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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빛나는, 백곰의 천박한 돈 드디어 사랑을 흔들다

Shain 2011. 7.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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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재미있게 읽은 오헨리의 단편 소설 중에 '재물의 신, 사랑의 신'이란 것이 있습니다. 오헨리의 단편소설은 짧은 글 속에 담긴 진지한 메시지, 그리고 재치있는 결말과 반전으로 유명합니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로 약간은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한 부자의 아들이 한 여인을 몹시도 사랑하게 됐지만 그 여성은 내일이면 멀리 떠나는 사람으로 사랑을 고백할 시간이 없습니다. 애태우며 전전긍긍하던 아들은 묻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돈으로 안되는 것도 있다고 말이죠.

결론만 말하자면 아버지는 자신의 무한한 돈으로 아들이 그 여성에게 고백할 시간을 벌어줍니다. 그 아들이 고백할 수 있었던 용기 덕분에 사랑이 이루어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버지의 돈 때문에 시간이 벌어진 것인지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하여튼 주인공 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습니다. 인류가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되새겨진 질문, 돈이냐 사랑이냐 하는 문제를 다룬 오헨리 특유의 유머가 흥미로운 소설이었죠.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는 주말극답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족이나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무엇 보다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이야긴 '돈'입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고 어떤 가치관으로 상대하느냐가 주요 갈등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세상의 전부이고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말하는 백곰(김지영)과 자신이 살아온 경험 때문에 그 백곰을 따르게 되는 황금란(이유리), 그리고 돈으로도 안되는게 있다고 말하는 한정원(김현주)가 격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백곰을 대신해 칼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금란은 깨어났지만 아직까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평소 흔들림없는 사랑을 자랑하던 송편(김석훈)과 한정원은 백곰의 거짓말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송편은 황금란이 빼돌렸던 조작된 계약서를 정원에게 넘긴채 백곰의 집으로 들어가 후계자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정원에게는 이대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송편의 정확한 속셈은 알 수 없지만 사람목숨과 미래가 왔다갔다 하는 판에 혼자 사랑타령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겠죠.



송편을 붙잡아 보려 하는 정원

지난 회에 백곰이 금란을 담당한 의사에게 오천 내지는 팔천의 돈을 주겠다며 금란이 불임이라 말하라고 할 때 그래도 TV 드라마인데 의사가 자신의 양심을 지키지 않을까 생각해봤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십억도 두렵지 않은 백곰답게 의사는 한지웅(장용)과 진나희(박정수)에게 불임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말더군요. 의사의 양심이 돈 앞에서는 너무도 손쉽게 무너지는 장면이라 허탈하면서도 일면 어디선가 본 장면이다 싶어 씁쓸하기도 합니다.

백곰에게 침을 뱉으며 돈 밖에 모르는 사채업자를 욕하던 진나희가 자신의 시어머니일 수도 있었던 이지수(최수린)에게 당당한 것도 어쩌면 돈의 힘인지 모릅니다.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가 시아버지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윤리'의 가면을 쓰겠지만 남부러울 것없이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사모님이 어린 여자에게 함부로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돈이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본인이 인정하든 않든 간에 이지수는 시어머니 서열임에도 진나희는 반말을 하고 하대를 합니다.

돈 앞에 무너진 의사의 양심

백곰은 의도적으로 금란이 불임이란 말을 정원과 송편 앞에서 했고, 송편에게 아이도 못낳는 여자를 우리가 거둬줘야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냐고 합니다. 평소 어머니에게 반발하던 송편도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칼을 맞고 미래를 망친 여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정원은 그런 송편이 멀리 떠날 것만 같다는 예감에 달리는 버스를 뒤따르며 끝끝내 송편을 버스에서 내리게 만듭니다. 이런 저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달라며 장을 보고 송편의 집으로 가는 한정원.

정원이 칫솔을 고르며 망설인 것은 어떻게든 송편을 붙잡고 싶어 덜컥 '사고'라도 쳐볼까 고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소 그녀의 가치관에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사랑하는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송편이라면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정원을 떠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어머니 대신 다친 여자에 대한 책임감이 커도 정원을 외면할 수 없을테니 정원이 술을 마시자고 조르고 칫솔을 준비했던 것이겠죠.

어떻게든 송편을 붙잡으려 하는 정원

초반에 언급한 오헨리의 단편소설에서 부자 아버지가 아들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썼던 방법은 수많은 짐마차와 마차를 돈으로 고용해서 아들과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탄 마차를 둘러싸게 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남들 보기에도 괜찮은 남자였지만 평소 인기있는 그 여자에게 사랑고백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탄 마차가 다른 마차들에 쌓여 꼼짝을 못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프로포즈할 시간이 생겼던 것이죠.

역시 재물의 신은 사랑의 신 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녔던 것일까. 한지웅의 회사를 말아먹고 황남봉(길용우)을 도박하게 하는 등 양쪽 집안을 뒤흔들어놓던 백곰이 의사를 매수해 송편의 선택까지 바꾸게 하는 장면은 '사랑이냐 돈이냐'라는 고전적인 질문이 다시 한번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라 하는 사람도 많지요.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사람살이는 세월이 지나도 별로 변하질 않나봅니다.



송편의 진심은 무엇?

평생을 자신의 사채업을 물려받지 않겠다 하던 송편이 집으로 돌아와 후계를 잇겠다고 하자 백곰은 믿지 못하겠단 반응을 보입니다. 광수를 시켜 이것저것 알아보라 하는 백곰은 아들이 자신의 옆으로 왔는데도 그 상황을 반가워하기 보다 의아해할 정도로 아들과의 신뢰가 두텁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들이 왔는데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다니.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행복도 누리지 못할 만큼 빡빡한 삶을 살고 있는게 바로 백곰인 것입니다.

집으로 들어간 아들의 본심은

제 생각엔 정원과 헤어진 송편이 금란과 결혼하겠다고 나설 것같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사채업을 물려받겠다고 하지 않아 아무 상관없는 정원이나 금란까지 고통받는게 아닌지 고민하다 자신의 어머니는 스스로 감당하기로 마음먹은 듯합니다. 세상 그 누구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자신의 어머니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마입니다. 그런 어머니를 책임져야할 사람은 금란도 정원도 아닌 자신 밖에 없겠지요.

얼마 만큼 아들을 미치게 만들어야 백곰이 사채업자가 아닌 한 아들의 어머니로 돌아올까요. '돈'은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반면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송편이 정말 자신의 어머니를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돌아온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의 뜻을 따르고 자신이 희생하기 위해 돌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엔 결국 '돈'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재물의 신 보다야 사랑의 신이 더 강하다는 게 시청자들의 믿음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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