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말풍선수다

말풍선이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Shain 2007. 6. 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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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남들 보다 아주 조금 늙었다(?) 싶은 사람이.. 어린 사람들 앞에 늘어놓는, 그 시절에는 그랬거든 수준의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말고..

내일이 우리집 제사란다...
사실, 지금 복숭아 밭에 사람을 열댓사람 불러서 일을 하는 바쁜 시기인데..
사람을 제사를 피해서 편할 때 부를 수가 없는게.. 농촌엔 일이 달려서 돈을 주고 부르는 사람들일 지라도 순번을 기다려야 일을 시킬 수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 사정에 맞춰서 사람을 쓸 수가 없다는 뜻..
그 시기에 제사 음식까지 마련하자니 답답하셨던지...
평소에 부탁하시지 않던.어머니께서 "제사 음식 좀 하지?" 그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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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제사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의 제사란 게 이랬다.... 장유유서가 어쩌니 저쩌니 가르치는 당사자인 어른들이.. 제삿상 앞에 모여 앉고, 새파란 사촌동생들까지 덤으로 그 옆에 앉힌다. 그 담엔 장유유서란 말은 싹 달아나고..어린 것들이 큰 어머니에게 수저를 달라 밥을 달라 명령을 해대는 게 제사였다..

우리 집이야 딸만 있으니... 그 제사에 껴도 된다는 할아버지의 엄명이 있긴 했다만..
제사에 껴서(?) 절을 하더라도 음식하는 사람인 건 마찬가지고.. 누군가는 부림을 당하는 조수 역을 하는 게 사실이더라.. 그냥 제사 자체가 싹 바뀌던지 .. 안하던지 하는 게 낫단 쪽으로 당연히 생각이 옮겨가더라..
그래서 제사 음식 가지수와 양을 좀 줄이고, 제사 자체의 무게를 줄이는게 어떠냐고 늘상 말하던 참인데..
그런 내가..제사 음식이라고 뭐 제대로 할 수가 있을 리가..(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오죽 바쁘시면 부탁을 하셨을까만.. 나야 그렇게 흔쾌히 말하기 어렵지..

제사의 불합리함은 사실.. 그 풍습 말고도 한가지 더 있지..
전에도 적었듯이.. 다른 건 다 풍족하게 하더라도.. 농산물 만은 넉넉하게 사지 않는게 아버지의 살림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김치냉장고..나 기타 등등 가전제품이나 침대 같은 건 사도 괜찮지만..
농사짓는 입장으로.. 농산물을 함부로 사먹자니.. 내키지 않는데다 시중에 파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인스턴트 음식이 아주 싫으시다던가..;; (유전자 조작콩으로 국산 두부라고 만들어 팔면 드실 수가 없단다.. 국산이면 뭐하냐고..그런 이유로 집에 라면이나 과자도 없다..) .. 또.. 빵이나 양식 종류는 아예.. 손도 안대시는 편..(그런 거 안 먹어도 산다고 생각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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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딸들도 마찬가지로 농사짓는 대상인.. 복숭아 포도, 딸기, 사과 같은 건 잘 사먹지 않는다. 집에서 질리게 먹기 때문에 사먹을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 내 집 과일을 남에게 사먹는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라는 ... 그래서 아버지의 밥상은 직접 재배한 채소로 채워지거나 근처 도살장에서 사온 고기류, 생선류로 채워지는 것이다...(그래서 가짓수가 많기 어렵다 ㅠ.ㅠ..밥상차리기 힘들어)

그런데 그 음식에 관한 규칙이..
제사에 한해서는 깨어진다..제철이 아닌 과일이나..건어물 같은 걸 사자니..그렇게 되버리는 건데..
말하자면 사람이 먹지도 않을 음식에 더 많은 돈이 허비되는 셈이다.. 푸휴휴..

어제인가는 .. 김장김치를 치우라는 명령(?)이 떨어져서.. 돼지고기 김치찌개와..볶은 쌈장과 상추, 그리고 볶은 건어물로 밥상을 차려드렸는데.. 아버지께 한소리를 들었다.. 장류에 속하는 쌈장의 양이 너무 많아 나중에 먹는게 맘에 안 드신다는 건데..허걱..

먹을 때는 쌈장을 한 수저씩 먹는 사람이 없지만..그러니까 조금만 쓰지만, 쌈요리에 또 없어서는 안되는게 쌈장이다. 그리고 많이 만들어서 담았다 쓰는게 장인데.. 그걸 볶을 때는.. 두 주걱 정도는 되야.. 제대로 볶아진다.. 볶을 수 있는..최소량이 그 정도인데.. 그게 많아서 남으면 나중에 먹는게 싫으시다는 거다..바로바로 해서 드시고 싶단 이야기.. ;; 한숟가락씩 볶을 수야 없잖아요..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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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이라는 게.. 예전에는 남자가 힘이 더 드는 일이 많아서..(농기구 사용 때문에) 같이 농사를 지으면서도 밥차리는 일은 여자가 했을 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밥을 차린다는게 김치 하나에 아침에 해둔 찬밥 한공기였을테니..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요즘의 농사는 대개의 일은 농기계를 사용할 때가 많고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일은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힘들다.. 그 상태에서 밥상을 차려야만 하는 어머니가 반기를 드신지 꽤 오래 되셨다..
말하자면... 농번기에 밥상 투정.. 절대 금물인 거다..그랬다간 어머니의 응징.. 김치 하나만 밥상에 올라오기 형벌이 내려진다..반찬을 매일 새로 마련해야 하느니.. 그런 말.. 얄짤 없다..(사실 반찬 투정이라는 게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딸이 밥상을 차리니.. 이제 만만하신게지..;;

제사가 싫으니 어쩌니해도..
솔직히 난 이 동네에 자랐던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 보다는 나은 처지에서 자랐다..
60, 70, 80년대에 자라던 딸들과 아들들은 국민학교 만 졸업하면 당연히 공장에 가서 부모한테 돈을 날라다 주는 꿈나무였고..  아들 딸 많이 키워 밥 좀 먹어보자가.. 그 때의 슬로건이었던 만큼..내 친구 중에도 꽤 여럿이.. 중학교 졸업하자 마자 기숙사가 달린 야간학교로 진학했다..

15살도 안된 어린 아이에게 그런 일을 당연히 시켜야한다고 하면.. 요즘의 어린 사람들이 .. 그걸 당연하게 생각해줄까? 하지만 내 친구의 부모에게는.. 딸은 글만 가르쳐놓으면 야무지게 돈을 벌어다주는.. 제법 돈되는 자식이었다는 거.. 그게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여러 의미로 마음의 빚이었다..

뭐 어쨌든.. 아버지.. 제사 음식 좀 줄이자구요..투덜투덜..


참 이건.. 오늘 마련한 블로그 디자인 1차.. 이걸 진행해 말어..
(눌러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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