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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나비부인, 목수정의 풋풋한 사랑 윤설아의 무서운 사랑

Shain 2012. 11. 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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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남들의 시선을 받고 사소한 사생활까지 화제가 되는 연예인으로 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꼼꼼하게 완벽한 연예인을 연기하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타입도 있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스트레스를 받지않기 위해 남보다 더 뻔뻔하게 상황을 넘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내 사랑 나비부인'의 남나비(염정아)는 제대로 톱스타병에 걸린 연예인으로 남들의 눈을 신경써 오버스럽게 행동하면서도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말하고 자기 편한 것만 기억하고 좋지 않은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대책없는 연예인입니다.

나비의 엄마 배신자(이보희)도 나비와 유사한 타입으로 월드 백화점 이성룡(김일우)를 만나겠단 욕심에 사돈어른인 유금단(김영옥)을 데리고 백화점에 갔다가 화장실에 간 사이 금단할머니를 잃어버립니다. 사돈 이정애(김영애)가 금단할머니를 찾자 옆에 있다며 거짓말하는 배신자가 딱 남나비의 행동패턴과 똑같는 반응을 보이곤 하죠. 일단은 거짓말로 상황을 넘기고 들통나면 솔직하게 대거리를 하니 상대방은 기가 막혀 어쩔 줄 모릅니다. 톱스타였던 남나비도 그런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했을 것이 분명하구요.

치매노인 금단까지 유괴하여 복수하려는 윤설아. 남나비는 드디어 설아를 의심하게 된다.

윤설아(윤세아)는 그렇게 가벼운 남나비 때문에 오빠 윤상현이 자살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순진했던 윤상현은 결혼까지 약속했던 나비한테 버림받았고 죽는 순간 설아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이우재(박용우)의 아이를 임신하고 한참 행복했던 윤설아는 오빠의 장례를 처리하다 아이까지 유산하고 맙니다. 그리고 우재는 설아에게 말도 하지 않은채 떠나게 됩니다. 설아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두 남자가 한꺼번에 떠나버렸기 때문에 남나비에게 잔인한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포스팅에도 한번 적었듯 악랄하게 남나비를 괴롭히는 윤설아의 복수는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럽고 유치해 보입니다. 아무리 오빠가 죽고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잃었어도 그것이 모두 남나비 탓이라는 건 이성적으로 옳치 않은 판단인데다 여배우의 구두굽까지 부러트리고 치매 할머니를 유괴하고 또 가난한 서민의 전세를 올린다던가 로이김(김성수)의 약점을 쥐고 위장결혼을 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입니다. 정작 남나비 본인은 괴로워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만 힘들어졌다는 건 복수가 잘못되었단 대표적인 증거죠.

남나비를 만나 윤상현이 내 오빠라고 털어놓는 윤설아.

악악대며 복수하겠다고 소리지르고 전남편의 사랑까지 되찾겠다 악을 쓰는 윤설아는 그런 의미에서 무섭다기 보다 코믹합니다. 드라마에 악역을 등장시키지 않기로 유명한 김운경 작가는 '난 악인이 코믹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자기가 나쁜 걸 저토록 모를 수 있나'며 드라마 속 악당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윤설아의 악역이 재미있어 보이는는 걸로 보아 그 말이 맞긴 맞나 봅니다. 남편과 남나비가 위기의 상황에서 껴안고 있는 CCTV 화면을 공개하면 자신에게 남편이 돌아올 수 있는 걸까요. 남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선택입니다.

저같아도 남나비처럼 즉흥적이고 아무 생각없이 툭툭 내뱉는 타입은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뒤끝없고 긍정적이고 착한 성격이라도 무책임하고 생각없는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싫다고 해서 윤설아처럼 남들까지 피해를 보는 지독한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도 없죠. 윤설아의 지금 상태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즉 과거에 대한 집착인 동시에 삐뚤어진 망상인 셈입니다. 악역이 가엽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근거가 불충분하니 가엽지도 않습니다.

이우재는 어설픈 거짓말까지하는 윤설아에게 점점 더 정이 떨어진다.

반면 윤설아의 사촌으로 등장하는 목수정(차수연)은 상큼하게 첫사랑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천번의 입맞춤(2011)'에서는 남의 사랑을 훼방놓는 사이코로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정말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은 것 같습니다. '천번의 입맞춤'의 한유경이란 캐릭터는 윤설아 보다 훨씬 더 짜증나고 노골적인 악역이었습니다. 헤어진 남자를 다시 찾기 위해 여주인공을 괴롭힌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였고 몇가지 설정도 비슷하지만 윤설아 보다 훨씬 동정이 가지 않는 타입의 악녀였습니다. 그랬던 차수연이 지금은 귀여운 여성 캐릭터로 등장했네요.

교생실습을 왔던 김찬기(김정현)에게 반해 같은 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 목수정은 '그녀가 온다'라는 OST 가사와 딱 어울리는 깜찍하고 발랄한 여성입니다. 속마음은 착하고 부드럽지만 겉보기엔 결벽증에 쫀쫀하고 때로는 까탈스럽기까지 한 노총각 김찬기를 어떻게든 굴복시킨 귀여운 제자이자 동료 목수정은 어리버리하게 끌려오는 김찬기와 데이트도 하고 첫키스도 합니다. 김찬기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목수정은 메지콩 식당의 며느리가 되어 신방 살림을 차릴 기세입니다. 약간 건달같은 백기(최민) 커플 보다 찬기 커플 쪽이 흥미진진하네요.

알면서도 목수정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김찬기 이대로 결혼할 기세.

'내 사랑 나비부인'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아직까지 비밀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인물도 몇 있습니다. 우재가 임신한 아내를 두고 집을 비웠던 건 그동안 할아버지라 알고 있던 이삼구(김성겸)가 사실 아버지란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고 가까워지려는 설아를 멀리한 건 자신의 어머니가 이삼구와의 사랑으로 월드 백화점을 빼앗기고 버림받았던 것처럼 설아도 상처입을까봐 걱정되서 였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첫사랑을 이루고 싶어하는 목수정도 그동안 미국에 가 있었던 이유가 건강 때문인 것같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사랑이 더욱 간절했던 거겠죠.

남나비는 잘못을 저지르고 다녀도 밉지 않은데 피해자였던 윤설아는 거창한 복수 때문에 밉상인 것처럼 목수정의 찬기에 대한 사랑이 풋풋하고 예뻐보이는 반면 윤설아의 우재에 대한 사랑은 지독하고 무섭습니다. 어차피 곧 드러날 거짓말을 하는 윤설아가 가끔 딱하기도 하지만 그건 잠시입니다. 안 그래도 추운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을 실천하는 윤설아 보다 이우재와 티격태격 사랑을 키우는 남나비와 첫사랑을 납치하는 목수정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뭐 원래 시청자와 작가는 주인공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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