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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들, 이 드라마가 답답한 이유는 바로 이것

Shain 2012. 12. 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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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아들녀석들'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들 딸 구별하여 아들 셋은 낳지 말자'입니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아들이 셋이나 되니 애물단지도 셋, 늘 시끄럽고 소동이 일어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묘사하는 드라마입니다. 이혼과 재혼, 친정과 시댁의 입장차이가 참 재미있게 그려지는게 이 드라마의 최고 장점입니다. 요즘은 이혼하지 않고 남처럼 사는 부부도 있고 이혼 가정도 많고 사별해 편부모 가정이 된 가족도 많아 그런지 저 상황에선 저런 일이 있을 법도 하구나 싶은 공감가는 장면도 자주 등장합니다.

유원태(박인환)와 우정숙(나문희)은 무늬만 부부지 남처럼 삽니다. 40년 동안 바람피우고 생계도 책임지지 못한 유원태와 이혼하겠노라 마음 먹었던 정숙은 자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데리고 삽니다. 요즘 황혼이혼이 문제가 되는 건 이들처럼 몇십년 묵은 부부 간의 앙금을 풀기 힘든 부부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땐 남보다 낫지만 오토바이 타고 소란피울 땐 남편이 꼴보기 싫은 아내.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마누라가 무섭고 밉다가도 오랜 친구처럼 말을 붙여보는 남편.

아들 녀석이 셋이면 애물단지가 셋. 황혼이혼 위기를 겪은 이 부부는 자식 걱정에 매일이 바쁘다.

그 둘의 불편한 동거도 사연이 복잡한데 아들들의 연애문제는 더욱 꼬여 있습니다. 홀아비로 살며 혼자 딸을 키우던 첫째 아들 현기(이성재)는 용케 처지가 같은 과부 성인옥(명세빈)을 만났는데 남편을 잃고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던 성인옥과 결혼하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성인옥의 시아버지 한병국(김용건)은 자기 핏줄인 다빈을 두고 가라 성화고 인옥은 나이어린 아들을 두고 재혼할 수가 없습니다. 남편 대신 큰아들을 의지하고 믿던 현기엄마 정숙은 인옥이 못마땅했고 인옥에게 반드시 아이는 두고 와야 한다고 못박습니다.

인옥의 처지를 보다 못해 현기가 자신이 인옥의 집으로 들어가 한병국을 모시고 살겠다고 했더니 하늘같은 큰 아들이 배신을 했다며 정숙과 원태가 분노합니다. 그 어떤 집이든 장남이 아내의 전 시댁에 들어가 살겠다는데 환영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현기의 아내가 죽었지만 현기를 하나뿐인 사위로 믿고 살던 현기의 전 장모 정여사(김영란)도 그런 현기에게 섭섭함을 표현합니다. 이런 갈등 때문에 급기야 유원태와 한병국이 길거리에서 주먹다짐까지 하자 성인옥은 결혼을 포기하겠다며 멀리 떠나버립니다.

양쪽 집안에서 계속 문제가 터지는 두 사람 결혼하기 정말 힘들다.

둘째 아들 민기(류수영)는 하필이면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현기의 처남이자 민기의 오랜 친구였던 강진(김영훈)은 교통사고를 당한 신영(한혜린)을 구하려다 하반신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신영과 장애를 갖게 된 강진이 한집에서 한식구처럼 살다 약혼하게 되고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걸 고스란히 지켜본 민기는 감히 신영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비밀이 드러났고 몸이 불편한 아들이 신영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운 정여사는 신영에게 말도 안되는 심술을 부립니다.

셋째 승기(서인국)는 한술 더 뜹니다. 아빠를 빼닮은 승기는 바람피우다 부인에게 이혼당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반 그래도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책임감 때문에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반. 아무 생각없이 아내 박미림(윤세인) 곁에서 살아볼까 했고 또 어머니 정숙도 미림과 승기를 다시 이어주려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자기 때문에 속끓이는 미림을 보니 승기도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남자 만나라며 한송희(신다은)와 사귀는 척하는 승기는 미림은 보낼 수 있지만 아들 보람(홍은택)만 보면 속이 짠합니다.

고통받는 미림을 생각하면 이혼이 맞는데 아들 때문에 마음이 아픈 승기.

특히 지난주 방영된 장면, 미림은 어떻게든 승기와 헤어지려 하는데 보람이는 아빠를 보고 싶다며 울며불며 떼쓰고 어린이집에 아빠가 찾아오자 울지도 안고 아빠를 끌어안은채 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혼은 어른들만의 문제인데 그 스트레스를 아이들까지 나눠갖는게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엄마의 재혼으로 심란해하는 다빈(홍현택, 보람이 아역과 친형제라고 하더군요)과 아빠가 성인옥과 결혼할까봐 눈치보는 아람(황채원)도 그렇지만 이혼 때문에 아빠와 헤어져야 하는 보람이가 훨씬 더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따지고 보면 '아들녀석들'이 소재로 선택한 사연들은 복잡하고 골머리 아파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둘째 유민기의 짝사랑이야 좀 별난 케이스라 쳐도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 보면 마음이 간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혼 커플이나 이혼 커플들도 비슷한 곤란 때문에 새롭게 가정을 꾸리기 힘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게 실화극이 아닌 드라마다 보니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게 보기 불편합니다. 그 어떤 상황이든 뭐하나 속시원하게 풀리는 법이 없고 계속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개인의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계속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어른들.

더군다나 인옥의 시아버지 한병국이나 딸을 잃고 혼자 사는 정여사의 캐릭터는 상황상 이해도 가고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이지만 사위나 며느리의 앞길을 고집스레 막아선다는 점에선 부정적인 캐릭터입니다. 사별한지 칠년이면 사위나 며느리도 남이라면 남입니다. 이 부분은 우정숙이나 유원태도 마찬가지라 안 그래도 힘든 자식들에게 아들을 뺏기지 말라는 둥 강요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까지 힘겹습니다. 민폐 캐릭터 유리(리지)도 비슷한데 안 그래도 상황이 어려운 커플들 사이에 부정적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니 드라마가 더욱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더욱 갑갑한 건 이런 문제가 헐리우드 해피엔딩처럼 속시원하게 탁 풀리는 그런 종류는 아니란 거죠.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부모들의 입장은 현실에서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아들녀석들'은 막무가내 유리나 이혼남이 좋다는 한송희나 큰 아들이 아내될 사람의 시부모까지 모시고 산다는 건 좀 많이 억지스럽지만 황혼이혼이나 재혼 가정의 문제를 짚어냈다는 부분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계속 이렇게 힘들게 꼬여간다면 보는 재미가 반감할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일단은 보기 편한 드라마가 시청률도 높은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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