없는 주인공 역할을 해낸 남규리 역시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였죠. 마지막회의 '반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출생의 비밀'같은 것이라 허탈하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만 어쨌든 아름다운 판타지 멜로 드라마임에는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봄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로 기억될 거 같네요.



MBC 내 마음이 들리니 (2011.4.2 -2011.7.10)

가슴아픈 가족 간의 갈등 때문에 청각장애를 가지게 된 주인공 차동주(김재원)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게 버림받은 아이 장준하(남궁민), 그리고 듣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어머니와 남들 보다 낮은 지능을 가진 새아빠 봉영구의 딸인 봉우리(황정음). 이 드라마의 기본 플롯은 어느 '막장 드라마' 못지 않게 복잡한 가족관계와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장준하를 입양하는 태현숙(이혜영)의 지독한 모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종일관 주인공들의 밝은 분위기와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웃음짓게 되는 가족 드라마였죠.


연기자 윤여정의 할머니 역할은 끝까지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할 만큼 뛰어났고 복수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장준하 역할의 남궁민은 보는 사람들을 홀리는 천재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드라마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남궁민의 슬픈 얼굴이 마음 아팠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남궁민은 어떤 드라마에 나오더라도 최고 화제작을 만들 것같은 예감입니다.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화해하는 동화같은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히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드라마입니다.



MBC 최고의 사랑 (2011.5.4 -2011.6.23)

2월경 방송된 SBS의 '시크릿 가든'을 시청하지 않았던 까닭인지 몰라도 '최고의 사랑'은 2011년 후반기까지 여운이 남던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올 한해 보았던 평생 보았던 것 보다 많은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러의 로코물을 보았습니다만 이 드라마 속 독고진(차승원)이나 구애정(공효진) 만큼 인상적인 주인공들은 찾기 힘들 것 같군요. 능청스럽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 실제 캐릭터인 듯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백만 안티를 가진 여주인공 구애정과 백만 팬을 가진 독고진의 사랑은 정말 '두근두근' 했지요.


MBC가 '드라마 대상'으로 수상 방식을 바꾼 까닭에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도 이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1년 '대박' 드라마가 없었던 MBC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란 경쟁작이 있긴 합니다만 연기자 차승원은 이 드라마로 최고의 명예를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아쉽기도 하네요. 지금 들어도 '국보소녀'의 '두근두근'은 정말 느낌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연예계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코믹하게 다가왔던 드라마이기도 하고 윤계상이 호평받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KBS 공주의 남자 (2011.7.20 -2011.10.6)

SBS의 '뿌리깊은 나무'가 등장하기 전까진 이 드라마가 2011년 한해 동안 최고 히트한 사극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절절한 단종애사와 연려실기술에 전하는 세희공주 민담의 결합 만큼 좋은 소재도 드무니 말입니다. 드라마는 실록에는 전하지 않지만 민담으로 전해온 수양대군의 장녀, 즉 가상의 인물 이세령(문채원)과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실존 커플이었던 정종(이민우)와 경혜공주(홍수현)의 비극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혈연과 역사를 초월한 사랑을 그린다는 점이 다소 무리할 수도 있었던 내용이었고(어쨌든 내 가족을 죽인 원수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이니 말입니다) 사랑이야기 만으론 계속 시선을 잡아두기 힘든 이야기였는데 수양대군(김영철)을 비롯한 실제 역사 파트가 양립하며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간 듯합니다. 몇가지 고증 오류나 옥의 티가 등장하긴 했지만 기존 퓨전사극에 비하면 최고의 점수를 받을 만 합니다. 이민우와 홍수현의 저력이 재평가된 드라마이기도 하네요.



SBS 뿌리깊은 나무 (2011.10.5 -2011.12.22)

이 드라마를 2011년 최고의 작품으로 주저없이 선택할 분이 많으리라 봅니다. 한글 창제를 둘러싼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와 백성을 위하 한글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군주 세종의 갈등을 묘사한 이 드라마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작품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매주 '뿌리깊은 나무'가 방영되는 날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뿌나뿌뿌금토일'이란 신조어도 만들어내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죠. 16년 만에 TV로 복귀한 한석규를 보며 역시 '한석규'라고 감탄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젊은 이도 역을 연기한 송중기나 가리온 윤제문도 화제의 배우였지만 윤평 역의 이수혁이나 개파이 역의 김성현, 무휼 역의 조진웅도 시선을 끌던 드라마였습니다. 특히나 이 드라마는 현대 사회의 SNS와 비견할 만한 한글의 가치 그리고 역사 속 이야기에서 작금의 정치 상황을 연상할 수 있는 부분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요즘 우리 나라 밀본의 정체는 과연 누구냐를 두고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도 많았죠. 마지막회가 엉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창작된 인물들은 '올킬'이라는 파격적 결말로 시청자들을 아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만 '명품' 드라마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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