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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해주와 강산의 복수 이게 진짜 '힐링'이다

Shain 2012. 12. 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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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부대끼고 살아온 역사 만큼 복수극의 역사도 길고 깁니다.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복수극과 영웅담으로 요약할 수 있고 복수를 위해 섶에 누워 잠을 자고 쓸개를 맛본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는 동양에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때로는 혈연의 고리까지 끊을 정도로 잔인하고 서글픈 복수극들이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세익스피어의 잔혹 복수극 '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는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복수를 '햄릿'은 모두가 죽는 비극적 결말로 '복수'를 묘사했고 알렉산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억울하게 잃었던 모든 것을 빼앗는 시원한 복수를 그려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만큼 속시원한 복수도 없을 것같지만 세익스피어의 복수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복수하는 사람까지 비참해지는 비극이 연출됩니다. 복수에 성공해도 시원하기 보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반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복수는 약혼녀를 잃고 친구까지 잃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통쾌합니다. 역사적 배경과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복수극의 재미를 살렸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엔 원수의 아들 알베르를 용서하는 모습을 보여줘 복수하는 자의 여유까지 만끽합니다.

이 드라마 '메이퀸'은 일종의 통쾌한 복수극이다.

'메이퀸'의 경쟁작이던 '다섯손가락'이 주인공을 비롯한 모두가 몰락하는 결말을 맞는 세익스피어식 복수극이었다면 '메이퀸'이 추구하는 복수극은 기본적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도현(이덕화)이라는 악인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27년 동안 친어머니와 헤어져 살아야했던 천해주(한지혜)와 역시나 장도현 때문에 부모와 할아버지 강대평(고인범)을 잃어야했던 강산(김재원)이 선택한 복수는 어딘지 모르게 파괴적이라기 보다 건설적입니다. 석유시추사업을 향한 그들의 열망은 이 드라마를 보는 또다른 재미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법에다 호소해도 개운하지 않은 불합리한 일도 있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부조리한 일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복수는 커녕 억울함도 호소하지 못합니다. 복수극의 진짜 재미는 이런 억울한 사람들을 위한 카타르시스고 대리만족입니다. 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제발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마음에 유치한 복수극이 인기를 끄는 것입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는 복수는 커녕 그 한을 품고 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수는 커녕 그 원한도 표현하지 못하고 산다.

간혹 복수를 시도하다 '메이퀸'의 박창희(재희)처럼 자신을 망치고 상관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엉뚱한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도 하고 법으로 금지된 '자력구제'를 하다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복수하고 싶어도 당사자 한번 만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극중 박창희는 장도현의 딸 장인화(손은서)까지 복수의 수단으로 삼는 냉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인화를 괴롭히는 것이 진짜 복수일까요. 최소한 복수는 자신도 똑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아야 깨끗하게 끝날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남편 윤학수(선우재덕)를 잃고 이십칠년 동안 딸을 외면한채 살아야했던 금희(양미경)의 한은 억울해도 당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장도현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도 없거니와 천지조선의 재산을 다 물려줘도 계모에게 구박받으며 살던 딸의 서러움을 보상해줄 수 없습니다. 또 죽어버린 전남편은 어떻게 해도 살아돌아오지 않습니다. 부모의 원한을 알게된 한해주가 같은 설움을 가진 강산이 장도현을 그냥 내버려둬야할까요. 쉽게 용서하라 마라 할 수 없는 지난 세월의 복수.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업적 성공을 통해 장도현을 누르는 것입니다.

정당한 복수야 말로 진정한 '힐링'이다.

'청담동 앨리스'의 쟝띠엘샤 아니 차승조(박지후)가 이런 상황을 위한 적절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역시 힐링에는 복수가 최고야' 그 말이 맞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과 가슴에 한맺힌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복수는 그 한 사람의 '정신건강'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줍니다. 물론 명언(?)을 발설한 쟝띠엘샤의 유치하고 찌질한 복수가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만 악당을 처벌하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은 많은 사람들을 '힐링'합니다.

복수의 쾌감이 진정한 '힐링'이 되기 위해서는 복수의 방법이 파괴적인 것이 되기 보단 건설적인 것이 좋습니다. 학살자를 때려죽이는 것 보다는 법적인 처벌에 맞겨 단죄하고 정의를 바라는 것이 피해자를 위한 가장 좋은 '힐링'인 것처럼 '추적자'의 억울한 아버지 백홍석(손현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처벌한 것처럼 복수는 나도 나와 관계없는 타인도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악당을 처벌하기 위해 악당이 되어버린 박창희 또 자신을 버린 전 아내 서윤주(소이현)를 곯리고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쟝띠엘샤의 복수는 힐링이라기 보다 자학에 가깝습니다.

자신을 망치는 창희의 복수는 자학이다.

'메이퀸'을 시청하던 많은 사람들이 장도현의 몰락을 바랐습니다. 배우 한지혜의 연기력 논란을 잊을 만큼 억울한 해주의 삶과 늘 밝은 강산에게 지울 수 없는 그늘을 만든 장도현. 창희가 연인까지 배신하는 악마가 되도록 만든 장도현은 아내 금희(양미경)와 아들 일문(윤종화), 딸 인화까지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강산과 해주의 억울함이 크면 클수록 장도현에게 좀 더 엄청난 벌이 내려지길 바라게 됩니다. 해주와 강산이 해를 입을수록 '힐링'되길 원하는 마음도 강해져 갔습니다. 강산과 해주의 키스신이 남다르게 묘사된 것도 그 때문이겠죠.

총 38회로 종영 예정이니 '메이퀸'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날도 2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들의 꿈을 이어 선박사업으로 성공하고자 결심한 강산과 해주. 운명적으로 얽힌 그들의 복수는 금희와 윤정우(이훈) 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힐링'입니다. 합법적인 복수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되는 복수를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겨울이 진정한 희망을 가져다주길 바랍니다. 얼마남지 않은 장도현의 몰락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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