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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천해주의 아버지는 셋? 반전이 아니라 막장

Shain 2012. 12. 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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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꽤 여러 드라마를 봤지만 '메이퀸'처럼 작가에게 배신당해본 경우는 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영화 역사상 최고 반전이었다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의 명대사 'I'm your father'는 그나마 전체 맥락에서 이해가 가는 반전으로 꼽히고 또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면에서 명장면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갑작스럽게 내가 몰락시키려 했던 원수가 '내 아버지'라는 반전을 곱게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반전이기 이전에 충격이고 주인공의 심정과 동화되어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에겐 배신감이 느껴질 법한 설정입니다. 어제 방영된 '메이퀸'의 내용이 딱 그랬습니다.

돌이켜 보면 천해주(한지혜)의 아버지가 장도현(이덕화)일 수 있다는 복선이 있긴 있었습니다. 장도현은 아들 일문(윤종화) 보다 똑똑한 해주를 보며 내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며 칭찬했고 남보다 뛰어난 해주의 능력에 흡족해 하곤 했습니다. 거기다 장도현과 금희(양미경)가 윤학수(선우재덕)와 결혼하기 전부터 사귀던 사이고 윤정우(이훈) 검사가 의심했던대로 불륜의 조짐이 있었다면 해주가 장도현의 친딸일 가능성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천해주의 친아버지가 장도현이 아니길 바랐던 건 그만큼 그 설정이 '막장'이기 때문입니다.

반전이라기 보단 어이가 없었던 출생의 비밀.

게시판에는 그동안 '메이퀸'을 즐겁게 지켜보던 팬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메이퀸'은 다른 멜로 드라마와는 다르게 장점이 많은 통속극이었습니다. TV에서 보기 힘든 선박회사와 조선업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유난히 드라마를 흥미있게 만들던 아역들의 명연기 그리고 드라마를 환하게 만드는 강산 역의 김재원까지. 계모 조달순(금보라)의 아동학대와 박기출(김규철)의 살인 등 몇가지 설정이 지나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자체의 매력 때문에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메이퀸'이 어제 폭로된 출생의 비밀로 단박에 그 매력을 잃어버렸습니다. 'I'm your father'같은 반전이 효과적으로 먹히려면 '다섯손가락'처럼 비극이 중심이 된 드라마라던가 영화 '원티드(Wanted, 2008)'처럼 운명의 굴레를 강조한 영화일 때 어울립니다. 아니 무엇 보다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준다고 해서 모두 반전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반전이 효과적이려면 충격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사실로 인해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식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감정을 주거나 생각할 거리를 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양파같은 비밀. 해주의 아버지가 셋이라고?

어제 밝혀진 출생의 비밀은 결국 등장인물 대다수를 바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평생 장도현의 뒤를 캐며 첫사랑도 멀리한채 형 윤학수의 원수를 갚겠다 노력했던 윤정우는 이제 천해주의 삼촌이 아닌 남남입니다. 전남편과 이십칠년간 억울하게 버림받은 딸의 원한을 갚겠다고 참고있는 금희도 다른 남자의 딸을 윤학수의 딸로 키운 파렴치한 여성이 됩니다. 아무리 윤학수가 자진해서 속였다고 하나 윤정우의 얼굴을 볼 낯이 없어진 것입니다. 윤학수는 윤학수대로 아내를 성폭행한 남자를 선배랍시고 따르며 함께 일한 이상한 남자가 되고 창희(재희)와 강산은 원수의 딸을 사랑하고 그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웃기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물론 이렇게 골치아픈 출생의 비밀을 설정한 나름의 이유는 있겠죠. 무리하게 등장인물 모두를 용서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 말입니다. 장도현은 자신의 딸을 괴롭혔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고 해주, 일문과 인화(손은서)는 천해주가 자신들의 핏줄이라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억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중심이 되는 해주가 이들의 핏줄이라는데 어떻게 시원한 복수를 하고 냉정하게 내칠 수 있겠습니까. 강산이나 창희도 한풀 꺾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길 바라며 이런 설정을 한게 아닐까요.

장도현에게 복수하려던 세 남자들 뭐가 되는건가요.

어제 폭로된 출생의 비밀로 '메이퀸'의 이야기는 결국 산으로 갔다는 평이 대다수입니다. 주인공 한해주는 자신의 아버지가 죽을 때마다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친아버지로 알았던 천홍철(안내상)이 박기출 때문에 죽고 홍철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윤학수가 죽은 것을 알게 되고 윤학수 조차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란 걸 알았는데 이제 새로운 아버지인 장도현은 몰락하기 직전입니다. 무슨 여주인공 팔자가 아버지 목숨으로 연명되는 것인지 계속해서 아버지가 바뀌고 아버지가 죽어야 운명이 달라집니다. 그동안의 따뜻한 이야기를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천홍철과 윤학수에 대한 복수는 이제 해주 혼자 만의 일이 아닙니다. 홍철의 가족인 조달순과 천상태(문지윤), 영주(정혜)에게 미안해서라도 박기출과 장도현에 대한 복수는 반드시 필요하고 억울하게 죽은 윤학수의 한 때문에 사랑까지 포기한 윤정우는 해주에게 있어 둘도 없는 은인인데다 해주를 조카라 철썩같이 믿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지만 해주가 장도현을 무너트리고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패륜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를 갈며 준비해왔던게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출생의 비밀이 폭로되자 가장 처지가 우스워진 두 모녀. 또다른 반전 있나?

뭐 유전자 검사 조작도 한번 써먹었으니 사실은 박기출이 해주의 진짜 아버지라고 해도 믿어줘야할 판이고 창희의 친아버지까지 장도현이라 해도 뭐 그러려니 할 판입니다. 장도현이 천해주의 친아버지라니 충격적이라기 보단 어이없는 설정이었죠. 아니 어떻게 드라마를 이렇게까지 망가트릴 수 있는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이게 지나치게 연장이 길어진 탓인가요 아니면 처음부터 이런 걸 생각하고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인가요. 장도현이 몰락하고 복수에 성공하고 강산과 해주가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내용이 그렇게 못마땅했습니까?

타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방송하지 않는 시간대라면 모를까 방송사마다 드라마를 방영하는 주말극에서 시청률 1위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24퍼센트의 시청자들이 그 시간대에 이 드라마를 선택한 건 그 많은 통속극들 중에 이 드라마의 매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노력도 인기도 모두 망가트리고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든 이 충격 반전. 아니 반전이라기 보다 '막장'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습니다. 장도현이 천해주의 친아버지라는 검사결과가 누군가의 조작이란 식으로 빠져나갈지 아니면 이대로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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