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FTA와 '미드'의 한국계 배우 출연은 무슨 관계?

Shain 2011. 11. 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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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면 FTA를 찬성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FTA는 국가 정책이기도 하지만 각 사회 분야 사람들의 이익과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농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는 FTA를 수출입과 연관있는 대기업들은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각 직업군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무조건적인 찬성 보다는 꼼꼼히 따지고 국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집권 여당의 성향을 보아 한미FTA가 강행처리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들과 성향이 비슷한 일부 언론들은 벌써부터 미국산 체리와 포도즙 등을 싸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며 설레발치고 있고 중앙일보 등은 사설을 통해 이번 날치기 처리에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수입산 물건을 보며 국내산 보다 다양하고 품질이 좋다며 눈이 휘둥그레해지던, 그 촌스럽던 과거의 모습을 보는 듯 그들은 '미국산 물건'을 국내에서도 관세없이 쇼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드라마 'Hawaii Five-0'에 출연 중인 한국계 배우 그레이스 박과 대니얼 대 김

그런 핑크빛(?) 전망이 있는 반면 FTA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사람들, 또한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도 있게 마련인데 언론은 그에 대한 전망은 자세히 언급하기 보다 대충 얼버무리기 바쁩니다. '농축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애매한 표현이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 피해가 돌아올 지 글을 읽는 독자들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미국 교포들의 우려 때문에 앞날이 깜깜하고 국내 농가들의 붕괴로 국산 농산물 가격이 더욱 오르지 않을까 막연히 불안해할 뿐입니다.

과거에는 내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국내산을 먹는 건 일부 부유층에게나 가능한 사치가 될 지도 모릅니다. 미국에선 이번 FTA가 미국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었다며 대환영을 한다는데 한국 집권여당은 무엇 때문에 미국이 환영하는 비준을 그리 급하게 처리하려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서민들은 FTA의 장점만 설명하며 어제 밤 서울에서 FTA 반대 집회가 있었음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불신합니다. 도무지 TV와 신문을 믿을 수가 없는 이 시대, FTA와 나의 삶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니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FTA는 농축산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TV나 문화산업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문화 컨텐츠 역시 수입대상이 되고 방영 분량이 늘어납니다. 관련 법령이 조정되고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TV에 의무편성해야하는 비중이 줄어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들을 공중파 등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관계 법령을 조정을 위해 11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프로그램 등 편성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의결한 상황입니다.

한국계 미국배우 중 가장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존조(John Cho)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참고: FTA 발효 땐 미국 영화·드라마 '홍수'), 앞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한국산 영화 편성비율을 현행 25%에서 20%로 낮추고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비율도 35%에서 30%로 줄입니다. 또 지상파 TV와 유료방송에서 내보내는 외국제작물의 편성 비율 상한을 60%에서 80%로 높이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도 의결했습니다. 이 내용은 FTA가 비준되면 바로 시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체리와 포도즙 뿐만이 아닌 미국산 문화의 수입도 범람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해집니다.

이게 주목해볼 것이 최근 몇년새 미국 드라마 내 한국계 배우의 출연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미국 드라마는 시청률과 재판매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컨텐츠로 한번 방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시청률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전세계에 수출, 재배급합니다. 국내에서도 FOX TV를 비롯한 많은 케이블 방송이 미국에서 방영된 '미드'를 수입해 한달 이내에 방영합니다. 얼마전에는 미국 AMC 채널의 '워킹데드(Walking Dead)'를 미국 방영 일주일 안에 국내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방영된 미드를 이렇게 빨리 한국에 방영할 수 있는 건 사전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 케이블에서 꽤 다양한 장르의 미드를 시청할 수 있고 최고 인기를 끈 미드는 대부분 그대로 직수입됩니다. 그중에서는 미국 내 시청률 때문에 1시즌도 채 방영되지 않은 미국 드라마들도 있어 국내 미드 수입이 얼마나 활발한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대부분 수입한다고 보면 될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미 한국 시청자들은 미국 드라마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잡은 셈입니다.

미드 '워킹데드(The Walking Dead)'로 주목받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70년대 미국 드라마는 대부분 백인 이외에는 주연급으로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그 현상이 80년대까지 이어졌었지만 80년대 중후반부터 소수인종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인구수가 늘어 TV 드라마의 소비자로 부각되자 주연급의 드라마까지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동양계나 히스패닉들이 주연급 스타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레이스 박, 존조, 대니얼 대 김, 소냐 손, 린제이 프라이스, 샌드라 오 등 미국 국적의 한국계 배우들은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느낌을 주는 얼굴들입니다.

직접 통계를 내 본 적은 없지만 전체 미국 인구수에 비해 주연급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국계 배우의 비율은 상당히 높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국이 미국과 FTA 협상에 나선 것도 몇년전, 미드 제작자들은 이미 한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보고 광범위하게 작업한 것이 아니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FTA 협상이 발효되는 즉시 미드 불법 다운로드는 꿈도 꾸지 말란 농담을 할 정도입니다. 국민들은 FTA 협상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새 그들은 이미 산업 분야 전반에 전방위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FTA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누가 뭐래도 아무런 대책이나 준비없이 '공격'을 맞이해야한다는 점입니다. 농업 분야의 손실이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는 예측과 함께 농업분야에 2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말 외에는 아무런 사전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공개한 정부, 이미 오래전부터 대응책이 마련되었야 함에도 일단 비준부터 통과시킨 그들의 속칭 '무대포 정신'엔 신물이 납니다. 이미 국내법까지 의결된 상황, 미국 드라마 분야만 보아도 미국은 이미 새로운 시장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 나라 문화산업은 대응은 커녕 우왕좌왕 대혼란이 일어나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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