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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가치관은 그가 살고 있는 시대를 뛰어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 시대에 살던 사람이 '남녀칠세부동석'이란 고루한 매너에서 벗어나기 힘들 듯 70년대엔 그 시대에 알맞은 보편적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을 판단하자면 70년대의 사회상을 충분히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70년대는 요즘은 있으나 마나한 단어가 되어버린 충성이나 의리같은 정서가 옳은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유성준(김용건)을 불러 왜 어머니에게 강기태(안재욱) 신문을 줬느냐 따지는 강명희(신다은)의 행동이 70년대 남자들에겐 괘씸하고 버릇없는 짓이라 해도 별 수 없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캐릭터들은 시대적 한계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여주인공 정혜(남상미)는 배우면서도 세상 물정에 어둡고 순종적인 면모가 있고 저돌적인 강기태는 마초스런 구석이 있습니다. 예술, 문화에 개방적인 박경자(박원숙)도 대학까지 다닌 여성 명희도 오빠 앞에서는 얌전히 앉는가 하면 정혜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자 장철환(전광렬)은 '충성' 수준의 처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랑극단 출신 신정구(성지루) 단장은 모든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얼버무려 처리합니다. 이런 '캐릭터'는 개성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흔하던 시대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탑가수 조용필이 1976년 발표한 그 노래는 전설이라 할 만큼 유명한 곡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폴모리아 악단이 연주한 것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런 폭발적인 인기에도 그 곡은 최고인기가요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딱히 뚜렷한 이유도 없이 금지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마초 사건으로 검거된 조용필의 히트곡이라 금지되었다고 짐작할 뿐입니다. 조용필은 당시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기전인 1969년 대마초를 피웠단 혐의로 활동을 중지했습니다. 약간은 억울한 단속이었습니다. 대마초 단속을 주도한 당사자들이 금지곡이 된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 생각해볼수록 우스운 장면입니다.
극중 차수혁은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비난받고 이해받지 못하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루머를 속시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이정혜나 자신에게 씌워진 '여자연예인'의 굴레를 권력자에 기대 넘어서려는 유채영(손담비) 보다 차수혁에게는 안티가 많은 듯합니다. 주인공 강기태가 무모하리 만큼 직선적이고 정의파에 '의리'에 죽고 사는 성격이다 보니 더욱 차수혁의 못난 점이 도드라지는 것입니다. 차라리 조명국처럼 물욕에 빠진 악의 축으로 거듭나거나 최성원(이세창)처럼 유들유들 만사에 심각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모를까 차수혁은 그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인물입니다.
강기태가 강조하는 의리는 하루 아침에 판도가 뒤바뀌는 연예계 사람들에겐 중요한 덕목입니다. 어제의 무명이 오늘의 탑스타가 되었다고 같이 고생한 매니저를 외면하면 안되는 것처럼 빛나라 기획이 위기에 처했다고 베신하지 않는 이정자(나르샤)처럼 연예계 일각에서는 아직도 의리를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몇년전부터 문제가 된 '노예계약'도 알고 보면 신의를 저버리는 일부 연예인들 때문에 생긴 나쁜 문화라는 말도 있습니다. 반면 '의리'를 중요시하는 또다른 무리들이 있는데 바로 조직폭력배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지평(문태원)이 강기태를 적극 도와준 건 형님, 아우로 삼은 의리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대마초 사건으로 검거한 가수의 노래를 방송금지 시켜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술자리에서 불러제끼는 고위층들의 행동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돌아와요 부산항에'처럼 그 시대 자체가 그랬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차수혁에게 세상은 모순덩어리입니다. 자신의 어머니 순양댁(김미경)은 어디까지나 고용인에 불과함에도 순양댁은 박경자를 사모님이라 부르고 기태를 도련님이라 부릅니다. 늘 수혁을 친구라 부르며 반가워하는 기태도 순양댁의 '도련님'이란 호칭에는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 혼란의 시대는 지식인에게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수혁의 대학동기 안도성처럼 눈치빠르게 그 시대 권력에 동조하거나 민주화 운동을 하다 탄압받던가 그렇지 못하면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채 시대에 주눅이 들어 우울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초반부 차수혁이 보여준 모습, 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장철환에게 구타당하는 그 모습이 바로 세번째 지식인 유형에 해당할 것입니다. 늘 소극적인 수혁은 감히 시대에 맞설 용기는 없지만 장철환과 같은 부류가 되기엔 양심에 가책을 느낍니다. 눈치가 빠삭한 장철환이 그 점을 간파하고 수혁을 구타합니다. 정혜와 더불어 수혁이 변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홀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자란 차수혁은 생계를 이어갈 책임이 있습니다. 권력을 쥐고 막연하게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도 숨겨져 있습니다. 전후세대 대부분이 구차한 배고픔과 가난을 경험했기에 그런 공통된 욕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수혁은 배운대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정혜에 대한 사랑이 보답받지 못할수록 강기태가 승승장구할수록 그는 점점 더 안도성과 같은 길을 걷는 변절자 지식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똑똑한 차수혁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금지곡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는 이제 장철환과 같은 길을 걷기로 한 것입니다. 더불어 조건에 따라서는 김부장(김병기)와 함께 할 수도 있는, 권력자로 탄생할 그의 미래를 예고하는 장면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캐릭터들은 시대적 한계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여주인공 정혜(남상미)는 배우면서도 세상 물정에 어둡고 순종적인 면모가 있고 저돌적인 강기태는 마초스런 구석이 있습니다. 예술, 문화에 개방적인 박경자(박원숙)도 대학까지 다닌 여성 명희도 오빠 앞에서는 얌전히 앉는가 하면 정혜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자 장철환(전광렬)은 '충성' 수준의 처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랑극단 출신 신정구(성지루) 단장은 모든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얼버무려 처리합니다. 이런 '캐릭터'는 개성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흔하던 시대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술자리에서 불러제끼는 금지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탑가수 조용필이 1976년 발표한 그 노래는 전설이라 할 만큼 유명한 곡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폴모리아 악단이 연주한 것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런 폭발적인 인기에도 그 곡은 최고인기가요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딱히 뚜렷한 이유도 없이 금지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마초 사건으로 검거된 조용필의 히트곡이라 금지되었다고 짐작할 뿐입니다. 조용필은 당시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기전인 1969년 대마초를 피웠단 혐의로 활동을 중지했습니다. 약간은 억울한 단속이었습니다. 대마초 단속을 주도한 당사자들이 금지곡이 된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 생각해볼수록 우스운 장면입니다.
야비한 차수혁의 캐릭터는 70년대 변절자 지식인
극중 차수혁은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비난받고 이해받지 못하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루머를 속시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이정혜나 자신에게 씌워진 '여자연예인'의 굴레를 권력자에 기대 넘어서려는 유채영(손담비) 보다 차수혁에게는 안티가 많은 듯합니다. 주인공 강기태가 무모하리 만큼 직선적이고 정의파에 '의리'에 죽고 사는 성격이다 보니 더욱 차수혁의 못난 점이 도드라지는 것입니다. 차라리 조명국처럼 물욕에 빠진 악의 축으로 거듭나거나 최성원(이세창)처럼 유들유들 만사에 심각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모를까 차수혁은 그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인물입니다.
강기태가 강조하는 의리는 하루 아침에 판도가 뒤바뀌는 연예계 사람들에겐 중요한 덕목입니다. 어제의 무명이 오늘의 탑스타가 되었다고 같이 고생한 매니저를 외면하면 안되는 것처럼 빛나라 기획이 위기에 처했다고 베신하지 않는 이정자(나르샤)처럼 연예계 일각에서는 아직도 의리를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몇년전부터 문제가 된 '노예계약'도 알고 보면 신의를 저버리는 일부 연예인들 때문에 생긴 나쁜 문화라는 말도 있습니다. 반면 '의리'를 중요시하는 또다른 무리들이 있는데 바로 조직폭력배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지평(문태원)이 강기태를 적극 도와준 건 형님, 아우로 삼은 의리 때문입니다.
차수혁이 배운 지식은 '의리'와는 다른 무엇이지 않을까.
자신들이 대마초 사건으로 검거한 가수의 노래를 방송금지 시켜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술자리에서 불러제끼는 고위층들의 행동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돌아와요 부산항에'처럼 그 시대 자체가 그랬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차수혁에게 세상은 모순덩어리입니다. 자신의 어머니 순양댁(김미경)은 어디까지나 고용인에 불과함에도 순양댁은 박경자를 사모님이라 부르고 기태를 도련님이라 부릅니다. 늘 수혁을 친구라 부르며 반가워하는 기태도 순양댁의 '도련님'이란 호칭에는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장철환에게 구타당하는 차수혁. 그가 느낀 권력의 압력.
그 혼란의 시대는 지식인에게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수혁의 대학동기 안도성처럼 눈치빠르게 그 시대 권력에 동조하거나 민주화 운동을 하다 탄압받던가 그렇지 못하면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채 시대에 주눅이 들어 우울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초반부 차수혁이 보여준 모습, 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장철환에게 구타당하는 그 모습이 바로 세번째 지식인 유형에 해당할 것입니다. 늘 소극적인 수혁은 감히 시대에 맞설 용기는 없지만 장철환과 같은 부류가 되기엔 양심에 가책을 느낍니다. 눈치가 빠삭한 장철환이 그 점을 간파하고 수혁을 구타합니다. 정혜와 더불어 수혁이 변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우울한 시대의 지식인 수혁과 눈치빠른 처신을 보여준 정치검사 안도선.
홀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자란 차수혁은 생계를 이어갈 책임이 있습니다. 권력을 쥐고 막연하게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도 숨겨져 있습니다. 전후세대 대부분이 구차한 배고픔과 가난을 경험했기에 그런 공통된 욕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수혁은 배운대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정혜에 대한 사랑이 보답받지 못할수록 강기태가 승승장구할수록 그는 점점 더 안도성과 같은 길을 걷는 변절자 지식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똑똑한 차수혁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금지곡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는 이제 장철환과 같은 길을 걷기로 한 것입니다. 더불어 조건에 따라서는 김부장(김병기)와 함께 할 수도 있는, 권력자로 탄생할 그의 미래를 예고하는 장면이라고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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