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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명절 연휴가 길어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은 생각 보다 많지 않습니다. 고생하며 도착한 고향집이지만 있어 봤자 하루나 이틀인데다 노래방같은 곳을 제외하면 같이 즐길 만한 놀이도 별로 없습니다. 그 마저 취향 차이가 나는 가족이 있으면 함께 어울리기 힘들기 마련이죠. 기억해 보면 고스톱을 치거나 윷놀이를 하거나 함께 모여 앉아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 조차 벅찬 명절일 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을 쪼개 만날 사람 다 만나면 돌아가는 길에 길이 막혀 출근에 지장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느냐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죠.
요즘은 명절 특선이다 해서 꽤 괜찮은 영화도 방영해주곤 하지만 과거에는 명절에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뻔한 것들이었습니다. 70, 80년대에 제작된 '이소룡'이나 '성룡'의 쿵푸 영화도 자주 볼 수 있었고 언제 개봉되었는지 그 날짜 조차 알 수 없는 국내 제작 영화들, 혹은 고전이라 불릴 만한 50, 60년대 헐리우드 대작같은 것들도 단골 메뉴였던 것같습니다. 막상 모여서 딱히 볼거리가 없는 가족들은 올해도 이런 것만 하냐 푸념을 하다 드라마로 눈길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들이 '막장'이란 비난을 받는 건 드라마 작가나 제작자들도 잘 알고 있는 문제일거라 봅니다. 서로 결혼하거나 연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여겨졌던 가까운 사이가 맺어지거나 아무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폭로되어 가정이 붕괴되는 이야기, 삼각, 사각으로 꼬인 사랑싸움이 지나쳐 인륜을 저버리는 행동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이 연출된다기도 하고 툭하면 재벌집 자식이 튀어나와 돈으로 뭐든지 다 된다며 서민을 울리는 이야긴 비난하기도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크리스탈박(김수미)은 자신의 사위였던 강형도(천호진)의 딸 강재미(이보영)와 자신의 아들 변동우(이태성)가 결혼하겠다며 사랑을 포기하지 않자 고민 끝에 이런 말을 합니다. '옛날 잣대로만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법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는 동우와 재미의 결혼을 요즘 세상에 허락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크리스탈 박. 대신 그녀는 동우가 결혼하게 됨으로서 상처받는 동우의 누나 변주리(변정수)의 허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습니다.
즉 크리스탈박의 말은 세상의 눈이나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감수하겠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실리적인 선택인 셈입니다. 둘의 결혼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변주리나 강형도와 변주리의 딸인 세라가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상식적이지 못한 그 관계도 용납하겠다는 그 말. 비록 드라마 속 대사이긴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명절 풍경이 바뀌듯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동성동본이라는 이유 만으로 결혼할 수 없었던 연인들이 종종 있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작가의 상상력 만큼이나 다양한 연인 관계가 성립합니다. 입양된 오빠와 여동생 간의 사랑과 복수라는, 다소 복잡한 관계를 주제로 한 드라마 '황금물고기(2010)' 속 연인은 결국 맺어지지 못 했습니다. 대신 죽도록 사랑하는 두 남녀가 피 한방울 안 섞인 남매라면 결혼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반대로 두 사람의 죽고 못 사는 사랑은 언젠가 그 상처가 치유될테지만 입양과 파양이 반복되며 한번 깨어진 가정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스리플리(2011)'나 '천번의 입맞춤(2011)'에 등장한 의붓남매의 경우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극중 연인으로 등장하는 남녀는 부모의 재혼으로 피가 전혀 섞이지 않았지만 '남매'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는 양쪽에 입양되지 않아 남매가 아니라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재혼하면 배우자의 자녀도 나의 자녀가 된다는 통념상 의붓남매와 결혼하고 사랑하는 일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둘 사이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같은 혈연이라도 있다면 연인의 사랑으로 같은 가족이 겪어야할 고통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평생에 단 두 번도 힘들 것같은 그런 사랑을 하는 연인의 감정이 중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 간의 연결고리는 깨어져서는 안되는 것일까요.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삶도 다양해지고 보니 드라마 속 '막장 관계'를 볼 때 마다 내가 더 유연해져야하는 것인지 저런 관계를 지양해야하는 것인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TV는 바보상자이니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 복잡한 관계들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설정되었다고 치부하면 그만일까요. 가끔씩 읽는 신문지상의 사건사고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같습니다.
확실한 건 명절이 되면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함께 모여 밥을 먹고 놀이를 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가족'과 '관계'란 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단단한 끈이란 점입니다.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면 누구와도 결혼이 가능한, 그런 '융통성있는' 결합 보다는 사람들의 상식이나 가족들의 상처를 우선시하는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내 한 사람의 사랑으로 다른 가족에게 혼란이 온다거나 슬픈 일이 일어난다면 사랑 보다 가족이 먼저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며 목을 매는 연인을 위해서 가족사회도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할 필요도 있나 봅니다. 상대가 이혼녀라서 연상이라서 혹은 경제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건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무엇 보다 사람이 모든 가치의 정점이 되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요. 설날 아침, 가족들을 찾아 친척집을 방문하느냐 바쁘신 분들도 많을 거라 봅니다. 명절 마무리 잘 하시고 즐겁고 건강한 연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요즘은 명절 특선이다 해서 꽤 괜찮은 영화도 방영해주곤 하지만 과거에는 명절에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뻔한 것들이었습니다. 70, 80년대에 제작된 '이소룡'이나 '성룡'의 쿵푸 영화도 자주 볼 수 있었고 언제 개봉되었는지 그 날짜 조차 알 수 없는 국내 제작 영화들, 혹은 고전이라 불릴 만한 50, 60년대 헐리우드 대작같은 것들도 단골 메뉴였던 것같습니다. 막상 모여서 딱히 볼거리가 없는 가족들은 올해도 이런 것만 하냐 푸념을 하다 드라마로 눈길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상식으로는 용납 안되는 '애정만만세'의 연인.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크리스탈박(김수미)은 자신의 사위였던 강형도(천호진)의 딸 강재미(이보영)와 자신의 아들 변동우(이태성)가 결혼하겠다며 사랑을 포기하지 않자 고민 끝에 이런 말을 합니다. '옛날 잣대로만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법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는 동우와 재미의 결혼을 요즘 세상에 허락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크리스탈 박. 대신 그녀는 동우가 결혼하게 됨으로서 상처받는 동우의 누나 변주리(변정수)의 허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습니다.
즉 크리스탈박의 말은 세상의 눈이나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감수하겠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실리적인 선택인 셈입니다. 둘의 결혼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변주리나 강형도와 변주리의 딸인 세라가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상식적이지 못한 그 관계도 용납하겠다는 그 말. 비록 드라마 속 대사이긴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명절 풍경이 바뀌듯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동성동본이라는 이유 만으로 결혼할 수 없었던 연인들이 종종 있었으니 말입니다.
입양된 남매 간의 사랑을 묘사한 '황금물고기'
'미스리플리(2011)'나 '천번의 입맞춤(2011)'에 등장한 의붓남매의 경우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극중 연인으로 등장하는 남녀는 부모의 재혼으로 피가 전혀 섞이지 않았지만 '남매'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는 양쪽에 입양되지 않아 남매가 아니라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재혼하면 배우자의 자녀도 나의 자녀가 된다는 통념상 의붓남매와 결혼하고 사랑하는 일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둘 사이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같은 혈연이라도 있다면 연인의 사랑으로 같은 가족이 겪어야할 고통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평생에 단 두 번도 힘들 것같은 그런 사랑을 하는 연인의 감정이 중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 간의 연결고리는 깨어져서는 안되는 것일까요.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삶도 다양해지고 보니 드라마 속 '막장 관계'를 볼 때 마다 내가 더 유연해져야하는 것인지 저런 관계를 지양해야하는 것인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TV는 바보상자이니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 복잡한 관계들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설정되었다고 치부하면 그만일까요. 가끔씩 읽는 신문지상의 사건사고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같습니다.
부모의 재혼으로 의붓남매가 된 '미스리플리'의 주인공.
반대로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며 목을 매는 연인을 위해서 가족사회도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할 필요도 있나 봅니다. 상대가 이혼녀라서 연상이라서 혹은 경제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건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무엇 보다 사람이 모든 가치의 정점이 되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요. 설날 아침, 가족들을 찾아 친척집을 방문하느냐 바쁘신 분들도 많을 거라 봅니다. 명절 마무리 잘 하시고 즐겁고 건강한 연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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