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판타지 로맨스가 된 아랑전설 그 관전포인트 다섯

Shain 2012. 8.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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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귀신' 하면 이승에 미련을 품은 무시무시한 존재들로 과거의 기억을 담은 칙칙한 존재들이라 생각하기 마련인데 역시 시대에 따라 귀신도 그 캐릭터를 바꿔야 성공하나 봅니다.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에서 등장하던 간담 서늘한 귀신들은 퇴출되고 이제는 깜찍 발랄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말괄량이 귀신이 인기를 끌고 있네요. 길게 풀어헤친 머리에 한복,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옛날 귀신과 같은데 무섭지도 않고 설상가상으로 깜찍하고 귀여우니 이것 참 흥미롭습니다. 거기다 저승사자들에게 잡혀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뛸 때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읽은 '아랑전설'은 정말 끔찍한 이야기였습니다. 재미삼아 서양, 동양 유령 이야기를 한두번쯤 읽어봤지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처참한 귀신은 많아도 아랑이라는 귀신처럼 한이 깊은 여성은 흔치 않았던 거 같습니다. 조선 13대 왕이었던 명종 때 즉 문정왕후의 권세가 대단하던 시대의 귀신이랬는데 여성임에도 윤동옥(尹東玉)이라는 본명까지 전해내려오는 걸 보니 실존인물이었을 가능성도 높은가 봅니다. 밀양부사의 딸로 아버지를 따라 밀양에 온 아랑, 유모와 함께 달구경하러 영남루에 갔다가 유모와 짠 노비 '주기'에게 살해당한 아랑의 이야기. '아랑전설'엔 아랑을 죽인 노비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까칠한 사또에 깜찍한 귀신이라니. 무섭지 않은 '아랑전설'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머리를 풀어헤친 젊은 여성이 목에 칼이 꽂힌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서럽게 우니 사또들이 놀라 죽었다는 말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섬뜩한 공포 영화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도 비현실적인 존재를 마주친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 닥치면 놀라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랑이 신민아의 '아랑'으로 다시 태어나고 점잖은 사또는 은오(이준기)로 다시 꾸며지고 보니 무섭기는 커녕 재미있기만 합니다. 아무리 머리 풀어헤치고 장난을 쳐도 귀신볼 줄 아는 은오는 놀라기는 커녕 '그 머리 문고리에 묶어버린다'며 겁을 주네요.

이준기가 연기하는 은오는 예전에 이준기가 맡았던 그 어떤 역 보다 매력적인 듯합니다. 안정적인 발성에 선명한 캐릭터 덧붙여 로맨스를 연기할 신민아와의 캐릭터 궁합까지 꽤 보기 좋습니다.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립니다. 이 정도면 '전설의 고향'같은 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아랑사또전'입니다. 촌스러운 '전설의 고향' 귀신들이 울고가겠네요. 그리고 첫방송을 보자 마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궁금증이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합니다.



첫번째, 이번에는 '추노'가 아닌 '추귀' 매력적인 한정수


드라마 '추노(2010)'의 첫장면은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듯 인상적입니다. 갑자기 말을 타고 나타난 세 명의 추노꾼들이 도망치는 노비를 뒤쫓는 장면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주인공 이대길(장혁)과 최장군(한정수), 왕손이(김지석)는 인정사정없이 탈주 노비들을 잡아갑니다. '아랑사또전'에서도 한정수는 도망치는 원귀들을 뒤쫓는 저승사자 역을 맡았습이다. 이전의 저승사자들은 하얀 분칠에 무섭게 노려보며 원귀들을 협박했는데 목에 죽은자의 문신을 그린 원귀를 사냥하는 저승사자가 탄생할 줄은 몰랐습니다.

신개념 저승사자 '추귀' 역의 한정수.

유난히 남자답고 박력있는 한정수라 그런지 부드럽게 아랑을 타이르는 저승사자 역임에도 그 숨겨진 힘은 감출 수가 없네요. 염라대왕(박준규)과 옥황상제(유승호) 모두에게 신임받는 저승사자라니 최장군 만큼 인격도 괜찮은 모양입니다. 공중에서 날아와 귀신들을 재빨리 잡아가는 그의 모습이 새로운 유형의 저승사자 캐릭터가 될 것같습니다. 드라마 '49일'에서 묘사된 노래하는 저승사자 정일우는 저승사자 같지 않았는데 한정수의 저승사자 '무영'은 이런저런 신기한 무기도 쓰는 모습이 옛날 저승사자같으면서도 신선하네요.

일개 원귀인 아랑을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것도 무영이지만 그 아랑을 저승으로 데려갈 때 붉은 끈이 살짝 풀렸는데 몰랐던 것도 이 무영입니다. 옥황상제의 수작인지 염라대왕의 심술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무영'이야말로 은오와 아랑의 생사를 넘나드는 로맨스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미친듯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쉽게 이뤄지란 법은 없으니 말입니다.



두번째, 사투리쓰는 악역 주왈 삼각관계야 악당이야?

연우진이 냉정하고 잔인한 최대감(김용건)의 양자 주왈 역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최대감과 주왈은 약간 적대적인 사이면서도 모종의 목적 때문에 부자 간으로 지내고 있나 봅니다. 그들은 보름 때까지 처녀들을 모으는 등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비밀스레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 강합니다. 주왈이란 이름은 아무래도 아랑전설에 등장하는 '주기'라는 노비 이름을 바꾼 것같습니다. 아랑의 죽음에 얽힌 이 드라마 전체의 미스터리가 이 주왈의 역할에 달려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주왈은 전설에 등장한 관노 주기처럼 아랑을 사랑해서 죽인 것일까요?

대놓고 악당인 최대감과 냉정한 주왈. 아랑을 죽인 건 바로 이 남자?

전임 밀양부사의 딸을 사랑해서 죽인 천민 주기의 역할이라면 아랑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최대감과 비밀 속의 그 인물에게 충성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아랑이 죽은 것이라면 철저한 '악역'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또 아랑이 머리에 꽂고 있는 은오 어머니(강문영)의 비녀는 노비라는 은오의 어머니가 아랑의 유모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주왈과 함께 나쁜 일을 꾸미는 악의 축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것일까요. 주왈과 아랑의 관계는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보름만 되면 처녀들이 사라진다는 그 일에는 분명히 이 주왈이 관계가 되어 있습니다. 잘 생기고 깔끔한 외모와 달리 악의 축인 셈입니다. 그 '처녀 납치'에는 인신공양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는 주술적인 문제던가 아니면 부자 최대감이 돈을 많이 모은 비결 뒤에 처녀들을 팔아 돈을 챙기는 못된 짓이 숨겨져 있다던가 하는 비밀이 있을 거 같은데 양반가의 양자로 들어갈 수 있었던 숨겨진 과거와 처녀 납치에 얽힌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아랑과 은오가 상대해야할 가장 강력한 적이 아니가 싶습니다.



세번째, 산자와 죽은자 그 경계의 비밀은 무엇

주인공 은오는 귀신을 볼 줄만 아는게 아니라 귀신을 손으로 잡아 묶을 수도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선명하고 산사람과 죽은 사람의 구분도 분명한 세상에서 은오는 정말 이승의 규칙을 깨는 특이한 존재입니다. '아랑사또전'은 죽은 자의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냈습니다. 귀신의 손이 닿으면 몸이 차가워진다는 건 예전 귀신과 거의 같지만 팥을 뿌리면 귀신들이 해를 입고  귀신도 밥을 먹거나 비를 맞으면 옷이 젖는 등 뭔가 과거와는 다른 기준의 이승과 저승을 꾸며놓은 것 같습니다.

목에 있는 문신의 비밀과 바둑두는 옥황상제

그리고 귀신들이 '조화'를 부릴 줄 알면서도 쓰지 않는 이유는 과거 귀신들과 다른 룰을 만들었기 때문인듯 합니다. 즉 아랑이 무당(황보라)을 구할 때처럼 산사람을 만져 쓰러트리거나 이런 저런 재주를 부릴 때는 추귀들이 재빨리 그걸 알고 뒤쫓아 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귀신들은 살아있을 때처럼 걷거나 뛰어다니고 산사람의 세계를 건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귀신들 만의 능력을 부렸다간 언제 추귀가 잡으러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드라마 속 설정은 아랑이 새롭게 환생하거나 은오가 아랑과 맺어질 수 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살았지만 젊은 청년 외모를 가진 옥황상제가 아무리 아랑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다 한들 두 사람을 그냥 맺어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구천에 원귀가 오래 떠돌면 그대로 환생을 못한다던가 원귀가 업을 많이 지으면 소멸된다는 등의 설정을 더 집어넣을 수도 있구요. 염라대왕과 '빅딜'을 할지도 모르죠.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가 분명하던 '전설의 고향' 때와는 다른 '아랑사또전' 만의 저승 그 모습이 궁금해지는군요. 한가지 더 아랑의 목에 있는 문신은 죽은 자들의 표식으로 일종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라는군요.



네번째, 아랑은 원래 무서운 원귀였다

처음에도 적었듯 저는 아랑은 원래 한국 귀신들 중에 가장 무서운 타입 중 하나입니다. 목에 칼을 꽂은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억울하다 울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가 죽었던 그 자리에서 시신이 썩지 않은 채 한이 풀리길 기다렸다니 이 얼마나 독하고 독한 원혼입니까. 아랑은 본래 구천을 떠도는 한의 상징이고 무서운 처녀귀신의 원조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런 아랑이 '기억상실증'을 핑계로 깜찍하고 당찬 귀신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들 죽어도 추귀에게 잡히지 않겠다고 발악하는 아랑의 본질은 '원혼'입니다.

무서운 짓을 해도 귀여운 아랑. 원혼이지만 '허당귀신'인데 혹시?

그래도 명색이 납량특집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아랑인데 한번쯤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다크 아랑'으로 변신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얽혀 있는지 깨닫게 되고 나면 복수를 하겠다며 길길이 뛰다 못해 옛날 드라마에서 나오던 무서운 처녀귀신이 되어 주왈을 비롯한 원수들을 노려볼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은오에게 머리채잡힐까봐 겁먹고 무당이 죽을까봐 추귀오는 줄도 모르고 조화를 부리던 아랑이 과연 그런 '무서운' 짓을 할 수 있을까 싶긴 합니다. 행여나 고양이가 애교있게 할퀴는 모습처럼 귀엽지나 않을지 오히려 걱정입니다.



다섯번째, 은오의 외가집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등장인물 소개에 은오는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정실의 자식이 아닌 첩의 자식이거나 노비의 자식이란 이야기인데 어머니와 살겠다며 찾아온 은오에게 그 어머니는 네 외가집이 어떤 집안인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은오를 도련님이라며 깍듯이 모시는 돌쇠(권오중)도 은오의 외할아버지의 말씀이라며 건내는 걸로 보아 외가집이 양반가였던 건 사실인 듯합니다. 모종의 문제로 외가가 몰락하여 노비가 된 어머니를 김응부 대감이 첩으로 들였거나 결혼해서 정식부부로 살던 중에 외가가 몰락하여 어머니의 지위가 노비가 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은오의 어머니. 그리고 아랑의 머리에서 어머니의 비녀를 발견한 은오.

은오의 어머니는 '그놈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 하는데 그놈이란 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요. 그리고 어머니는 대체 왜 말도없이 사라진 것일까요. 지금으로서는 은오의 어머니가 노비로 일하던 곳이 아랑이 생전에 살던 밀양부사의 관아인 것 같고 아랑과 은오의 어머니는 알던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머리에 꽂혀 있는 비녀를 봐도 그렇구요.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랑이 자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니까 은오가 비녀와 아랑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아랑을 도와주게 되겠지요. 은오의 어머니는 아랑과 은오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입니다.

은오의 어머니는 대체 어디 있을까요. 지금으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최대감의 측근이 아닐까 싶은데 사라질 때 주막 부근에서 '많은 돈'을 주고 머물렀단 것으로 보아 분명 모종의 음모에 가담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은오의 외가집에 얽힌 비밀과 어머니의 관계가 두 사람의 알콩달콩 로맨스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노비 지위로 떨어져도 보통은 적자로 인정받는데 대체 왜 은오는 '서얼'이 된 것일까요. 이래저래 궁금한 점이 많은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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