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에서 이렇게 섬뜩한 이야기는 간만이다. 드라마 '미씽나인'은 비행기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하며 누구 보다 우아하게 살아오던 그들은 극한 상황에서, 죽음의 공포 앞에서 한없이 잔인해진다. 인간은 이렇게 나약한 존재고 사악한 존재였던가. 그들의 악함은 극한 상황 때문에 드러난,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인간의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류가 끝없이 되묻던 근본적 질문이다.


드라마 '미씽나인'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이기적이고 이타적인가.


두번째 의문은 잃어버린 것이 과연 실종자 9명 뿐일까하는 점이다. 실종된 9명과 전용기 추락으로 죽어버린 사람들. 잃어버린 것은 사람 9명이지만 그들이 속해있던 문명사회는 더 많은 것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진실과 실종자의 목숨 보다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한 사람들. 위험하고 배고픈 무인도의 미씽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문명사회도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이다. 현실세계도 그 섬과 똑같이 양심과 인간성, 진실같은 가치들을 쉽게 잃어버린다.

'미씽나인'은 동시에 실종사건의 묻혀진 단서들을 의미하는 듯하다. 전용기가 추락한 이유는 단순히 기상악화 때문일까. 이기적 성격의 최태호(최태준)는 왜 신재현(연제욱)의 죽음을 이유로 서준오(정경호)를 증오하는 것일까. 생존자 황제국(김상호)의 죽음을 사주한 장도팔(김법래)과 조사위원장 조희경(송옥숙)은 무엇을 위해 사건의 진실을 덮고 싶어하는 것일까. 추락한 비행기 파편처럼 여기저기 널부러진 단서 속에 사건의 맥락은 단서없는 한편의 진실게임이 되가는 듯하다.




라봉희의 기억이 돌아왔어도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윤태영(양동근) 검사는 라봉희가 최면 속에서 자신이 윤소희를 죽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생존자 황제국이 나타나고 라봉희의 진술로 범인은 최태호로 밝혀졌지만 최태호가 귀국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라봉희의 기억 속에서 유난히 잔인했던 최태호는 수많은 팬클럽을 거느린 최고 스타다. 레전드 엔터테인먼트에겐 돈줄이고 팬들에겐 절대선인 그의 진술이 라봉희의 기억 보다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세번째 질문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을 구하고 함께 살자는 라봉희와 서준오의 선택은 '문명화'된 인류가 알고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늘 불안해하고 사람들을 의심하는 윤소희의 질문에 라봉희는 '나 혼자 사는게 사는거냐'고 되묻는다. '살려고 발버둥치는게 나쁜 거냐'는 윤소희와 최태호에게 하지아(이선빈), 서준오, 라봉희, 이열(박찬열), 정기준(오정세)은 늘 같은 대답을 한다. 같이 살아야한다고 말이다.


최태호의 등장과 함께 더욱 엉켜버린 진실. 둘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소희는 사랑하던 신재현의 죽음을 목격했고 그를 새도우 보컬로 이용하면서 배신했던 준오와 사람들을 원망했다. 그녀의 불안은 약한 짐승의 떨림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도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지 못한다. 최태호 역시 무인도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누구 보다 착한 사람인척 들키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인간은 어디까지 이기적이어야하는 걸까. 외딴섬에 소희와 봉희를 구하러 가던 사람들처럼 죽었을지 모를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그들의 상황은 이기심과 이타심의 한계를 궁금하게 만든다.

네번째 의문은 영화 '라쇼몽(羅生門, 1950)'과 관련된 것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 영화는 인간이 어디까지 주관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죽어버린 사무라이와 그의 아내, 그리고 도적 -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기억을 진술한다. 객관적 사실은 하나지만 그들은 사건의 진실을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한다. 한없이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준 라봉희의 진술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황제국 사장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섬에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졌다'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걔는 기억해야지'라는 발언을 했다.


윤소희는 사람의 본질을 똑바로 직시했던 것일까. 가장 나약했던 윤소희의 죽음.



그의 말은 많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살육전이란 말은 살인자가 둘이상일 가능성을 추리하게 한다. 그 섬에서 일어난 몇번의 살인에 라봉희가 관계되어 있다는 뜻일 수 있고 레전드 엔터테인먼트와 국내에 큰 영향을 끼칠 사건이 벌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단순히 황제국의 회사를 노리고 있던 장도팔이 사장 황제국을 죽인 것이 아니라 윤소희의 시체가 발견되던 시점에 최태호를 만나 밝혀져서는 안되는 진실을 듣게된 장도팔이 비밀을 덮기 위해 제국의 죽음을 사주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연 라봉희는 온전히 결백하기만 한 생존자일까.

라봉희는 추락 직후부터 눈에 띄는 생존본능을 보여왔다. 식량을 있는대로 끌어모으고 섬을 탈출한줄 알았던, 기존 표류자의 흔적에서 희망을 보았다가 그 시신을 봤다는 열의 말에 금새 야수처럼 서준오를 공격했다. 사냥 능력과는 별개로 살고싶다는 그녀의 욕구는 나머지 실종자들을 북돋우는 힘이 되지만 최태오처럼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억을 잃은 척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관(민성욱)의 진찰 장면도 그렇고 혹시 라봉이는 구조 후에도 생존본능이 발휘되어 최태오에게 모든 죄를 덮어 씌우는 게 아닐까. 라봉희에게 라쇼몽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라봉희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 만큼 수상하기도 하다. 남다른 생존본능을 보여왔던 라봉희.



마지막 의문은 그 모든 단서를 밝혀줄 추가 생존자의 존재다. 7회 예고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섬의 김기자는 최태호의 살인을 추측한다. 사진을 들고 나타난 그가 알려줄 진실, 혹시나 그의 카메라에 담겼을 진실은 어떤 혼란을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생사가 밝혀지지 않은, 지아와 태호항(태항호), 정기준 그리고 바다로 떠내려간 이열이 있다. 그들 사이에 얽힌 앙금, 사랑이 낳은 복수극이 될지 함께 그 섬을 탈출한 것으로 짐작되는 그들 사이에 어떤 균열이 있을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것같다.

개인적으로 지독한 러브라인을 포기한 M사의 드라마는 간만이라 드라마 '미씽나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물론 한번도 시청률 10%를 넘지 못했고 수목드라마 중 가장 낮은 시청률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후반부 구성이 늘어지지만 않는다면 완성도 만큼은 어느 드라마 못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되돌아온 라봉희는 희한할 정도로 서준오를 떠올리지 않는다. 라봉희는 과연 라쇼몽 효과에 빠진 것일까 아니면 진실을 말한 것일까. 씁쓸하고 섬뜩하지만 실종자 9명과 함께 인간이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흥미로운 드라마가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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