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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들, 불륜은 짜증 멜로는 절절 상반된 소감이 공존하는 드라마

Shain 2012. 9. 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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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잘 사는 '평범한' 부부도 많지만 사별과 불륜과 이혼으로 마음고생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사람사는 일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연속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어떤 면에서는 주변의 '흔한' 일은 아니라 유원태(박인환), 우정숙(나문희) 가족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별스럽다는 눈으로 보게 되더군요. 첫방송을 본 소감이 이렇게 상반된 드라마도 간만인듯 합니다. 아무리 드라마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오가는 오락물이라지만 가끔은 너무 많은 소재가 섞여 있으면 역시 당황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문희씨는 어느새 '다섯손가락'에서 '아들녀석들'로 오셨군요.

각 커플을 뜯어놓고 보면 현실에서 한번쯤 있을 법한 이야기고 캐릭터 설정도 사실적이라 공감이 가고 그런데 '아들 녀석들' 하나하나가 - 아니 심지어는 그 '아들 녀석들' 부모들까지 - 복잡한 사연의 주인공이고 보니 전체적으론 '아주 좋다'는 평가는 내리기 힘들더군요. 평생 사고치는 남편 유원태에 황혼 이혼을 꿈꾸는 아내 우정숙, 아내 잃고 홀로된 큰 아들 유현기(이성재)와 친구의 악혼녀를 짝사랑하는 둘째 유민기(류수영) 그리고 사고쳐서 결혼해놓고 바람피우는 막내 유승기(서인국)까지 사연도 재혼, 이혼, 불륜 제각각입니다.

황혼이혼 위기의 부부와 못나디 못난 '아들 녀석들'

아들 형제를 내세운 가족드라마는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다고 합니다. 질리기 쉬운 드라마에 다양한 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인데 KBS '오작교 형제들' 같은 드라마가 대표적인 성공작입니다. 대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면서도 형제들 하나하나의 로맨스를 결합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말극에 가장 알맞은 구조란 뜻입니다. 유원태 역의 박인환은 '며느리 전성시대(2007)', '수상한 삼형제(2009)' 등에서 아버지역을 맡았던 대표적인 연기자이고 나문희 역시 카리스마있는 어머니 역이라면 다른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 배우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이외에도 화제성있는 연기자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습니다. 낯선 신인연기자들도 다수 참가하긴 했으나 최근 '응답하라 1997'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서인국이나 인기 주말극에 빠지지 않는 류수영, 최근 TV로 진출한 이성재와 간만에 TV에 출연하는 명세빈 등 일단 '무대'와 '출연진'은 구색을 잘 갖춰놓았습니다. 다만 첫회부터 뻔뻔스럽게 바람을 피우는 불륜남이 둘이나 등장하고 '착각' 때문에 유현기의 말을 톡톡 잘라먹는 성인옥(명세빈) 캐릭터가 짜증을 유발하는 등 묘하게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기대가는 커플 vs 짜증나는 커플

부인과 사별한 치과의사 현기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아람을 기르고 있습니다. 가끔 장모 정여사(김영란)가 아람을 돌봐주긴 하지만 현기의 재혼을 원하는 우정숙은 현기가 처가를 들락거리는게 못마땅합니다. 인물 설정을 보아하니 현기는 아내가 죽을 때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처가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듯한텐데 장모 정여사는 남편도 없는데 딸도 죽고 하나 뿐인 아들도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해져 더욱 죽은 딸의 기억이 절실한 듯합니다. 딱 보니 고지식한 현기가 인옥과 재혼하고 싶어도 과거에 발목잡히기 알맞은 상황이란 뜻입니다.

보는 사람이 숨막힐 정도로 유현기를 몰아부치던 성인옥도 처지가 비슷합니다. 다빈을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이 죽고 시아버지 병수발까지 하며 함께 사는 그녀는 시아버지가 차려준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중입니다. 현기가 아람 때문에 처가와 절연하기 힘들듯 인옥도 다빈이 있어 쉽게 시아버지 가족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동안 가장 역할까지 하며 시댁을 건사했으니 책임감도 막연히 느낄 법 하구요. 억울한 오해를 당했으면서도 거세게 항의하지 못하는 홀아비 현기와 열녀가 되고 싶었던 과부 인옥의 사랑이라니 좀 답답해도 이 커플은 좀 기대가 가더군요.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녀를 홀로 키우는 유현기와 성인옥.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둘째 민기는 정말 가슴아픈 사랑의 주인공입니다. 형의 처남이자 친구인 강진(김영훈)과 민기가 사랑하는 이신영(한혜린)은 약혼한 사이입니다. 신영이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현장에서 강진은 신영을 구해주다 사고를 당해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됩니다. 그런 신영은 자연스럽게 강진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그 둘을 십년간 옆에서 지켜본 민기까지 신영을 마음에 두게 되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사랑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역. 신영의 친밀함에 마음이 설레고 때로 부러움과 죄책감을 느끼며 친구를 지켜보는 민기는 보는 사람까지 안타깝게 하더군요.

예고편을 보니 민기를 '남자' 아닌 그냥 오빠로 생각하던 신영에게 변화가 생길 것 같더군요. 비내리는 밤 민기와 단둘이 조난을 당한 신영. 민기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지 아니면 신영이 민기에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다른 감정을 깨닫게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신영은 쉽게 강진을 떠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자신 때문에 사고를 당한 강진에게 책임감을 느낄 신영은 민기를 선뜻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민기도 두 사람을 잘 알기에 적극적인 구애를 못할 것입니다. 이 커플이 가장 애절한 사랑을 나누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친구의 약혼자를 사랑하는 유민기. 십년 동안 친구와 그녀를 뒷바라지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유원태를 쏙 빼어닯은 유승기는 바람을 피워도 어쩌면 그렇게 밉살맞게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장에서 전화가 온 척 '쇼'를 하며 불륜녀를 만나러가는 이 남자. 옷은 자동차 안에서 갈아입고 아내가 불륜 현장에 나타나도 모르는 여자라 딱 잡아떼고 자기 때문에 죽겠다고 난리치는 아내는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물에 빠져 생고생한 자기 처지는 '개같다'고 한탄하는 이 남자. 아내 박미림(윤세인)에게 이혼당하고 인옥의 시누이 한송희(신다은)와 사랑에 빠질 모양인데 유원태와 더불어 가장 '짜증나는' 불륜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주책스럽게 채팅을 통해 애인을 구하는 유원태는 황혼 이혼을 하고 싶어하는 아내가 일본으로 떠나자 쾌재를 부르며 좋아합니다. 자신이 세놓은 건물의 백반집 주인 배덕순(김형자)이 상대방인줄도 모르고 열심히 '작업'을 하는 그는 평생 철들지 않는 남편의 전형이자 유승기의 미래인 듯합니다. 사십 평생 고생시킨 아내에게 미안함도 모르고 솔로 행세하는 유원태도 웃기다기 보다 보기가 불편한 캐릭터 중 하나죠. 아들과 더불어 불륜이라니 우정숙에게 '삽십팔년 묵은 혹' 취급을 당해도 별로 할 말이 없을 듯합니다.

아내 속이고 바람 피는데 능숙한 아버지와 아들. 철없는 것도 부전자전.

굳이 '누구네집 아들들'이란 표현 대신 '아들 녀석들'이란 표현을 쓴 걸 보니 남자는 아무리 나이 먹어도 애라는 컨셉에서 드라마를 기획한 거 같기도 하고 아들 셋을 키우느냐 목소리 커지고 드세지는 엄마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들 하나만 키워도 감당하기 힘들어 처녀 때보다 억세지기 마련이라는데 극중 우정숙은 셋이나 키워냈으니 보통 엄마나 아내는 아니겠지요. 못나디 못난 짓만 골라서 하는 아들들을 두고 어떤 처방을 내릴지 기대해 봅니다.

전체적으로 큰아들 즉 재혼 커플 간의 멜로나 오랜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꽤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그치만 똑같은 '사는 이야기'인데도 불륜은 역시 유쾌하다기 보단 불쾌한 감정이 먼저 듭니다. '괜찮은'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동시에 위험요소도 함께 가진 드라마가 될 것같습니다. 요즘은 한 드라마에서 보고 싶은 커플만 골라보는게 대세이니 절반의 가능성은 건진 셈이네요. 그건 그렇고 무협 소설가로 등장하는 강진이 틀린 표현인 '사돈어른' 대신 '사장어른'이라고 쓰는 걸 보니 반갑더군요. 그냥 그랬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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