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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나비부인, 우스꽝스런 복수극 그리고 김영애 염정아의 고부갈등 제 2라운드

Shain 2012. 11. 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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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극의 묘미는 속시원한 응징에 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권선징악에 대한 욕망은 변함이 없는지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해지는 결말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 복수의 이유가 타당하지 못하거나 방법이 적절하지 못할 때는 속시원하다기 보단 코믹하다는 기분이 들고 때로는 '응징' 당하는 사람이 불쌍하단 생각 마저 들기 마련입니다. '내사랑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윤설아(윤세아)가 남나비(염정아)에게 왜 그렇게 끔찍한 복수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도 한 오페라 '나비부인'은 거짓사랑에 속아 우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비극입니다. 미군장교에게 버림받은 일본인 여성이 자살한다는 내용을 비틀어 돈에 울고 사랑에 속은 여주인공이 꿋꿋하게 세상에 맞선다는 내용으로 각색한 것이죠. 솔직히 돈떨어지고 남편까지 도망가버린 남나비는 배신당하고 우는 가련한 여주인공이라기 보단 톱스타병에 걸린 골치덩어리 민폐 여배우입니다. 드라마니까 그냥 웃으면서 볼 수 있는거지 실제 저런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정신 사납고 속상한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윤설아는 무개념 민폐 여배우 남나비에게 엄청난 복수를 하려한다.

자기 편한대로 기억하고 버럭버럭 화내기 일수인데다 주변 사람들 마음 아프게 아무 말이나 내뱉고 질서나 도덕같은 개념은 눈꼽만큼도 없는 여배우 남나비. 오죽하면 별명이 '남나방'인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맨날 술마시고 연기 연습을 하지 않는 그녀 때문에 매니저들은 골치아파했고 이우재(박용우)는 남나비라면 치를 떨며 싫어했습니다. 된장찌개 못 먹는 건 취향이라 쳐도 남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경찰 조사를 받는 사람이 커피를 요구할 정도로 생각이 없으니 누구라도 연지연(이희진)처럼 남나비를 싫어하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뒤끝없고 화끈하고 밝고 정직한데다 알고 보면 착한 심성을 가진 여자라는 점인데 전체적으로는 그런 장점 때문에 윤설아의 복수극이 조금씩 우스꽝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남나비를 미워하고 경계하던 사람들도 겪어 보면 괜찮은 남나비에게 정을 붙이고 인정을 베풉니다. 윤설아가 아무리 지독한 복수를 하고 싶어도 윤설아의 전남편인 이우재가 남나비에게 우호적인데다 나비의 '가족적인' 시댁 식구들이 남나비를 감싸주고 있는 한 남나비에게 상처주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점점 더 윤설아만 바보같아지고 독해질 뿐이죠.

윤설아의 뜻과 다르게 점점 더 코미디가 되어가는 복수극.

이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게 바로 시어머니 이정애(김영애)와 며느리 남나비(염정아)의 관계입니다. 윤설아 말고도 남나비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남나비의 시어머니 이정애입니다. 윤설아처럼 살벌하게 복수까지는 아니지만 장독 뚜껑 깨고 밥상도 제대로 못차리고 메주방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남나비에게 화가 많이 난 상태죠. 김영애와 염정아 두 사람은 이미 '로열패밀리(2011)'에서 고부 간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김영애와 염정아 모두 공통적으로 두 사람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믿고 본다'는 말을 듣는 연기파 배우들입니다. '로열패밀리' 속의 공순호 회장 역을 맡았던 김영애는 무섭다 못해 싸늘한 기운이 도는 막강한 시어머니였습니다. 남편을 잃고 울다 지쳐 쓰러진 며느리 김인숙(염정아)에게 '저거 치워'라고 무표정하게 내뱉는 시어머니 공순호는 지옥에서 나온 악마같았습니다.

탑스타병에 걸린 전직 여배우의 시집살이가 주된 내용이다 보니 이번에도 두 고부 간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심장에 박힌 가시같은 자식 김정욱(김성수)은 집안의 전재산을 훔쳐 고향을 떠났습니다. 재혼한 남편 김병호(장용)에게도 그 자녀들인 찬기(김정현), 백기(최민)에게도 죄많은 사람으로 살았던 이정애는 14년 만에 며느리라면서 나타난 남나비가 혹시라도 분란을 일으킬까 전전긍긍합니다. 귀하게만 살다가 아들 때문에 고생하는 남나비에게 잘해주고 싶다가도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는 나비 때문에 화를 내고 맙니다.

예전엔 찬바람이 도는 시어머니였지만 지금은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온순한 시어머니.

'로열패밀리' 때와 달라진게 있다면 그때의 시어머니 공순호는 김인숙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고 벌레처럼 여겼지만 지금의 시어머니 이정애는 남나비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재혼 때문에 상처받았던 아들이 나이들어서도 사기꾼 취급받는 건 속상해도 그런 아들을 믿어주고 따라주고 그 아들을 기다리며 모진 말까지 감수하는 남나비에게 나름 고맙고 기특하다는 생각도 해보는 이정애입니다. 자신의 물건을 모두 팔아 보증금 오천만원을 보탤 때는 며느리 덕에 위기를 넘겼다며 내심 뿌듯하기도 했겠지요.

'로열패밀리'는 서로를 밀어내기 위한 고부 간의 기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한 경쟁이랄까요. 이정애는 이정애대로 남나비의 긍정성과 진심을 받아들이고 남나비는 남나비대로 시어머니의 '개념'을 학습(?)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게 묘사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에겐 사랑이고 세상 전부였던 남편 김정욱이 시댁 식구들에겐 아물기 힘든 상처였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남나비도 좀 철이 들겠죠. 뭐 연예계에 복귀한다고 큰 폭탄을 터트려놨으니 당분간은 구박덩어리 신세를 못 면할 거 같습니다.

변화된 두 연기자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

작년에야 며느리들이 한편이 되서 시어머니 공순호에게 맞섰지만 지금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한편이 되서 복수극을 펼치는 윤설아에게 맞서는 구조가 되겠네요. 유일한 피붙이나 다름없던 오빠가 죽고 아이를 유산하고 남편과 이혼까지 해야했던 비극적인 심정을 이해한다고 쳐도 복수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아무 상관없는 김정욱의 가족까지 괴롭히는 이 엄청난 범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연기자를 몹시 좋아하다 보니 '로열패밀리'에서 약간 변화된 김영애와 염정아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참 재미있네요.

실제로도 연기자 김영애와 염정아는 친한 사이는 뉴스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김영애가 언제라도 '저거 치워'란 대사로 며느리를 기선제압할 거 같았는데 이렇게 다른 드라마에서도 자연스러운 걸 보니 역시 천상 연기자네요. 1991년 미스코리아로 데뷰한 염정아는 몸을 사리지 않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로서 성장이 더딘 편이었습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는 걸 보면 중견연기자로 롱런한 김영애가 좋은 역할 모델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사고뭉치 남나비의 멜로도 멜로지만 두 사람의 대립도 사실 참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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