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해품달' 인기에 문근영을 거론한 건 위험한 선택

Shain 2012. 1. 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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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사극 열풍이라 해야할지 각 방송국 별로 최고 인기 사극이 연이어 방영되고 있습니다. KBS에서 성공리에 방영된 '공주의 남자'를 보며 당분간 이 정도 인기 사극은 보기 힘들 거라 했더니 SBS '뿌리깊은 나무'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현대 사회와 역사를 잘 반영한, '명품 사극'의 전통을 만들어버렸습니다. MBC에서 방영중인 '해를 품은 달'은 비록 실제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창작극이고 로맨스 판타지이지만 초반 아역들의 열연에 힘입어 벌써부터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매주 수, 목이 사극 풍년이다 보니 보는 사람들 조차 정신이 혼미할 지경입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애틋한 사랑을 나누게 될 두 주인공 허연우와 이훤 역할을 맡은 배우는 한가인과 김수현입니다. 한가인은 그동안 주연급으로 활약하며 유명세를 떨친 미인 배우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김수현은 다소 낯설 수도 있는 배우였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려서 그럴 것입니다. 대신 드라마 좀 봤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김수현의 저력이 남다르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다만 극중 이훤 보다 몇살 어리게 등장해야하는, 한가인과의 나이차이가 심하게 나서 두 배우의 밸런스를 조율했으면 하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한가인을 주연으로 삼자면 남자 배우를 좀 나이많게 선택하거나 김수현을 주연으로 하자면 여배우를 좀 어리게 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은 제가 보기에도 타당해 보입니다. 아직 6회부터 등장한다는 성인 연기자들의 '궁합'을 보지는 못했지만 얼핏 상상해 보기에도 두 배우의 이미지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겠죠. 성숙한 미녀와 풋풋한 청년의 이미지다 보니 원작 소설 속 이미지와 상반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아직은 아역 배우들이 시청률을 선점했으니 등장해보면 기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품달'에 대한 관심이 집중하다 보니 관련 기사는 대부분 흥미를 갖고 읽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올라온 관련기사는 '한가인'이 아닌 '문근영'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문근영 거절한 ‘해품달’ 20% 이쯤되면 복통?'이란 제목의 기사인데 한가인이 맡은 역을 원래 문근영에게 섭외했었으나 거절해서 시청률이 높은 지금은 문근영이 배아프지 않을까 뭐 이런 내용입니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문근영이 마치 상대 배우가 마뜩치 않아 이 역할을 거절했다는 듯 묘사한 부분입니다.

한 제작진의 발언을 근거로 기자가 적은 내용은 '근영씨 측이 상대 배우 김수현에 대해 좀더 흥행력이 검증된 배우를 원했다'라는 것인데 이 말은 김수현 때문에 문근영이 주인공 허연우 역을 거절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덕분에 댓글란엔 문근영이 감히 김수현을 거절했다는 식의 폄하 댓글도 올라오고 평소 문근영을 상대로 색깔론을 펼치던 사람들까지 가세해 의견을 제시 중입니다. 문근영의 팬들은 나름대로 무조건 시놉이 들어오면 허락해야하냐며 반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 기사엔 간과할 수 없는 몇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첫번째, 문근영하면 사슴눈이라고 할 만큼 지금까지 슬픈 감정 표현을 잘 하는 배역을 자주 맡았습니다. 이 드라마 '해품달'의 배역 역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서글픈 배역입니다. 유사한 역을 문근영이 맡기 싫어했을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김수현 때문이라 언급한다거나 좋은 배역을 거절했다는 식으로 정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흥행 잘되고 좋은 드라마라도 선택하고 말고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두번째, 해품달에 등장하는 배우는 아직까지 아역들입니다. 성인 연기자들의 성공은 검증된 적이 없으며 대부분의 팬들이 성인 등장 이후 이 드라마의 운명이 갈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그 역할을 거절한 배우들은 배아프겠네라고 단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는 거죠. 세번째는 이 기사에 적힌 몇가지 이야기는 사실 관계를 검증해보아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일단 작년 6월 이미 문근영이 '해품달' 출연을 검토한 사실은 없다는 기사가 난 적 있습니다. 팬들은 6월달이면 김수현의 출연이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라 지적합니다.

실제로 김수현이 한가인과 주연을 맡는다는 기사가 게재되기 시작한 것도 2011년 11월 경입니다. 문근영이 '검토 조차 한 적 없다'고 말한 시점과 상당히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아니 이 내용이 팬들이나 시청자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방송가 내부 속사정이라 쳐도 이미 6개월도 전에 방송 제작이나 캐스팅이 확정되기도 전에 시놉을 거절한 걸 두고 이제 와서 배가 아프겠느니 복통이겠느니 하며 유출하는 건 특정 배우를 괴롭히기로 작정한 것이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드라마 인기를 홍보하기 위해 특정 배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의 기사는 홍보 쪽으로도 역효과를 일으켰습니다. '해를 품은 달' 팬들 중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문근영이 특정 여배우들 보다는 적역이라며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으니 어찌 보면 문근영으로서는 '복통'을 일으킬 만한 상황도 아닙니다. 한 드라마를 '최고의 인기작'으로 만들기 위해 특정 배우를 거론한 건 여러모로 아쉬운 실책이 아닐까요. 방송관계자에게서 실제로 흘러나온 말이든 기자의 기사든 간에 오히려 '해품달'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위험한 기사 아니었나 합니다.

어쨌든 '해를 품은 달'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가 이런 기사가 나오니 갑자기 문근영씨가 무슨 죄인가 싶습니다. 요즘은 소위 '언플'의 방법도 다양해 지고 있고 부정적인 홍보 보다는 긍정적인 홍보 아이디어도 많은 시대인데 만약 인기를 자랑하기 위해 이런 기사를 내보낸 거라면, 홍보 방법을 제고해봐야하지 않을까요.

* 포스팅된 글에 링크된 기사는, 댓글이 600개를 넘었을 때 쯤 본문이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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