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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무비, 지루한 텔레비전에 활력을 줄 새로운 포맷

Shain 2011. 12.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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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TV에서 단편 드라마를 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몇년전에는 신년특집극, 크리스마스 특집, 광복절 특집극 같은 걸 활발히 제작했는데 요즘은 그마저 뜸하고 행여 제작되어도 소식도 못 듣고 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긴 명절에 가족들을 찾아가기도 바쁜 요즘에 시즌에 맞춰 제작된 특집극이 그리 큰 호응을 얻기는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이런 단편 드라마들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어도 들이는 공에 비해 큰 효과를 보기 힘든 제작물 중 하나겠지요.

요즘은 '잘 만들어졌다' 싶은 특집극이나 단편도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 접하는 단편 드라마 중에는 김운경 작가의 '누나의 3월(2010)'같은 뜻깊은 작품도 있고 남사당패를 다룬 드라마인 SBS '초혼(2010)'처럼 눈여겨볼 드라마도 있지만 딱히 예전처럼 흡족한 수준의 단편 또는 특집극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광복절에 방영된 김동완 주연의 '절정(2011)'은 짧은 드라마 안에 많은 메시지를 담은, 인상적인 단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육사의 인생을 다룬 그 드라마는, 지금도 감동이 끓어오르는 멋진 드라마로 손꼽을 만 합니다.

이육사의 일대기를 다룬 MBC '절정'과 남사당패 드라마 SBS '초혼'

80년대에는 KBS와 MBC 모두 앞다투어 단편극을 제작했습니다. KBS는 'TV 문학관'과 '드라마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MBC에는 '베스트셀러 극장'이 있었습니다. 'TV 문학관'과 '베스트셀러 극장'은 창작 소설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지만 '드라마게임'의 경우 당시 문제가 되는 사회 현상을 드라마로 옮긴 창작 시나리오였습니다. 최근 방영되는 '사랑과 전쟁'처럼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되 소재를 다양하게 선정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MBC '베스트 극장'은 프로그램 포맷을 바꾼 이후 소설 원작과 창작을 두루 채택했던 것도 같습니다.

'쪽대본'에 매이는 긴 호흡의 연속극과 달리 단편은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특집극 같은 경우 마치 한편의 영화를 촬영하듯 연출할 수도 있고 기존 TV 연속극 소재로 적절치 못했던 것을 끌고 올 수도 있습니다. 최근 방영종료된 MBC '심야병원'처럼 매 에피소드 마다 감독을 달리할 수도 있고, '나는 살아있다'처럼 TV 속에 '좀비'를 처름 도입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드라마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일부 특집극을 제외하고는 단편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국형 좀비물로 제작된 특집극. MBC '나는 살아 있다'

각 명절이나 시즌별로 제작되는 '특집극'도 상당히 괜찮은 단막극이긴 한데 주제가 정해져 있다 보니 나름 그 내용이 정해져 있습니다. 광복절에는 독립투사의 일대기를 묘사한 특집극이 자주 만들어지고 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엔 가족 간의 사랑을 강조하는 특집극이 다수 만들어집니다. 연말연시엔 연속극에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나곤 하는 어르신들이 주연이 되기도 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분명 꼭 필요한 드라마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편'으로서는 한정적인 포맷인 셈입니다.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활용하는 단막극 중 하나가 바로 'TV 무비'입니다. HBO같은 유료 채널은 본래 모든 드라마를 '영화'처럼 찍기로 유명하지만 일년에 몇차례 'TV 무비'나 '미니시리즈'를 제작합니다. 미니시리즈는 'The Pacific(2010)'처럼 여러 편수로 제작되었지만 시리즈가 아닌 단편을 말하고 'TV 무비'는 '운디드니에 내 심장을 묻어주오(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2007)'처럼 개봉만 하지 않았을 뿐 영화처럼 제작된 단편을 말합니다. 보통 TV 방영 시간을 고려해 두 편 이내에서 제작이 되곤 합니다.

HBO의 대표 TV 무비 중 하나인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질질 끌고 새 시즌이 나올 때마다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TV 시리즈' 보다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다 영화같은 연출이 돋보이는 'TV 무비'는 깔끔합니다. 또 헬렌 미렌 주연의 '엘리자베스 1세(2005, HBO)'같은 경우 동명으로 제작된 영화 보다 훨씬 퀼리티가 좋다는 느낌이 듭니다. SyFy에서 제작한 'Tin Man(2007)'이나 '앨리스(2009)'같은 경우는 원작을 파괴한 독특한 설정으로 극장 개봉 영화도 연속극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드라마의 품질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형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과거 1989년에 KBS에서 방영된 '비극은 없다'란 드라마는 5부작으로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극장용 필름으로 촬영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케이블 방송에서도 'TV 무비'가 제작이 되곤 합니다. 최근 읽어본 기사에서 보니 2004년 방영된 OCN의 '동상이몽'이 최초의 TV 무비라고 하더군요. 최근 폭력적인 장면 때문에 징계를 받은 채널CGV의 '소녀K'도 'TV 무비'로 분류합니다. 미드와는 다르게 '미니시리즈'도 'TV 무비'로 분류하는게 특이하다면 특이합니다.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소녀K'

2010년 SBS에서 방영된 '텔레시네마' 시리즈는 극장 개봉과 TV 방영을 동시에 노린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로서 일본 '아사히 TV'와 합작하여 제작된 드라마였습니다. 조여정 주연의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방자전(2010)'은 4편의 TV 무비인 'TV 방자전'으로 새롭게 태어나 색다른 맛을 선사해 주기도 했습니다. 연속극 특유의 장점도 많고 재미도 있지만 연속극 만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는 'TV 무비' 형식이 제격 아닐까 싶습니다.

연말이 오면 과거에 잠깐씩 시청하던 신년특집극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았어도 오랜 세월이 지나 '그 드라마 좋았다'는 평가를 받는 단막극들은 드뭅니다. 비슷한 타입의 연속들 말고 색다른 TV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공휴일에 방영되는 시간떼우기용 드라마나 구색 맞추기 드라마가 아니라 두고 두고 명작으로 평가받을 멋진 'TV 무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간만에 휴일을 맞아 TV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청자들에게도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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