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빛과 그림자

빛과그림자, 중정 김부장이 잡은 장철환의 약점은 한빛회

Shain 2012. 3.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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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정권은 태생적으로 이인자를 경계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무신'에서도 그렇듯 힘을 기반으로 일어선 정권은 또다른 강자에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고권력자인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또다른 강자가 나의 다음 권력자가 될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나를 쓰러트리고 일어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충성을 담보로 권력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또다른 권력의 부흥을 경계하게 되는 것입니다. '빛과 그림자'의 중정김부장(김병기)과 장철환(전광렬)같은 권력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어르신'에게 찍힐 만한 약점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우선 '빛과 그림자'는 실명을 쓰지 않고 김재욱 부장이라던가 장철환 실장같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며 극중 사건은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시기가 오락가락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이미 언급된 것처럼 실존인물 김재규는 미국과의 외교 문제(코리아 게이트)를 해결한 경력이 있어 때로 CIA가 아니냔 의심까지 받았습니다. 육군 대위 출신 차지철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사조직인 '하나회'를 후원해주었습니다. 극중에서는 '한빛회'로 명칭을 바꾸고 장철환이 그 한빛회 때문에 약점이 잡히는 것으로 설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철환 차수혁 강기태 조태수강기태와 조태수는 탈옥했지만 잡힐 위기에 처한다. 그들을 둘러싼 음모.

군부 출신 박정희는 특정 세력에게 권력을 몰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특정 세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했던 까닭에 그의 측근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려 각하의 돈독한 신임을 얻길 원했고 나중에는 앞다투어 충성 경쟁을 하게 됩니다. 덕분에 김부장과 장철환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차지철과 김재규과 갈등했고 때로는 윤필용과 김형욱이 갈등하기도 합니다. 주로 경호실장과 중정, 수경사와 보안사, JP와 비JP의 갈등 같은 식으로 표면화되곤 했습니다. 때로는 힘을 잃고 때로는 부활하는 김재욱 부장과 장철환 실장의 대립은 그런 역사를 바탕으로 창작된 것입니다.

시기상으로 맞지 않아 혹시나 했는데 장철환이 한빛회와 약속을 잡으며 '윤장군'을 언급하는 걸 보니 김부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준비하는 역공은 '윤필용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정장군은 정호용을 말하는 걸까요). 5.16을 후원하며 박정희 정권의 총애받는 사조직으로 성장한 하나회는 73년 최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전두환과 함께 하나회를 이끌던 윤필용은 육군 방첩대대장, 사단장, 수경사령관 등 굵직한 보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했지만 73년 횡령 사건을 계기로 '옷을 벗게' 됩니다. 하나회 회장 전두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나회 회원들이 쿠데타 모의를 이유로 조사를 받습니다.



김부장, 강기태가 탈옥으로 역전의 기회를 만들다?

하나회와 박정희 군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1958년 칠성회란 이름으로 출발한 비밀조직 하나회는 1962년 확대 개편되었고 군부에서 요직을 차지하며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영남출신 군벌 즉 하나회 출신이 아니면 승진할 수 없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올 정도였습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상위 5퍼센트가 하나회 소속이라고 했으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1973년 윤필용 사건으로 공식해체되긴 했지만 12. 12 쿠데타를 비롯한 여러 정치적 사건에 그뒤로도 계속 힘을 발휘했으며 90년대까지도 비밀리에 운영된다는 추측이 나돌곤 했습니다.

강기태를 제거하기 위해 장철환은 각종 무리수를 다 동원했습니다. 차수혁(이필모)은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동원해 그때까지 단속되지 않던 대마초 흡연자를 잡아들입니다. 연예인들의 정신적 타락과 범법, 대마초 사건은 안 그래도 1972년 내려진 긴급조치로 경직되었던 사회에 긴급조치를 유지할 명분을 줄 수 있는 사건으로 장철환은 각하의 신임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덧붙여 조직폭력배들을 단속하고 그 수괴들을 잡아들여 강기태의 목숨도 위태롭게 만들고 중정 김부장과의 충성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기고만장한 장철환은 김부장을 더이상 '형님'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한빛회 하나회장철환이 후원한 한빛회. 하나회도 군기가 엄했다고 한다(전두환, 노태우 역이 인상적).

강기태가 구속되고 재판을 받게 되면 정치검사 안도성(공정환)을 동원해 기태에게 사형 수준의 높은 형량을 내리려던 장철환의 시나리오는 기태가 조태수(김뢰하)와 함께 탈옥하면서 어긋나고 맙니다. 당시에는 속전속결로 피의자를 사형시킨(선고 18시간 만에 사형) '인혁당 사건'도 있었고 조직폭력배를 강력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있어 일단 법정에만 올라가면 뜻대로 강기태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불안해진 장철환은 조명국(이종원)에게는 권총을 내어주고 한빛회 소속 군인들을 시켜 보안사와 특전사 병력을 동원합니다.

'무장탈영병'을 빌미로 불심검문을 실시하고 청와대에는 보고도 하지 않은채 독단으로 특별수사부를 설치해서 강기태를 수색하는 장철환의 권력은 대단합니다. 보안사를 동원해 박경자(박원숙)과 이정혜(남상미)의 집에 몰래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그들의 통화를 엿듣기도 합니다. 공개 수사로 전환해 어쩔 수 없이 도청을 동원했다면 모를까 비밀리에 사용된 권력이니 문제가 됩니다. 사적인 원한을 해결하기 위한 권력 남용도 모자라 공적을 세우고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위한 계획적 범죄 때문에 보안사와 특전사를 동원한 것입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로 장철환을 노리고 있는 중정 김부장.

장철환의 이런 행동은 윤필용이 처벌받을 당시에 '직권남용'이라던가 '군의 지휘 계통을 문란'케 했다는 혐의를 떠오르게 합니다. 윤필용은 하나회의 대부로 많은 권력을 과시한 만큼 떠나갈 때는 각종 혐의를 다 덮어쓰고 떠나갔습니다. 최근의 그의 '무죄'가 밝혀지긴 했으나 그가 권력의 핵심세력이었다는 점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윤필용'이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지 모릅니다. 당시 하나회를 무너트리기 위해 쿠데타 혐의를 조작한 중정의 음모는 결국 하나회의 반대파인 다른 군부 내 세력의 몰락을 가져옵니다.

그들의 충성경쟁과 과열된 폭로전을 통해 '각하'는 자신의 군부 쿠데타를 답습할 수 있는 또다른 세력 후보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한 셈이고 그 주변엔 전두환과 중정, 경호실장이 남게 됩니다. 계획범죄임을 자백하는 수사관을 잡아들이고 탈옥 소식을 듣게된 중정 김부장이 강기태의 탈옥을 반전의 기회로 여기며 장철환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평가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각하'라면 그런 사적인 군권력의 움직임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송미진(이휘향)이 조명국 보다 한수위인 것처럼 김부장도 장철환 보다 한수 위에서 상황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강기태의 탈옥이 반전의 기회가 된다? 장철환의 보안사, 특전사 동원.

하루 아침에 노상택(안길강)같은 동료를 배신하기도 하고 매사에 파르르 떨며 분노를 표시하고 상황이 바뀔 때 마다 비굴해졌다가 당당해지는 행동을 반복하는 장철환이 마치 조폭 두목같다면 장철환에게 밀리는 상황에서도 슬며시 웃음지으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정 김부장은 노련한 장수같습니다. 거미줄을 펼치듯  나라 곳곳에 그의 정보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장철환이 중정에 심어둔 정보원은 모두 제거해버리기도 합니다. 장철환이 위기를 자초하도록 내버려두는 그의 성격은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 같습니다. 힘은 질서를 가져오지만 힘이 곧 정의는 아니다 그 두 사람이 그 점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한편 이정혜의 친아버지는 조총련계 파친코(빠찡코) 사업자라고 합니다. 일본에는 '마루한'이란 거대 파친코 업체가 있습니다. 일본 우익으로 알려진 그 기업의 회장은 한국계입니다. 그이외에도 파친코 사업의 70-90퍼센트는 조총련 계열이라고 합니다. 시청자 의견처럼 이정혜가 배우 최은희처럼 납북된다는 설정은 아닌지 아니면 강기태의 빛나라 기획이 일본으로 진출할 때 도움을 줄 인물일지 그건 모르겠지만 이정혜의 친부모 등장은 강기태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양태성(김희원)의 말처럼 당장은 별로 반가워할만한 일이 아니지만요.

조총련계 재일교포가 정혜의 친아버지라면?



* 정혜와 수혁이 만나던 장면에서 흐른 팝은 'Feelings'입니다. 유명한 팝 고전으로  Morris Albert가 발표했습니다. 1974년 녹음되었지만 1975년 발표되었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그 감정을 뒷받침하는 우수어린 목소리로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OST로도 자주 이용되었는데 한국에서는 미드 '소머즈(The Bionic Woman)'에서 주인공 제이미 소머즈 역을 맡았던 린제이 와그너가 극중에서 부른 곡이 한때 유명했습니다(1976년 시즌1, 'Bionic Beauty' 에피소드, 이 에피소드는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미스 에이전트(2000)'의 모티브가 됩니다).

* 양태성, 이정혜, 김철규가 만나던 장면의 곡은 '나나 무스꾸리(Nana Mouskouri)'의 'Over and Over(1969)'입 니다.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가수 나나 무스꾸리는 1959년 첫 레코드를 취입하고 유명해졌습니다. 아테네 음악원 출신으로 처음에는 오페라 가수 지망이었지만 대중가수로 변신해 음반을 냈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청아한 느낌의 그녀는 발매한 앨범만 450장이 넘습니다. 판매된 음반도 3억장이 넘는다고 하니 웬만한 가수는 그녀의 아성을 넘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클래식부터 포크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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