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명의 실종자를 뜻하는 말 '미씽나인'. 이 드라마는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실종사고를 시작으로 실종자 아홉명에 대한 진실찾기를 시작한다. 도대체 왜 최태호(최태준)와 서준오(정경호)가 반목하는지 히스테릭한 윤소희(류원)가 서준오를 살인자라 경멸하는지 그 이유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그들의 진실찾기는 사뭇 중요한 무게를 지닌 듯 보였다. 그들이 숨긴 '진실'은 이후에 발생한 모든 살인과 은폐의 근본적 이유였고 끝까지 드라마를 이끌어간 긴장감의 원천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실종된 사람들. 처절하고 끔찍했던 생존기와 주변 이야기들은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미씽나인'의 마지막회는 진실찾기와 거리가 멀어보인다. 최태호와 장도팔(김법래)의 범죄가 모두 밝혀졌지만 그들의 엔딩장면은 뜬금없는 '화합'이었다. 최태호는 신재현(연제욱)과 윤소희의 살인 혐의로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그중 한건은 그나마 공모한 살인이다. 이열(찬열)과 김기자(허재호), 중국 어선 선원들을 직접 살해하고 정기준(오정세)를 비롯한 여러 사람을 살해 협박했으나 그의 여죄는 해피엔딩이란 이름으로 묻혀버렸다.


최태호와 라봉희(백진희) 그리고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여러 사람들이 옥탑방에 페인트를 칠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떨떠름했다. 미스터리와 긴장감으로 끌고 나가던 진실찾기는 이런 결과를 위한 것이었나. 진실찾기의 무게감이 확연히 줄어버린 마지막 장면에 크나큰 아쉬움이 들었다. 아홉 사람의 진실이나 목숨 보다 중요했던 소수의 이익. 비정한 현실세계를 연상케 했던 그들의 대립구도가 일방적인 화합으로 재탄생하다니. 권력자 조희경(송옥숙)과 이재준(김재철)의 몰락은 좀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옳았다.






아마도 새로운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산산조각냈기에 더욱 아쉬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많은 키워드와 대립구도, 무인도와 문명세계의 생존 경쟁은 현실사회의 많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가 정치적이었다거나 메시지를 내포했다기 보다 참혹한 현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초반부에 잘 묘사됐기 때문이다. 배가 가라앉고 아이들이 죽어갈 때 얼마나 많은이들이 패닉에 빠졌던가. 실종자들 하나하나의 사연과 속사정 보다 혼자 살아남기 위해 은폐하려던 권력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려 노력했겠지만 분명 제작자들은 기획과정에서 조금이나마 현실을 의식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조희경이 유세중 찾아간 식당에서 주인이 조희경에게 '염병하네'를 외쳤을 리 없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진실 은폐의 과정이 그렇듯 눈에 익숙할 리 없다. 사고와 사고를 처리하는 권력자들의 방식은 현실과 많이 닮아 있. 이런 현실 조명을 가볍게 집어넣을 웃음 코드 정도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 역할을 한 김기자와 직접 사건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 사건을 조작, 덮고자 했던 조희경.


더우기 '미씽나인'은 초반에 매우 신선한 소재의 매력있는 드라마였다. 무인도에 추락한 전세기와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아홉명의 생존자에겐 아홉개의 사연이 숨겨져 있다. 아홉명 모두가 극을 이끌고 가는 얼개이고 연결고리다. 남녀 주인공 두 명을 중심으로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흔한 드라마와 진행 방식 자체가 달랐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뻔한, 최태호가 살인마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했으며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섞은 코믹 요소가 쓸데없이 길거나 어색했다.


특수촬영된 비행기 추락 장면이나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인도의 장면이 섬뜩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초조함에 불편해한 시청자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긴장감이 매니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이었는데 후반부는 서준오, 정기준의 코믹 커플과 살인마 최태호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흘러간다. 초반부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후반부까지 긴장감의 이완을 잘 조절하지 못한 것이다(물론 이 점은 편당 60분으로 장르 드라마가 방송되기 힘든 공중파에선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마지막회의 뜬금없는 화합은 무엇을 위한 설정인가.


도저히 묻힐 수 없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가 마지막회까지 실망스럽고 보면 의아한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시청률을 의식해 대본을 무리하게 수정했거나 현실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축소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최태호에게 살해당했지만 꽤 오래 등장할 것같았던 이열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한때 '미씽나인 찬열 키스 장면'이라는 검색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재등장을 기대했던 팬들이 많았지만 그는 5화에서 실종된 후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또 중간에 재촬영을 한듯 눈내린 섬에서 버섯따는 장면이 방송됐다. 사전 촬영된 부분이 다수 잘려나간듯하다.


거기다 최근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이슈를 다룬 MBC '탄핵'의 제작진이 전보 발령 받은 사건을 보아(관련뉴스 : 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하고 담당PD 내쫓았다, 미디어오늘) '미씽나인' 방송사는 박전대통령, 탄핵 관련 이슈를 매우 편향되게 취급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관련 이슈가 뜨거운 감자인 시기에 '미씽나인'이 탄핵의 쟁점인 '세월호 사고'를 닮아있다는 것이 소위 높은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닐까. 해당 방송사의 성향이 지나치게 친박인 건 몇년간 수차례 지적받아온 문제다.


예상과 달리 영원히 사라진 이열과 눈오는 날 추가촬영된듯한 장면. 대본 수정이 있었나.


나는 드라마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바란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 방송 컨텐츠는 사회 관련 이슈에 민감한듯 하면서도 본질을 다루지 못한다. 정치 풍자 코미디나 실제 사건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도 핵심적인 문제는 쉽게 다루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사이다' 류의 컨텐츠 조차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배경을 무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즉 미디어가  지나치게 권력의 눈치를 본다. 비록 시청률은 낮아도 특정 팬층의 지지를 받은, 수작이 될 뻔했던 '미씽나인'이 현실 반영도 미흡하고 완성도도 허탈한 드라마로 남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을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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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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