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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마지막회에 정치적인 의도가 보였다고?

Shain 2012. 12. 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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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높은 시청률의 인기 드라마가 이런식으로 끝맺음할 줄은 미처 상상 못했던 일입니다. 아무리 요즘 MBC표 주말 드라마의 대세가 소위 '막장'이라지만 '메이퀸'의 첫시작은 '대놓고 막장' 소프오페라를 선언한 '욕망의 불꽃(2011)'같은 드라마와 조금 달랐습니다. 경쟁작이었던 SBS의 '다섯손가락'과 유사한 복수극이면서도 선박사업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던 드라마였죠. 또 아역 연기자들을 비롯한 연기자들 대부분이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1위의 비결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제 방영된 '메이퀸'의 마지막회를 본 많은 사람들은 '연기는 하나같이 다 잘한다'며 입을 모았습니다. 온순하고 착하지만 복수에 사로잡힌 이금희 역을 맡았던 양미경이나 평생을 못된 짓만 하다 결국 스스로 비참해지는 결말을 맞은 장도현 이덕화의 연기도 약하기 때문에 비겁할 수 밖에 없는 박기출 역의 김규철도 모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거기다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로 분위기를 장악한 박창희 역의 재희나 밝은 분위기로 시종일관 드라마를 살린 강산 역의 김재원도 빼놓을 수 없는 연기자들입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배우들의 명연기는 단연 으뜸이었다.

막장 드라마는 다 똑같지 않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세상에는 꼭 '막장'이라 욕할 수만은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법입니다. 출생의 비밀, 패륜, 불륜, 범죄같은 소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좋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기분만 상하는 '막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윤학수(선우재덕)의 죽음 때문에 계모 조달순(금보라)의 밑에서 구박받으며 자란 해주(김유정)와 양아버지 천홍철(안내상)의 이야기는 신파극이면서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매력을 좋아했던 것이구요.


이런 '메이퀸'의 매력은 드라마 후반부까지도 죽 이어졌습니다. 강산(김재원)과 해주(한지혜)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죽인 장도현(이덕화)을 무너트리기 위해 최고의 설계자가 되고 제작자가 되었으며 박창희(재희)는 나름의 방식대로 악마로 거듭나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했습니다. '절대악'을 상대하기 위한 그들의 흥미진진한 노력은 많은 사람들을 TV 앞에 앉힐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지나치게 권선징악적이고 선악구조가 단순한 것같지만 '악당'을 처벌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심리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그들의 용서.

그러나 해주의 아버지가 셋이 되는 순간 '막장'과 '재미있는 드라마' 간의 아슬아슬한 밸런스는 깨지고 맙니다. 천해주의 생물학적 아버지 장도현은 해주를 딸로 받아준 윤학수를 살해했고, 그 장도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박기출이 해주의 비밀을 지키려 해주의 양아버지 천홍철을 죽였습니다. 결국 자신의 오랜 꿈을 망쳐버린 장도현 본인도 해주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해주는 결국 세 아버지 모두를 죽게 하거나 죽음의 원인되는 희한한 팔자가 되버린 것입니다.

무엇보다 황당한 건 등장인물들 간의 억지스러울 만큼 부자연스러운 '화합'입니다. 이미 결혼한 자신을 성폭행해 윤학수의 딸이 아닌 장도현의 딸을 낳게 만든 장도현과 30년 가까이 부부로 살아온 이금희(양미경)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나 인화(손은서)와 일문(윤종화)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당사자입니다. 자신을 불륜에 빠트린 장도현과 결혼한 것도 좀 이상한데 인화와 일문과 오손도손 사는 모습은 더욱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원수의 딸을 여전히 조카라 부르는 윤정우(이훈)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를 옹호하거나 자살할게 아니라 사죄하고 죄값을 치르면 된다. 그뒤에 화합이 있다.

죄를 지은 상대와 화합하고 용서한다는게 아무리 미덕이라 해도 인간이 원수를 용서할 수 있는 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좁습니다. 강산에게 천해주는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존재의 딸이고, 인화에게 창희는 아버지 장도현을 자살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살면서 울컥울컥 떠오를 울분과 분노를 그들은 삭일 수 있을까요? 아니 인간적으로 그 부분은 너무나 부자연스럽습니다. 아무리 화해와 용서가 중요하다 해도 처음부터 장도현을 해주의 친아버지로 설정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가고 불만스러운 건 장도현을 '아버지'라 부른 해주의 심리 변화입니다. 장도현은 죽을 때까지 여러 사람에게 비겁한 아버지였습니다. 모든 자녀들에게 거부당한 죄많은 아버지 장도현은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이금희에게 부탁하고 사라집니다. 무엇 보다 죄의 대가를 정당히 치르지 않고 가난했고 배고팠던 우리 시대에는 그런 편법과 부정이 최선인줄 알았다며 변명하고 자살합니다. 정당한 죄의 대가를 치른 후 참회해야 하는데 임의로 자기자신을 처벌함으로서 화합의 의미를 희석시켜버린 것입니다.

일부 시청자들이 이런 드라마의 마지막을 놓고 정치적인 해석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장도현이 부정하고 부패했던 70, 8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나 그의 딸이 장도현의 업적을 이어받아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으니 과거를 덮고 피해자들은 용서하고 화해하란 메시지는 아닌지 최근 당선된 여성대통령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엮은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극중에서도 장도현은 피해자들에게 딱 부러진 사과를 하지 않은 셈인데 피해자들은 어느새 받아들이고 하하호호 사는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이상한 결말을 꾸몄는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제작진.

'그 시대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방법이 잘못되서 그런 거지 그 열정과 야망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신 것처럼'라는 해주의 대사는 마치 그 시대에 대한 변명과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아버지 시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고 폭행하고 재산을 뺏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잘못입니다. 그 시대를 똑바로 살기 위해 애쓴 사람들에 대한 모욕일 뿐이구요. 시청률이 장땡이라지만 이런 설정을 용납한 MBC도 또 기가 막히는 결말로 시청자를 우롱한 제작진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생물학적 아버지의 자살을 보고 있다고 해도 30년 동안 아버지라 불러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신의 아버지를 둘이나 죽인 사람에겐 쉽게 '아버지'란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그리고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정서라고 봅니다. 그 시대의 질서가 그랬다고 해서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사람들의 말처럼 정치적인 메시지를 섞느냐 지나친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생각할수록 시청한 시간이 억울하네요. 시청자들의 비아냥대로 정말 김재철 사장의 사주라도 받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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