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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명품조연의 대활약 득이 될까 독이 될까

Shain 2012. 11. 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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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전우치'가 어렵사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사수한 모양입니다. 전체적으로 산만한 이야기 전개에 연기력 논란이 있을 만큼 어색한 캐릭터 그리고 '우뢰매'같은 구시대 어린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CG가 구설에 올랐지만 시청자들의 실망이 '전우치'라는 소재에 대한 기대를 누르지 못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옛날이야기 속 '전우치'는 삼각관계나 출생의 비밀같은 억지 설정 없이도 좋은 컨텐츠이고 연기력 논란이 있는 등장인물 외에도 꽤 괜찮은 '명품 조연'들이 꽤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복시 노비 봉구 역으로 등장하는 성동일의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추노(2010)'에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추노꾼 천지호 역을 맡았던 성동일은 주인공 대길(장혁)과의 대립구도도 구도지만 자신이 피붙이처럼 여기던 수하들을 잃고 악의 화신으로 변신하여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봉구는 그런 천지호와는 좀 다른 캐릭터로 도박을 좋아하고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릅니다. 마전자에 취해 실실거리며 내가 폐주의 유모를 죽였노라 떠드는 모습이 정말 볼만했습니다.

'전우치'는 요새 봉구가 대세다.

봉구는 전우치(차태현)가 자신을 살려줬다는 것을 알고 일단 그의 수하가 되기로 합니다. 노름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전우치의 비밀에 대해 입다물기로 한 봉구는 앞으로 기별서리 경방자로 이치와 함께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반정에도 참가한 마숙(김갑수) 무리들과 달리 강림(이희준)과 무연(유이)의 뒤를 쫓기 바쁜 전우치에게 지금 아군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노름방의 철견(조재윤)이나 전우치를 이치라 생각하고 오라버니라 부르는 이혜령(백진희)무리들이 곧 전우치의 한팀으로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우치'에는 특이하게 주연급 보다 눈길이 가는 명품 조연이 다수 등장합니다. 마숙 역의 김갑수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명연기자로 등장하는 것만으로 화면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성동일이 연기하는 봉구도 그렇지만 상선 역의 소칠은 연기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배우 이재용이 맡고 있습니다. 막개 역의 김뢰하도 '공주의 남자(2011)'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배우이고 오규 역의 박주형은 '각시탈(2012)'의 기무라 켄지로 내시부의 둥개는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강채윤(장혁)의 동료 역을 했습니다. 의원 명기 역의 김광규는 '아랑사또전(2012)'같은 퓨전사극에서 코믹함을 전담하던 배우죠.

주연급들 보다 존재감이 커보이는 명품조연들 다수 등장.

이외에도 장정희, 이대연, 최덕문같은 굵직한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해 어찌 보면 주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무게감을 합친 것보다 조연들의 비중이 더 커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차태연이나 유이는 여러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고 이희준도 단역에서 시작해 이제 주연이 된 배우지만 그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거(안용준), 서찬휘(홍종현), 은우(주연)같은 배우는 매우 낯선 얼굴들입니다. 반면 조연들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해낼 배우들이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조연들의 존재감이 주연급들의 비중을 눌러버릴 기세입니다.

이들 명품 조연의 또다른 문제는 이야기가 더욱 어수선해진다는 것입니다. '전우치'에는 이야기의 축이 되는 여러 무리가 등장합니다. 일단 전우치를 중심으로 한 조보소와 노름방, 이혜령과 막개, 운보(이병준)가 한팀이고 두번째는 강림과 마숙을 중심으로 한 왈자패들 그리고 좌상 오용(김병세)의 세력입니다. 세번째는 소칠을 중심으로 한 내시부들이고, 네번째는 이복형을 대신해 왕위에 오른 이거와 이거를 따르는 은우의 세력입니다. 너무나 쟁쟁한 조연들이 이합집산을 반복할 것이 분명하니 보기만 해도 어지럽습니다.

한동안은 주연급들이 명품조연들의 무게감을 누르기 힘들 것 같다.

물론 드라마 '전우치'가 앞으로 민중사극으로 급전환을 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강림과 마숙에게 원한을 가진 전우치가 좌상을 중심으로 한 권력자들에게 맞설 것은 분명하고 그러다 보니 젊은 왕을 중심으로 개혁을 꿈꾸는 서찬휘와 잠시 힘을 합칠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왕가의 비밀을 지키고 싶어하는 내시부와 협력하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이혜령과, 봉구, 막개 등은 전우치가 삐뚤어진 조선 사회에 맞서게 해줄 힘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들과 한팀이 될 때 진짜 홍길동의 활빈당같은 영웅 전우치가 탄생하게 되겠죠.

능청스럽고 익살스런 성동일의 명품 연기를 본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강림, 전우치, 무연의 삼각관계 보다 시장거리를 뛰어다니는 성동일의 봉구가 보여줄 연기가 진짜 '전우치'의 주제에 알맞은 연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주연과 조연의 어우러짐 이야기의 전체적인 조화 면에서 본다며 그 비중 맞추기가 상당히 힘겹지 않나 생각됩니다. 민중사극에서는 조연들의 이야기를 강조하다 보니 주연급들의 무게가 적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지만 아직까진 봉구나 막개가 그런 메시지 전달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한동안 이 두 사람만 믿고 본다.

또 한가지 전체적으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수준 보다 아래였다는 '전우치'의 시청률을 잡아두는 건 그나마 차태현의 코믹함이나 성동일의 연기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를 유이나 이희준이 아닌 성동일과 차태현 콤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천방지축 손오공같던 전우치가 부조리한 조선사회에 맞서는 민중의 영웅으로 부각되는 내용을 다루려 한다면 성동일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당분간은 성동일, 차태현 콤비 체제가 그 어떤 연기자들 보다 돋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추노'에서는 썩은 이로 화제가 되더니 이제는 뾰족한 틀니를 끼고 나와 이번에도 시청자들을 놀래킨 성동일. 드라마가 아무리 어수선하고 주연급들에게 시선이 가지 않아도 봉구 성동일의 연기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드라마의 주연과 조연의 역학관계가 아슬아슬하고 그 때문에 드라마가 아직도 핵심을 못 잡은 느낌입니다만 성동일의 그  틀니만 믿고 가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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