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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소위 '속물'이라 불릴 만한 의사들의 행동입니다. 고재학(이성민) 과장은 대표적인 '속물' 의사로서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이강훈(신하균)이나 서준석(조동혁)같은 젊은 의사들이 대신하게 하며 자신은 TV 출연에 집착하고 부원장 박인범(박철호)에게 달라붙어 정보를 얻어냅니다. 의대 교수로 자리잡고 싶었던 이강훈도 처음엔 고재학 라인이 되어 그의 논문을 대필해주기도 하고 수술을 집도해 주기도 합니다. 강훈의 후배 동승만(이승주)가 이제는 강훈을 대신해 고재학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죠.
'브레인'에는 각종 인간적 욕망으로 고민하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늘 따뜻하게 환자와 동료들을 향해 웃어주는 서준석은 이중인격이다 싶을 정도로 속물스러움이 몸에 배인 의사입니다. 자신 보다 실력이 뛰어난데다 자신이 사랑하는 윤지혜(최정원)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이강훈에 대한 질투로 그의 심장은 폭발할 지경입니다. 조교수로 임용되기 위해 아버지의 지위도 이용했고 김상철(정진영)의 교모세포종 연구팀에 합류하기 위해 강훈의 논문과 유사하게 작성한 논문도 써먹었습니다.
이강훈을 자세히 보면 냉정한 척 강한 척 세상과 척을 지고 있지만 누구 보다 자질이 뛰어난 의사입니다. 겉으로 따뜻하게 굴지 않을 뿐 속으로는 누구 보다 감정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재벌의 숨겨진 딸 장유진(김수현)처럼 세상 사람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고 있고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장유진은 아무리 똑바로 행동해도 첩의 딸일 뿐이고 이강훈이 아무리 재능이 훌륭해도 개천에서 난 용으로 대접받을 뿐입니다. 김상철은 서준석과 강훈의 차이를 잘 모릅니다. 김상철의 인간 이해는 이런식으로 무언가 왜곡되어 있습니다.
괴로우니까 인간이다, 김상철의 기억 상실
모든 사람에게 너그러운 김상철은 유독 이강훈을 눈에 거슬려 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고재학에게 줄을 서고 혜성대에 가서 교수가 되겠다고 매달리는 이강훈의 욕심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혜성대 병원의 환자도 천하대 병원의 환자도 모두 자신이 직접 수술하겠다며 뛰어다니는 이강훈은 김상철에게만은 능력을 과신하는 자만심 가득한 의사일 뿐입니다. 김상철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김상철이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이강훈의 태도는 '어디선가 본듯한' 잘못이고 과오이기에 더욱 민감한 것입니다.
김상철은 이강훈의 아버지를 자신의 잘못으로 죽게 했지만 스승인 김신우(전무송)의 도움으로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모든 것을 알게된 강훈이 살인자라며 자신을 비난할 때도 그 일을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의 자책과 괴로움을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그는 그 고통을 기억하는 대신 완벽하리 만큼 인격적으로 훌륭한 의사의 역할을 해내며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이강훈이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그는 이강훈 보다 더욱 냉정하고 차가워 보입니다. 그것이 그의 본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교모세포종 연구를 진행중이던 김상철은 임상실험약에 대한 책임을 이강훈에게 모두 전가하고 그를 천하대에서 완전 퇴출시킵니다. 그것으로 강훈은 어머니를 위해 노력했던 상철에 대한 빚은 갚은 셈입니다. 허나 강훈을 쫓겨나게 한 김상철이 마음 한구석에 강훈이 모든 사실을 밝혀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주길 바라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서준석처럼 교묘하게 이강훈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김상철은 더이상 고재학이나 서준석, 이강훈을 비난할 수 없는 '속물'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것입니다.
모든 시술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이강훈 역시 인간이기에 김상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상철이 겪어야했을 괴로움과 도망치고 싶어하는 나약한 심리를 이해하게 될 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선택으로 보아 강훈은 분명 그 괴로움을 극복하는 의사가 될 것이라 봅니다. 폭발적인 감정 표현을 하는 순간도 있지만 강훈은 자신의 감정을 참고 절제할 줄도 압니다. 그가 김상철과 최후로 마주하게 될 최후의 승부, 그를 접하는 마지막 순간이 뇌질환 증세를 보이고 있는 김상철의 수술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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