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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학교를 다니고 어느 정도 철이 들 무렵에 사람들은 깨닫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라면 민주국가는 계급도 차별도 없는 '평등'한 곳이어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말로는 똑같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같은 국민이라 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과 '잘난' 사람들이 받는 대접이 다르고 심한 경우 죄를 지었을 때 받는 형벌까지 다릅니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막강한 권력과 자본으로 있던 죄도 없는 죄로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1988년 사망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지강헌의 말을 널리 퍼트렸나 봅니다.
교도소를 탈출한 '잡범' 지강헌은 일가족 인질극을 벌이다 자살을 시도합니다. 경찰의 총에 맞고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며 죽어간 그는 500만원을 절도한 자신 보다 600억을 황령한 '경제사범' 전경환의 형량이 더 짧은 것에 불만을 품고 탈주했습니다. 500만원 절도 피해자 보다는 600억 횡령 피해자가 당연히 훨씬 많을텐데 어째서 지강헌이 더 과중한 처벌을 받은 것인지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론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지강헌의 이야기를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고 가진자를 위한 법을 비웃나 봅니다.
어제 종영된 드라마 '추적자'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한 아버지의 고통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힘없고 가진 것없는 일개 시민에게 법은 도움을 주기는 커녕 누명을 씌웠고 주인공 백홍석(손현주)이 아내와 딸을 잃는 동안에도 재벌 서회장(박근형) 계란에게 얻어맞은 바위인 듯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백홍석은 골리앗을 이긴 다윗처럼 딸의 사망사건을 추적해 끝끝내 강동윤(김상중)과 서지수(김성령)를 법정에 세우고 그 동조자인 신혜라(장신영)와 배상무(오타니 료헤이)까지 처벌받게 합니다.
백홍석이 그나마 그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던 건 사법제도를 믿고 지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으려 애쓰던 정치인과 재벌은 사회 여기저기에 손을 뻗어 백홍석을 가로막습니다. 국민들의 방패가 되어야할 사법제도가 농락당하고 사법제도를 사수하고 법을 집행해야할 검사는 재벌장학생 박민찬(송영규)처럼 깐죽거리기만 합니다. 그러나 백홍석과 함께 한 최정우(류승수) 검사, 서지원(고준희) 기자, 조형사(박효주), 황반장(강신일), 용식이(조재윤)의 도움으로 그들은 추적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백홍석은 결국 스스로 법을 지킴으로서 그들이 우습게 보던 법의 무서움을 널리 알립니다.
결정적으로 백홍석을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의 투표가 있었기에 사법제도는 무사히 강동윤을 구금합니다. 백홍석을 체포했던 그 수갑으로 강동윤이 체포되는 그 순간은 아버지 백홍석의 복수가 성공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어렵사리 사법제도가 제 구실을 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한 개인에게 적용되는 법은 엄격한데 가진자에게 적용되는 법은 어쩌면 이렇게 까다롭고 복잡하기만 한 것인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백홍석은 드디어 '법 앞에 평등'을 구현한 것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감정을 따르지 않다니 백홍석은 시쳇말로 '대인배 중에 대인배'입니다.
'추적자'의 초반 내용은 보는 사람들을 속터지게 할 정도로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엄연한 뺑소니 사고의 피해자인 백수정(이혜인)을 마약이나 즐기는 타락한 청소년으로 몰아가던 대법관 출신 변호사 장병호(전국환), 그리고 돈과 권력에 못 이겨 거짓 증언을 하는 사람들과 조작된 여론에 흥분해 백수정과 백홍석 가족을 비난하던 사람들.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해줘야할 법은 오히려 백수정의 명예를 훼손하고 백홍석을 범법자로 만들려 했습니다. 드라마 속 모든 상황이 백홍석에게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 2009)'의 아버지 클라이드 쉘튼(제라드 버틀러)가 되라 했습니다.
법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변호사가 형량 거래를 제안하자 분노한 아버지 클라이드 쉘튼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시작합니다. 백홍석이 PK준(이용우)이나 강동윤에게 총구를 들이댄다 해도 드라마 속 상황은 '인지상정'이라 할만했습니다. 박민찬 검사가 마지막회에서 건방지게 설명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법은 자력구제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이유로 법정 모독에 해당하는 '법정 살인'은 사법제도에 도전하는 행위이기에 최고형을 받아야하지만 법이 불합리하고 법이 내 편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 법을 지켜야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각종 형사상 민사상 손해를 입고 각종 법적 처분을 진행해본 사람들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고소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도 가해자는 아무 일 없는 척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피해자에 대한 각종 루머를 퍼트리는데 피해자는 법적 조치에 매달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그 법적 처분이 가해자에게 조금의 타격을 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면 대체 왜 사법제도의 힘을 빌렸는지 허탈해진다고 합니다. 반면 '가진자'들은 법을 이용해 오히려 약자들에게 각종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각종 굵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검찰에 소환되는 순간에는 휠체어를 타는 경제인들. 병보석으로 풀려나고도 멀쩡하게 생활하는 정치인들. 소환 조사받을 순간만 되면 서영욱(전노민)처럼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 또는 같은 사건으로 두 번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이용해 자신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정권에서 처벌받는 영악한 사람들은 법을 이용해먹고 악용하는 사람들이고 그 이외의 사람들은 '큰 마차가 먼 길을 가는 동안 깔려죽는 벌레'에 불과합니다.
'추적자'에서도 서회장과 장병호가 살아남았듯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컨텐츠일수록 '속시원한' 결말을 보긴 힘듭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2011)'에서 소개된 사법제도의 불합리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반면 법을 피해자 스스로 집행하는 '자력 구제'를 옹호한다는 면에서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동정이 간다는 이유로 혹은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법의 잣대가 바뀌어서는 안되겠으나 '자력 구제'를 하고 싶다고 느낄 만큼 '법감정'에 어긋나는 사법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백홍석처럼 법을 위해 변호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드라마 속 백홍석과 같은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면 그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다면'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이 현실적인 감정을 누르고 사법제도의 합법적인 처벌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상대방을 단숨에 죽일 수 있는 총을 가졌다면 분노에 찬 눈길로 강동윤과 그의 조력자들에게 복수할 지도 모릅니다. 왜 강동윤을 쏘지 않았냐는 황반장의 질문처럼 강동윤을 법정에 세운 백홍석은 그래서 대단합니다. 그의 복수가 실현 가능한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한편으론 씁쓸하고 다시 한번 사법제도의 공정함을 고민하게 합니다.
아울러 드라마 '추적자'는 많은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특히 세상에 통달한 재벌 서회장은 대중의 속성을 정확히 꼬집어 냅니다. '집가진 놈은 집값 올려준다고 땅있는 놈들은 땅값 올려준다고 월급쟁이한텐 봉급 올려준다고 하니 지지하는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줘서 지지한다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자길 속이는기다'라는 대사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정의는 아니고 선도 아니라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한때 언론에 휘둘린 대중이 백홍석 가족을 비난하고 PK준의 편을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백홍석은 서회장의 한오그룹은 무너트리지 못했습니다. 백홍석은 사법제도를 몸소 지킴으로서 딸의 명예를 회복시킨 훌륭한 아버지이고 범인을 추적한 영웅이지만 '개혁의 기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본능을 이겨낸 감동적인 아버지이나 그로 인해 살인자가 된 슬픈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이 드라마는 현실과 아주 닮았지만 현실과 몹시 다른 대리 만족 즉 판타지라는게 가슴아픕니다. 사법제도가 불합리하게 느껴지고 모 그룹 장학생 출신 검사들이 있는 한 영원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일 것같아 이 드라마가 더욱 여운이 남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는 사실 만은 바뀌지 않는 진실입니다.
교도소를 탈출한 '잡범' 지강헌은 일가족 인질극을 벌이다 자살을 시도합니다. 경찰의 총에 맞고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며 죽어간 그는 500만원을 절도한 자신 보다 600억을 황령한 '경제사범' 전경환의 형량이 더 짧은 것에 불만을 품고 탈주했습니다. 500만원 절도 피해자 보다는 600억 횡령 피해자가 당연히 훨씬 많을텐데 어째서 지강헌이 더 과중한 처벌을 받은 것인지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론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지강헌의 이야기를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고 가진자를 위한 법을 비웃나 봅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가족을 잃은 아버지가 강동윤을 법정에 세우다.
백홍석이 그나마 그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던 건 사법제도를 믿고 지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으려 애쓰던 정치인과 재벌은 사회 여기저기에 손을 뻗어 백홍석을 가로막습니다. 국민들의 방패가 되어야할 사법제도가 농락당하고 사법제도를 사수하고 법을 집행해야할 검사는 재벌장학생 박민찬(송영규)처럼 깐죽거리기만 합니다. 그러나 백홍석과 함께 한 최정우(류승수) 검사, 서지원(고준희) 기자, 조형사(박효주), 황반장(강신일), 용식이(조재윤)의 도움으로 그들은 추적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백홍석은 결국 스스로 법을 지킴으로서 그들이 우습게 보던 법의 무서움을 널리 알립니다.
15년형을 받는 백홍석에게 '아빠는 무죄'라고 말해주는 환상 속의 딸.
'추적자'의 초반 내용은 보는 사람들을 속터지게 할 정도로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엄연한 뺑소니 사고의 피해자인 백수정(이혜인)을 마약이나 즐기는 타락한 청소년으로 몰아가던 대법관 출신 변호사 장병호(전국환), 그리고 돈과 권력에 못 이겨 거짓 증언을 하는 사람들과 조작된 여론에 흥분해 백수정과 백홍석 가족을 비난하던 사람들.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해줘야할 법은 오히려 백수정의 명예를 훼손하고 백홍석을 범법자로 만들려 했습니다. 드라마 속 모든 상황이 백홍석에게 '모범시민(Law Abiding Citizen, 2009)'의 아버지 클라이드 쉘튼(제라드 버틀러)가 되라 했습니다.
백홍석은 기어코 자신과 강동윤에게 같은 수갑을 채우게 했다.
각종 형사상 민사상 손해를 입고 각종 법적 처분을 진행해본 사람들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고소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도 가해자는 아무 일 없는 척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피해자에 대한 각종 루머를 퍼트리는데 피해자는 법적 조치에 매달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그 법적 처분이 가해자에게 조금의 타격을 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면 대체 왜 사법제도의 힘을 빌렸는지 허탈해진다고 합니다. 반면 '가진자'들은 법을 이용해 오히려 약자들에게 각종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슬픈 아버지. 나라면 법 집행에 만족하고 웃을 수 있었을까?
'추적자'에서도 서회장과 장병호가 살아남았듯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컨텐츠일수록 '속시원한' 결말을 보긴 힘듭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2011)'에서 소개된 사법제도의 불합리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반면 법을 피해자 스스로 집행하는 '자력 구제'를 옹호한다는 면에서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동정이 간다는 이유로 혹은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법의 잣대가 바뀌어서는 안되겠으나 '자력 구제'를 하고 싶다고 느낄 만큼 '법감정'에 어긋나는 사법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백홍석처럼 법을 위해 변호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재벌과 장학금 검사는 살아남아서 사법제도를 유린한다.
아울러 드라마 '추적자'는 많은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특히 세상에 통달한 재벌 서회장은 대중의 속성을 정확히 꼬집어 냅니다. '집가진 놈은 집값 올려준다고 땅있는 놈들은 땅값 올려준다고 월급쟁이한텐 봉급 올려준다고 하니 지지하는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줘서 지지한다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자길 속이는기다'라는 대사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정의는 아니고 선도 아니라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한때 언론에 휘둘린 대중이 백홍석 가족을 비난하고 PK준의 편을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비현실적인 승리라서 더욱 씁쓸하지만....그래도 진실은 있다.
그래도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는 사실 만은 바뀌지 않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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