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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카페'는 본디 예술인들이 정보를 나누고 사교를 도모하던 곳이었습니다. 각양각색의 문인들과 배우들이 유명한 카페에 모여 시를 읽고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17세기 경 유럽에 전래된 커피와 함께 시작된 문화, '카페(Cafe)'라는 단어의 어원은 터키어로 '커피'를 뜻하는 말이었다는데 1700년경 런던에는 삼천여개의 커피 하우스가 있었다고 하고 1689년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카페는 아직까지도 커피를 팔고 있다는군요. 우리 나라에서 커피를 마신 공식기록은 고종 황제였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커피를 처음 접할 땐 쓰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맛에 질색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실수록 그 중독성 때문인지 '인이 박여' 끊을 수가 없습니다. 고종 황제 역시 워낙 커피를 즐겨 마시다 보니 커피에 독을 섞어 죽였다는 독살설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상류층들만 즐기던 커피였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점점 더 대중화되어 다방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예술인들이 카페에 모여 문화를 꽃피웠듯 한국의 예술인들도 다방에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요.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빛나리 단장 신정구(성지루)는 다방을 마치 자신의 사무실처럼 이용합니다. LP를 틀어주는 다방 마담도 사무실처럼 전화도 대신 받아 주고 손님도 안내하는 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해줍니다. 할일없는 단원들이나 공연 섭외를 해야할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방으로 모여들고 이정혜(남상미)같은 연예인 지망생들은 단장을 찾아 다방으로 쫓아와 애원을 하기도 합니다. 다방이 그런식으로 시대를 앞선 영화인들이나 공연가들의 사무실처럼 이용된 건 일제강점기 때부터라고 합니다.
물론 예술인들과 전혀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던 그냥 다방도 있었지만 일명 '문화 다방'이라 불리던 예술인들의 공간은 지금도 종종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배우였던 복혜숙의 '비너스 다방'은 극작가와 영화감독, 배우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으로 유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초의 한국인 다방이라는 이경손 감독의 카카두, 종로에 있던 영화배우 김용규의 '멕시코 다방 ' 등이 비슷하게 예술인들이 모이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2001년 방영된 드라마 '동양극장(KBS)'에서도 당시 작가들과 배우들이 다방을 돌며 모임을 갖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었습니다.
이런 다방 '문화'는 한국전쟁이 끝난 60년대 이후 조금 더 변하게 됩니다. 학생들의 정치적 열기가 들끓던 다방도 있었고 클래식 음악이나 몰래 들여온 팝을 틀어주던 '음악감상실'도 있었지만 충무로의 '스타다방'이나 '청맥다방'은 영화감독들의 쉼터로 유명했었다고 합니다. 다방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던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이야기하던 장소였지만 70년대부터 그런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사라져가게 됩니다. 다방이 점점 더 늘어가고 펄시스터즈의 노래 '커피한잔'처럼 연인들이 데이트하며 서로를 기다리는 장소, 약속 시간 까지 차 한잔 마시며 기다리는 장소로 변모해갔기 때문입니다.
50년대 이후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는 주로 수입품이거나 미군부대에서 몰래 들여온 PX 물품들이었습니다. 61년 쿠데타 이후에는 정부에서 커피가 외화낭비의 주범이라 지적하며 한때 커피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했었는데 60년대 후반에 다시 해제되어 다방과 커피는 더욱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객석 320석을 갖춘 대형 다방도 있었고 70년대에는 더욱 발전하여 다방에서 담배피우며 회의하는 풍경도 종종 볼 수 있었다는군요. '음악'과 '차'와 '예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보니 이 드라마의 무대도 자연스럽게 그 다방이 되나 봅니다.
70년대 후반경에는 차와 음악을 듣던 다방이 변모해 디스크 자키 즉 DJ가 다방에 등장하게 됩니다. LP판이 잔뜩 꽂힌 음악실에 앉아 손님들이 적어준 사연을 읽어주거나 분위기 좋은 음악을 선곡해주던 DJ. 그들은 잘 생긴 외모로 웃음을 날리며 손님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좀 '잘 나간다' 싶은 다방에서는 인기 디제이를 앉히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의 다방에서 제일 인기를 끈 것은 누가 뭐라도 '모닝커피'가 아니었나 싶네요. 80년대 시골처럼 쌍화차에 '계란 동동' 띄운 게 아니라 설탕 프림 다 섞은 커피에 '계란 동동' 띄워 먹던 모닝커피입니다.
외국 어디에선가는 실제로 계란을 커피와 섞어먹는 메뉴가 있다고 하는데(일종의 칵테일 아닐까 싶더군요) 계란 노른자와 커피의 궁합은 상상하기 힘든 맛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침을 거르고 출근해 업무를 봐야했던 직장인들에겐 필수코스처럼 되어 아침부터 모닝커피를 마시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무실 부근 다방에 극중 강기태(안재욱)와 신정구 단장이 그랬던 것처럼 외상장부를 만들어놓고 매일 들러 마시는 커피값을 몰아 결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군요.
때로는 지난 밤에 마신 술이 너무 과해 위스키 등을 섞은 다른 음료를 다방에서 마시기도 했고 해장 삼아 마시는 '해장커피'도 유행했습니다. 한때는 톱밥커피, 꽁피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커피찌거기와 톱밥, 담배꽁초 등을 섞어 가짜 커피를 팔던 사건을 뜻하는 말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도 커피값은 그리 싸지 않았지만 70년대 초반에도 커피값은 상당히 비쌌다고 합니다. 당시 공장 여공들의 하루 임금이 50원 쯤이었는데 커피 한잔 값도 그정도였다고 하는군요.
극중 강기태가 신정구 단장을 기다리며 엽차를 여러잔 시켜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커피값이 그리 비싸니 커피 한잔만 시켜먹으면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그리 나무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란 가사처럼 다방에 앉아 성냥갑에 있던 성냥개비로 탑을 쌓으며 시간을 떼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80년대 인스턴트 커피가 늘어나고 커피 자판기가 생기면서 이런 풍경도 사라지고 80년대 후반엔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샵'이 유행하기 시작했죠.
'빛과 그림자'에서 묘사되는 다방 문화는 '문화 다방'에서 일반 다방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 문화가 전국민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쇼단을 비롯한 공연 문화가 쇠락하기 시작하고 커피의 보급과 더불어 다방은 문화예술인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닌 대중적인 장소로 변해갑니다. 월남에서 벼락부자가 된 양태성(김희원)의 재등장과 함께 이정혜 등은 영화판으로 뛰어들 기세고 중정 미림팀에서 최고 권력을 누리는 장철환(전광렬)과 차수혁(이필모)은 강기태의 앞길에 그닥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다방에서 죽치며 쇼비지니스를 배우는 강기태, 그의 앞날이 궁금합니다.
커피를 처음 접할 땐 쓰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맛에 질색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실수록 그 중독성 때문인지 '인이 박여' 끊을 수가 없습니다. 고종 황제 역시 워낙 커피를 즐겨 마시다 보니 커피에 독을 섞어 죽였다는 독살설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상류층들만 즐기던 커피였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점점 더 대중화되어 다방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예술인들이 카페에 모여 문화를 꽃피웠듯 한국의 예술인들도 다방에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요.
모든 업무를 다방에서 처리하는 빛나리 쇼단과 사무실을 가진 세븐스타 쇼단.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빛나리 단장 신정구(성지루)는 다방을 마치 자신의 사무실처럼 이용합니다. LP를 틀어주는 다방 마담도 사무실처럼 전화도 대신 받아 주고 손님도 안내하는 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해줍니다. 할일없는 단원들이나 공연 섭외를 해야할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방으로 모여들고 이정혜(남상미)같은 연예인 지망생들은 단장을 찾아 다방으로 쫓아와 애원을 하기도 합니다. 다방이 그런식으로 시대를 앞선 영화인들이나 공연가들의 사무실처럼 이용된 건 일제강점기 때부터라고 합니다.
물론 예술인들과 전혀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던 그냥 다방도 있었지만 일명 '문화 다방'이라 불리던 예술인들의 공간은 지금도 종종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배우였던 복혜숙의 '비너스 다방'은 극작가와 영화감독, 배우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으로 유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초의 한국인 다방이라는 이경손 감독의 카카두, 종로에 있던 영화배우 김용규의 '멕시코 다방 ' 등이 비슷하게 예술인들이 모이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2001년 방영된 드라마 '동양극장(KBS)'에서도 당시 작가들과 배우들이 다방을 돌며 모임을 갖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었습니다.
예술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다방의 역사
이런 다방 '문화'는 한국전쟁이 끝난 60년대 이후 조금 더 변하게 됩니다. 학생들의 정치적 열기가 들끓던 다방도 있었고 클래식 음악이나 몰래 들여온 팝을 틀어주던 '음악감상실'도 있었지만 충무로의 '스타다방'이나 '청맥다방'은 영화감독들의 쉼터로 유명했었다고 합니다. 다방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던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이야기하던 장소였지만 70년대부터 그런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사라져가게 됩니다. 다방이 점점 더 늘어가고 펄시스터즈의 노래 '커피한잔'처럼 연인들이 데이트하며 서로를 기다리는 장소, 약속 시간 까지 차 한잔 마시며 기다리는 장소로 변모해갔기 때문입니다.
보리수 다방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는 강기태
70년대 후반경에는 차와 음악을 듣던 다방이 변모해 디스크 자키 즉 DJ가 다방에 등장하게 됩니다. LP판이 잔뜩 꽂힌 음악실에 앉아 손님들이 적어준 사연을 읽어주거나 분위기 좋은 음악을 선곡해주던 DJ. 그들은 잘 생긴 외모로 웃음을 날리며 손님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좀 '잘 나간다' 싶은 다방에서는 인기 디제이를 앉히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의 다방에서 제일 인기를 끈 것은 누가 뭐라도 '모닝커피'가 아니었나 싶네요. 80년대 시골처럼 쌍화차에 '계란 동동' 띄운 게 아니라 설탕 프림 다 섞은 커피에 '계란 동동' 띄워 먹던 모닝커피입니다.
계란 동동 띄운 모닝 커피, 70년대 다방 문화
외국 어디에선가는 실제로 계란을 커피와 섞어먹는 메뉴가 있다고 하는데(일종의 칵테일 아닐까 싶더군요) 계란 노른자와 커피의 궁합은 상상하기 힘든 맛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침을 거르고 출근해 업무를 봐야했던 직장인들에겐 필수코스처럼 되어 아침부터 모닝커피를 마시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무실 부근 다방에 극중 강기태(안재욱)와 신정구 단장이 그랬던 것처럼 외상장부를 만들어놓고 매일 들러 마시는 커피값을 몰아 결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군요.
때로는 지난 밤에 마신 술이 너무 과해 위스키 등을 섞은 다른 음료를 다방에서 마시기도 했고 해장 삼아 마시는 '해장커피'도 유행했습니다. 한때는 톱밥커피, 꽁피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커피찌거기와 톱밥, 담배꽁초 등을 섞어 가짜 커피를 팔던 사건을 뜻하는 말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도 커피값은 그리 싸지 않았지만 70년대 초반에도 커피값은 상당히 비쌌다고 합니다. 당시 공장 여공들의 하루 임금이 50원 쯤이었는데 커피 한잔 값도 그정도였다고 하는군요.
커피 좀 시키라는 레지 언니의 구박과 성냥을 이용한 심심풀이.
'빛과 그림자'에서 묘사되는 다방 문화는 '문화 다방'에서 일반 다방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 문화가 전국민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쇼단을 비롯한 공연 문화가 쇠락하기 시작하고 커피의 보급과 더불어 다방은 문화예술인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닌 대중적인 장소로 변해갑니다. 월남에서 벼락부자가 된 양태성(김희원)의 재등장과 함께 이정혜 등은 영화판으로 뛰어들 기세고 중정 미림팀에서 최고 권력을 누리는 장철환(전광렬)과 차수혁(이필모)은 강기태의 앞길에 그닥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다방에서 죽치며 쇼비지니스를 배우는 강기태, 그의 앞날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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