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마의, 젊은 임현식을 보는 듯한 자봉 역의 안상태

Shain 2012. 10. 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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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귀신 아랑(신민아)이 제사밥을 먹지 못해 굶주리던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아랑에게 주먹밥을 건내주며 너처럼 자식없는 귀신은 고수레를 먹어야 한다고 가르쳐주던 귀신이 있었죠. 그 귀신역이 바로 '아랑사또전'에 특별출연한 배우 임현식입니다. 배우 임현식은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게 아니라 보통 이런 해학스러운 '감초 역할'로 극에 포인트를 주는 조연급일 때가 더 많습니다. 임현식씨가 맡은 역은 극의 흐름상 없어도 되는 캐릭터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없으면 서운한, 그런 얼굴이죠.

1969년 MBC 공채 탤렌트로 합격해 오랜 무명생활을 했던 임현식은 자신의 색깔을 '잘 생긴 주연'이 아닌 '꼭 필요한 조연'으로 규정하고 색깔있는 연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신성일'같은 주연급이 되길 원했지만 자신은 맛깔난 조연으로 꼭 필요한 역할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조연급으로 자신의 개성과 캐릭터를 살린, 임현식의 차별화 전략은 요즘처럼 개성있는 연기자들이 다양해진 밑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병훈 PD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배우 임현식.

그리고 배우 임현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이병훈 PD'입니다. 오죽 하면 이병훈 PD의 사극에는 임현식이 꼭 등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이병훈 사단'의 대표적인 얼굴입니다. 국민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던 '허준(1999)'이나 '대장금(2003)' 모두에 임현식이 출연했습니다. 나중에는 이병훈 PD의 드라마엔 꼭 나오는 배우라는 악평을 받아 출연을 자제하는 듯 했으나 특별출연 형식으로 한두번씩 얼굴을 비추곤 했죠. 워낙 이병훈 PD가 같은 얼굴을 자주 찾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병훈 PD와 임현식의 인연도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배우 임현식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드라마가 두 편 있습니다. 바로 '암행어사(1981)'와 '한지붕세가족(1986)'입니다. 그중에서도 '암행어사'는 시청자들에게 배우 임현식의 얼굴을 알린 출세작으로 아직도 그 시대 어르신들 중에는 임현식하면 '갑봉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암행어사'는 이병훈 PD가 만든 대표적이 퓨전사극으로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를 벌주고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 암행어사(이정길)와 그의 뒤를 수행하는 갑봉(임현식), 그리고 암행어사를 보호하고 나졸들을 대령하는 상도(안호해)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암행어사(1981)'에서 큰 인기를 끈 갑봉과 암행어사, 상도와 갑봉.

80년대까지만 해도 방송사는 해당 방송국 소속 연기자로 드라마를 제작하곤 했습니다. 배우 임현식은 MBC 공채 연기자로 여기저기 조연으로 출연하다 '암행어사'에서 갑봉이 역으로 주연급 조연을 맡게 됩니다. 당시 주연이던 배우 이정길은 각종 멜로 드라마의 주연급을 담당하던 MBC 간판스타였습니다. 속시원하게 탐관오리와 범죄자를 응징하는 암행어사 역의 이정길이 인기를 끄는 건 당연했지만 놀랍게도 그 암행어사를 보조하던 갑봉이와 암행어사를 호위하던 상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암행어사'는 배우 임현식의 히트작으로도 유명하지만 우리 나라 TV 사극에 활극 즉 무술과 액션을 집어넣은 즉 '활극'으로 성공한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상도 역을 맡았던 안호해는 실제 무술관 관장 출신으로 그가 선보인 극중 액션은 모두 직접 연기한 것입니다. 대사는 몇마디 없고 연기는 서툴지만 절도있고 카리스마 있는 액션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당시 남자아이들은 모두 이 상도 역할을 흉내낸다고 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이병훈 PD 사극에 거의 고정출연하는, 무술감독 출신의 서범식이 이런 역할을 맡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는 '이병훈 사단'에 없어서는 안되는 감초 역할.

사실 임현식이 연기하는 맛깔나는 조연 역시 이병훈 사극의 공식 중 하나입니다. 멋있고 폼나는 주연급 역할과 그 주연의 앞날을 방해하는 안티 히어로가 있는가 하면 주연배우 옆에서 웃음을 책임지는, 개성있는 서브 캐릭터가 반드시 등장하는 것입니다.  '허준'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서 임현식은 이 역할을 담당했고 대부분의 경우 성공적이었습니다. '허준'에서 제일 웃겼던 건 '홍춘이'를 연발하던 임오근(임현식)이라 말하던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병훈 PD의 사극이 워낙 다수 제작되다 보니 임현식의 이런 연기가 질릴 정도로 반복되었다는 것이죠.

'마의'에서 자봉 역을 맡은 안상태는 드라마 '애정만만세(2011)' 등에서 활약한 개그맨 출신 연기자입니다. 코미디도 연기의 한 장르라 그런지 익살스럽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안상태는 배우 임현식 만큼이나 능청스럽더군요. 때로는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의 동료로 때로는 드라마의 코믹함을 담당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안상태는 임현식을 대체할 이병훈 사단의 대표 캐릭터가 될 것 같습니다. 임현식씨의 말처럼 연기자라면 모두가 잘 생긴 주연급이 되려는 경향이 있지만 안상태는 해학 코드로 자신 만의 연기 영역을 개척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임현식의 뒤를 이를 대표 캐릭터가 될 자봉 역이 안상태.

이병훈 사단의 드라마는 어릴 때부터 보던 내용이라 시청자들에게 익숙합니다. 언제나 같은 조연급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그것도 딱히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이병훈 PD라서 싫지 않다는게 정답일 것입니다. 80년대에 MBC 공채 탤렌트 만으로 드라마를 찍던 그 시절 풍경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마의'를 방영하다 보면 한번쯤 임현식씨가 특별출연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배우 안상태와 임현식이 개그를 두고 겨룬다면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요. 나름대로 이병훈 사단의 대표 코믹 캐릭터들이다 보니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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