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KBS, 도청 의혹 보다 심각한 공영방송의 자멸

Shain 2011. 6. 30. 10:45
728x90
반응형
저는 요즘 KBS라는 방송국을 아예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기관으로 취급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라의 세금으로 세워진 국영방송이었지만 이제는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KBS는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하는 '언론' 기관입니다. 광고 수익으로 기사를 쓰는 민간 '기업'인 신문사들 보다 훨씬 더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크게 느껴야할 기관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언론 기관들끼리 똑같은 비열한(?) 짓을 저질렀을 때 제일 먼저 비난받아야 하는 것도 KBS입니다.

지난주 방영된 KBS의 '전쟁과 군인'은 간도 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미화했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전쟁과 군인'은 6.25 특집 다큐멘터리를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제작하고 백선엽의 친일 경력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마치 6.25 동안의 공적이 그의 전부인 듯 묘사했고, 특정인을 위한 다큐멘터리, 특정인의 경력을 영웅화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란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후 KBS는 공식적으로 '미화 의도는 없었다'며 발뺌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정권 찬양보다 친일 미화가 더 추악하다(미디어스),

공영방송 KBS가 구설에 오를 껄 뻔히 알면서 왜 저런 행보를 하나 마뜩치 않아 하던 중 최근 '백선엽 다큐'와 맞먹는 심각한 기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KBS 기자들이 국회에서 항의한 것도 모자라 민주당 의원들의 대화 내용을 불법 녹취한 의혹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수신료 인상이 KBS 기자들의 월급인상과 상관이 있어서 그런 공적 장소에서 항의를 했습니까? 어떤 간큰 이익단체가 자기들 월급 올려 달라고 국회 안에서 난리를 친다는 건지 거기다 도청 의혹이라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보자보자 하니까 국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멍청한 수익원으로만 보이는 것인지 최근 KBS 관련 기사들은 가관이 아닙니다. '특정 인물 미화' 문제는 백선엽이 처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문제로 '이승만 미화 다큐멘터리' 역시 방영을 중단하란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8월 중 총 5부작으로 방영될 이 다큐멘터리(참고기사 : 친일·독재 찬양 KBS의 역사쿠데타 멈춰라)는 백선엽 다큐와 더불어 민간단체들과 언론노조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KBS는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1. 현재진행형인 미화 다큐멘터리 논란

다큐멘터리는 창작이나 상상력을 더하지 않은 사실적인 전달 수단으로 특정 역사나 사회현상을 그대로 각본없이 담아내는 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다큐가 한 '현상'이나 '인물'에 대한 편집된 사실 만을 전달한다면, 즉 최근 논란이 된 '백선엽 다큐멘터리'처럼 한국전쟁시 백선엽의 공적이 있는 부분만 집중 방송하고 간도 특설대로 복무할 시기의 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있을 시기의 일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 '특정인 미화'란 비난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11. 6. 24-6.25에 방영된 KBS '전쟁과 군인'의 한장면

특정 인물에 대한 창작된 드라마도 위험하지만 한 인물에 대한 사실을 편집한 이런 방송도 상당히 위험합니다. 8.15에 방영될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이승만'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면서 동시에 부정선거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들리게 만든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불명예 하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이후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문제가 된 백선엽, 노덕술 등의 친일 경찰, 친일 군인 등을 임용한 인물도 바로 이 이승만입니다. 이승만에게는 자신의 정권 창출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정치인이란 평가가 따라다니지만 KBS는 이를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는 아직까지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유관순 코스프레'가 어떠냐고 되묻는 사람들에게 이승만과 백선엽의 미화 쯤은 아무일도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두 다큐멘터리는 국민들 뿐 아니라 KBS의 새 노조 구성원들에게도 비난을 받는 부분입니다. '아무 문제없다'는 공식대응처럼 새 노조에게도 물병을 던지는 등(참고기사: 노조원에게 물병 던지고 목 조른 KBS 간부들) 두 다큐멘터리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2. KBS 민주당 도청 의혹 논란

KBS 수신료 인상 저지 문제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대치 중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회의 과정을 KBS 기자가 도청했다는 것은 심증은 있으되 확실한 물증은 없는 상황이라 합니다. 공개된 녹취록으로 보아 도청된 것은 분명한데 그게 누구냐 하는 부분은 공식적으로 아직 미궁이란 이야기입니다. 한겨례 신문 보도(관련기사 :KBS 기자가 도청…회의전후 대표실 주변 오갔다)에 의하면 민주당은 도청 당사자를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과 긴밀한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라 지칭하며 애둘러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선교의 녹취록을 보며 도청을 고발하겠다 선언은 했고 당사자가 KBS라는 심증은 있지만 아직까진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론 제 3자의 제보로 민주당 관계자들은 KBS가 도청 당사자라는 걸 확신하는 듯합니다. 물론 KBS는 기자의 국회 출입 자격을 이용해 민주당에 대한 공격적 취재를 감행했던 KBS 기자(관련기사: 문방위 KBS 기자들 "몸싸움 하시겠다는건데…")들의 소동 때처럼 자신들은 모른다고 잡아뗍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KBS 김인규 사장

KBS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두고 사원들에게 특별한 당부를 했다고 합니다(“다음 총선때 봅시다” KBS의 협박성 발언). 임원회의에서 '전체 직원이 자신이 몸담을 직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주기를 바란다'며 독려했던 김인규 사장은 이 도청 의혹을 두고 '벽치기는 전통적 취재기법'이란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관련기사 : 김인규 KBS사장 "벽치기는 전통적 취재기법"). 벽치기란 기자가 회의실 벽에 귀를 대고 회의 내용을 몰래 듣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졸개들은 사람을 패고 두목은 잡아 떼는 조폭들의 행동과도 비슷하네요.

민주당 위원들을 상대로 KBS 기자들이 한 행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로비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KBS 기자들의 국회 출입을 규제한다고 한들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수신료'의 직접적인 혜택을 입는 당사자임에도 국회를 출입할 수 있었던 건 기자였기 때문인데 최근의 추태는 기자로서의 처신이 아니었습니다. KBS 수신료 인상, 필요하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을 압박하고 도청 의혹이나 받는 KBS 기자에게는 단 1원의 수신료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3. 수신료로 무엇을 취재할 것인가

최근 배우 김여진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시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크레인에 매달려 시위하는 그분들의 안타까움도 안타까움이지만 KBS에서 보도한 노사 합의와는 달리 현장에선 아직도 시위가 진행중입니다. 노조위원장 단독으로 이루어진 타결은 무효랍니다.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는 조남호 회장과 한나라당 위원들이 불참해 무산되었습니다.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당연히 취재해야할 언론은 침묵하고 KBS는 아예 고개도 제대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벽치기'했다며 자랑스럽게 떠들던 입으로 국민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읽은 기사 중 마음을 울컥하게 했던 오마이뉴스 기사가 있습니다. '20년 전, '벽 뚫고 들어온 남자들' 잊을 수가 없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20년전 벽을 뚫고 들어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었던 故 박창수의 시신을 훔쳐간 백골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인의 아버지가 한진중공업 시위 현장으로 달려가는 '희망버스'에 故 박종철의 아버지와 함께 타고 있더란 내용은 언론의 시선이 어딜 향해야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경찰은 파업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희망버스 계좌를 추적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누구를 위한 KBS인가 스스로 생각해봐야할 때(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KBS의 수신료가 광고 없는 방송을 위해 필요하다면 인상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수신료 인상 주장은 KBS 자체의 개선을 위해서라기 보다 종편 채널과 광고 시장을 나눠먹기 위한 자리잡기입니다. 덧붙여 명색이 공영방송, 언론에 종사한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국회출입기자 신분을 이용해 윽박지르고 도청 의혹이나 받는 이 상황에서 대체 왜 그들의 밥줄을 걱정해줘야하는 지 의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언론'으로서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친일파 미화' 논란이나 일으키는 다큐일 뿐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국민이 거둬준 수신료로 공정성을 잃고 의도가 의심스러운 방송을 제작한다면 국민은 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권에 아부하는 방송국이란 뜻으로 현재 KBS의 별명이 '김비서'가 되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차라리 KBS가 아닌 EBS에게라면 1000원이 아니라 10000원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게 국민의 뜻입니다. 국회의원을 압박하기 전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질부터 스스로 검증해보길 바랍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