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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역 배우'란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연기가 뛰어난 어린 배우들이 많습니다. 20, 30년전만 해도 아역은 '간난이(1983)'나 '몽실언니(1990)'같은, 아이들이 주연인 일부 드라마를 제외하면 드라마의 구색을 맞추는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아역'하면 어딘가 모르게 풋풋하고 미숙한 그런 출연자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천재 아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아역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인이 되기 전 시청자들에게 잊혀지곤 했습니다. '간난이'의 김수양과 김수용은 한동안 TV 활동이 전무했고 '몽실언니'의 임은지는 그뒤로 활동을 접었습니다.
최근 '명품 아역'으로 손꼽히는 배우 노영학이 '아역과 배우를 왜 나누는 지 지금도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짝패(2011)', '대풍수(2012)' 같은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한 노영학에게 단지 어리다는 이유 만으로 '아역'이라 부르는 건 어쩐지 억울할 것 같습니다. 주연 캐릭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건 그 배우 역시 주연이란 뜻인데 '아역'으로 분류하면 어쩐지 비중이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노영학은 자신들도 똑같이 혼나며 연습하고 현장에서 아이 취급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아역'이라는 말은 한 드라마의 '어린 캐릭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한 캐릭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한 캐릭터의 성인 역할과 아이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 그 중 어린 쪽을 '아역'이라고 해야하나 요즘은 그냥 어린 연기자를 통칭하는 말처럼 되버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한 등장인물을 두 명의 배우가 나눠 맡은 것이니 그들의 분량이 적든 많든 '아역'이라기 보단 '공동 주연'으로 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주연급들이 유명 스타들이라 아직까지는 '아역'들이 주연 대접을 받긴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아역'들의 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엔 주연급 성인 배우가 등장하기 전 '명품 아역'으로 시청률을 선점하는게 드라마 흥행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해를 품은 달(2012)'의 김유정, 여진구, 이민호와 '메이퀸(2012)'의 박지빈, 김유정, 박건태 등은 드라마를 시청률 1위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당당한 배우들입니다. 오죽하면 '아역'들이 연기를 잘하면 아역 배우의 뒤를 이어 성인 연기를 담당한 배우들에게 폭발적인 비난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이미 한가인이 고생을 했고 '메이퀸'의 한지혜는 아직까지 어린 해주의 잔상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반면 드라마 '마의'는 아역들이 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풋풋하다는 것만으로 아역들의 역량은 충분하다고했는데 최근엔 아역의 기준이 너무 높아져 상대적으로 신인급 아역 배우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졌습니다. '마의'의 초반 시청률이 저조했던 것은 아역들이 활약하지 못한 탓이라는 시청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아역들의 그런 미숙함이 성인연기자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상대적으로 조승우나 이요원의 연기가 살아났다는 점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아역 배우의 연기하는 캐릭터와 성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하나의 등장인물입니다. '메이퀸'을 예로 들자면 김유정이 연기하는 해주와 한지혜가 연기하는 해주는 같은 캐릭터라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연기한 해주는 이름만 같았지 다른 캐릭터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성인 배우로 역할이 넘어오고 난 이후에 캐릭터가 변질되었다는 지적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착하고 똑똑한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울지 않던 해주가 매사에 화를 내고 징징거리는 여성으로 변해버렸다고 합니다.
'명품아역'의 문제는 어쩌면 이런 부분입니다. 아역 파트가 연기를 잘 하는 건 좋은데 드라마 전체를 놓고 보면 캐릭터 비중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 캐릭터의 아역과 성인 역할을 맡았다는 건 그 캐릭터의 연속성을 지속해야한다는 뜻이고 두 배우는 최대한 같은 캐릭터로 보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역이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주연 배우와 일명 '싱크로'가 맞지 않으면 배제하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연기 잘 하는 아역과 약간 어색한 성인역이 함께 출연하다 보니 전혀 다른 두 편의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고 마치 대역 배우로 바꿔놓은 것처럼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아역이 잘 하면 성인 배우가 더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아역은 분량상 드라마에 성인 배우 보다 먼저 출연하고 그 캐릭터의 첫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지만 성인 배우는 아역이 만든 이미지에 새로움을 보태야하는 까닭에 완벽한 연기를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하는 쪽이 왜 문제냐고 할 법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인 배우가 모든 걸 소화할 능력이 안되면 아역의 강한 이미지를 다소 누그러뜨릴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아역에게 시선이 쏠리면 드라마 전체로 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이죠.
안 그래도 우리 나라는 어린 배우들에게 가혹하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학교도 가지 않고 밤샘촬영하거나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든 연기나 위험한 촬영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을 뛰어난 한명의 연기자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최소한의 정신적, 물리적 보호 조치는 해줘야하지만 그런 부분은 많이 미흡합니다. 특정 아역 배우들는 성인연기자와 동등한 출연료를 받지도 못하는데 너무 잦은 출연을 해서 이미지 소모가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장래를 생각하면 다작이 꼭 좋지만은 않습니다.
어제 첫방영된 드마라 '보고 싶다' 역시 명품 아역들이 화제가 되었다는데 저는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여진구나 김소현 모두 눈여겨 보던 배우들이니 분명 잘 했겠지요. 성인역 배우들이 그 두 어린 배우의 뒤를 이어받을 능력이 될지 안될지야 두고 보면 될 일이지만 일단 '아역'으로 시청률을 띄우면서도 주연 대접을 해주지 않는 상황은 역시 탐탁치 않습니다. 아역 배우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특정 '명품 아역'들을 너무 자주 출연시키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릴 때 유명했다고 오랜 배우 생활을 보장받는 건 아닙니다.
한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서는 '명품 아역'의 등장 보다는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합니다. 드라마 흥행을 위해 경쟁적으로 화제성이 높은 어린 배우들을 섭외할 것이 아니라 성인 배우와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아역 배우를 찾는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더불어 천재적인 연기를 펼친 아역연기자들이 한때 활약하고 마는 단발성 배우들이 아니라 계속 해서 연기자로 활약하려면 그들을 위한 배려도 동반되어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명품 아역'으로 손꼽히는 배우 노영학이 '아역과 배우를 왜 나누는 지 지금도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짝패(2011)', '대풍수(2012)' 같은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한 노영학에게 단지 어리다는 이유 만으로 '아역'이라 부르는 건 어쩐지 억울할 것 같습니다. 주연 캐릭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는 건 그 배우 역시 주연이란 뜻인데 '아역'으로 분류하면 어쩐지 비중이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노영학은 자신들도 똑같이 혼나며 연습하고 현장에서 아이 취급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80, 90년대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아역들. 지금은 자주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아역'들의 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엔 주연급 성인 배우가 등장하기 전 '명품 아역'으로 시청률을 선점하는게 드라마 흥행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해를 품은 달(2012)'의 김유정, 여진구, 이민호와 '메이퀸(2012)'의 박지빈, 김유정, 박건태 등은 드라마를 시청률 1위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당당한 배우들입니다. 오죽하면 '아역'들이 연기를 잘하면 아역 배우의 뒤를 이어 성인 연기를 담당한 배우들에게 폭발적인 비난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이미 한가인이 고생을 했고 '메이퀸'의 한지혜는 아직까지 어린 해주의 잔상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대풍수'와 '대왕의 꿈'에 출연한 노영학. 그는 이미 아역의 경지를 넘었다.
원래 아역 배우의 연기하는 캐릭터와 성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하나의 등장인물입니다. '메이퀸'을 예로 들자면 김유정이 연기하는 해주와 한지혜가 연기하는 해주는 같은 캐릭터라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연기한 해주는 이름만 같았지 다른 캐릭터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성인 배우로 역할이 넘어오고 난 이후에 캐릭터가 변질되었다는 지적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착하고 똑똑한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울지 않던 해주가 매사에 화를 내고 징징거리는 여성으로 변해버렸다고 합니다.
드라마 '메이퀸'에 출연한 김유정과 박지빈. 이들은 대표적인 명품 아역들이다.
아역이 잘 하면 성인 배우가 더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아역은 분량상 드라마에 성인 배우 보다 먼저 출연하고 그 캐릭터의 첫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지만 성인 배우는 아역이 만든 이미지에 새로움을 보태야하는 까닭에 완벽한 연기를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하는 쪽이 왜 문제냐고 할 법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인 배우가 모든 걸 소화할 능력이 안되면 아역의 강한 이미지를 다소 누그러뜨릴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아역에게 시선이 쏠리면 드라마 전체로 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이죠.
드라마 보다 먼저 화제가 되는 명품 아역들. 이제 그들을 '주연'이라 불러야하지 않을까.
어제 첫방영된 드마라 '보고 싶다' 역시 명품 아역들이 화제가 되었다는데 저는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여진구나 김소현 모두 눈여겨 보던 배우들이니 분명 잘 했겠지요. 성인역 배우들이 그 두 어린 배우의 뒤를 이어받을 능력이 될지 안될지야 두고 보면 될 일이지만 일단 '아역'으로 시청률을 띄우면서도 주연 대접을 해주지 않는 상황은 역시 탐탁치 않습니다. 아역 배우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특정 '명품 아역'들을 너무 자주 출연시키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릴 때 유명했다고 오랜 배우 생활을 보장받는 건 아닙니다.
한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서는 '명품 아역'의 등장 보다는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합니다. 드라마 흥행을 위해 경쟁적으로 화제성이 높은 어린 배우들을 섭외할 것이 아니라 성인 배우와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아역 배우를 찾는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더불어 천재적인 연기를 펼친 아역연기자들이 한때 활약하고 마는 단발성 배우들이 아니라 계속 해서 연기자로 활약하려면 그들을 위한 배려도 동반되어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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