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대선 후보 TV 토론 최고의 재미를 기대한다

Shain 2012. 12. 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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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고 탈많던 대선 후보 TV 토론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12월 4일, 10일, 16일 3차례에 걸쳐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간의 TV 토론이 예정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올 대통령 선거 최고 재미인 후보자 토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들을 직접 만나기는 커녕 생계 문제로 후보 유세장 한번 가보기 힘든 일반 국민들에게 대선 후보 TV 토론은 대통령 후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자 유일한 수단입니다. 왜 이제서야 대선 후보 TV 토론이 성사되었는지도 아쉬운데 초반에는 토론 방식에도 논란이 있었죠.

올해는 세계적으로 대통령 선거가 유난히 많았던 해라 얼마전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의 롬니와 오바마 간의 TV 토론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TV 토론에서 우세한 후보가 선거 결과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 미국 대선의 최대 변수는 TV 토론이 아니라 허리케인 샌디였습니다. 오바마는 TV 토론에서는 다소 밀린다는 평이었으나 허리케인 이후 모든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재난 복구에 힘을 쏟았습니다. 반면 롬니는 평소 연방재난관리청을 없애고 군비를 늘리겠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습니다.

TV 토론을 앞둔 문재인, 박근혜 두 대통령 후보. 이정희 후보도 참가한다.


평소 달변이라고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은 첫 TV 토론에서 다소 수세에 몰린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상대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인기를 끌려 하는데 비해 오바마는 최대한 네거티브한 느낌을 피하려 했다는 평입니다. 반대로 공격적인 입장에서 오바마의 외교 정책과 실책을 토론하려 했던 롬니가 첫 토론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엎치락 뒤치락 서로에 대한 비판과 답변을 반복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던 두 후보의 당선을 결정지은 것이 허리케인이었다니 어떻게 보면 허탈하고 어떻게 보면 하늘의 뜻이란게 있긴 있나 보다라며 웃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대선 후보 TV 토론은 프랑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프랑스 국민들이 토론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모이기만 하면 토론한다고 할 정도로 토론이 일상생활인 그 나라에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엄격한 TV 토론을 요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시청률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전 국민의 절반이 이 TV 토론을 지켜본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무려 3시간 동안 토론이 이어지고 토론하는 동안 자료를 읽거나 메모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특정 주장을 할 때 근거를 정확히 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지난 5월 프랑스는 17년 만에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TV 토론이 벌어지기 전부터 대통령 사르코지가 대선에서 질 것이며 도전자인 올랑드는 TV 토론에 잘 맞서면 무난히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5년전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 대통령 후보 루아얄에 맞서 차분하고 방어적인 토론 자세를 유지했던 사르코지가 이번 대선에서는 다소 격하게 올랑드와 대결을 벌였습니다. '거짓말'이라며 올랑드에게 감정적인 말까지 내뱉으며 역전을 노렸던 사르코지는 결국 올랑드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초반 사르코지와의 TV 토론을 최대한 피하며 우위를 유지하던 올랑드는 정치 베테랑 사르코지와 팽팽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토론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법적으로 특정 자격 조건을 갖춘 대통령 후보들이 최소 세 번 이상의 TV 토론을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국민들은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자주 TV 토론이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TV 토론이 아니면 국민들이 대통령 후보를 평가할 기회란 거의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 나라에서 TV 토론을 거부한다는 것 만큼 부당한 일도 없습니다.

프랑스 국민의 절반이 지켜보았다는 올랑드와 사르코지의 TV 토론.


각 대통령 후보들은 출신 정당이 다른 만큼 각종 정책이나 사회적 현안에 대한 가치관도 다릅니다. 그만큼 서로의 차이점을 질문과 답변, 공방을 통해 밝혀내기 쉬운 것이 TV 토론의 장점입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도 없고 백퍼센트 무결점인 후보도 없기에 자신의 장점과 상대의 단점을 드러내자면 TV 토론 만큼 좋은 경쟁도 없습니다. TV 토론을 두고 네거티브가 판을 친다고 우려하는 일부 언론도 있지만 이는 그동안 정치인들의 TV 토론이 잘 활용되지 않았다는 반증일 뿐 TV 토론의 가치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문제가 된 TV 토론 논란은 우려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방송사의 토론 제의를 몇 차례 거부하여 올해 국민들이 볼 수 있는 대선 토론은 단 세 차례 뿐입니다. 법으로 지정된 세 차례의 토론 방송으로 국민들이 후보들을 TV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전 벌어진 박근혜의 단독 TV 토론 즉 '국민 면접'은 토론이 아닌 일방적인 연설회나 토크쇼 형식의 방송으로 'TV 토론'의 의미까지 바꾼 문제점 투성이의 방송입니다.

거기다 4일부터 이루어질 토론에서 반론과 재반론이 불가능한 문답 형식의 토론을 도입한다는 말로 시끄러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수첩공주'라 불리는 특정후보를 위한 맞춤형 토론회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습니다. 물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TV 토론을 위해 최소한의 원칙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단독 토론이 토론이 아니라 토크쇼인 것처럼 반론과 재반론이 불가능한 토론은 간담회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이 문제는 여전히 공방이 오고 가고 있고 재반론이 가능하다는 보도자료도 뿌려지고 있으나 확실한 진행방식은 추가 자료를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에는 무려 83차례의 TV 토론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이 TV 앞에서 대선 후보들의 역량을 지켜보았습니다. 올해는 단 7차례의 대선 토론회 만이 방송(미디어오늘 자료 참고)되었고 토론을 거부한 박근혜 후보 측은 유세 일정이 빡빡해 TV 토론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도 TV 토론 참석을 거절하며 총리로서 할 일이 너무 많아 토론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는데 참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TV 토론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더욱 더 활발해져야할 국민들의 권리라는 점입니다. 대통령 후보자들은 깨지고 공격당하고 단점이 드러나더라도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보여줄 의무가 있습니다. 색깔 공격을 하고 네거티브 공격을 하라는게 아니라 자신이 내세운 정책을 목숨 걸고 사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란 말입니다. 말솜씨가 뛰어나지 않고 어눌하고 딱 부러지지 않는 말투로도 TV 토론에서 승리한 전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정치에 무심하다는 미국에서도 미식 축구 보다 많은 사람이 지켜봤다는 대선 후보 TV 토론. 길을 지날 때 마다 시끄럽게 떠드는 유세 차량은 정말 싫습니다. 귀가 따가워 소음으로 신고하고 싶을 정도이고 횡단보도를 막아서고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습니다. 돈도 적게 들고 보는 사람들도 흥미로운 TV 토론이야 말로 당연히 대통령 후보들이 지향해야할 선거운동이 아닐까요. 2012년 최고의 TV 컨텐츠 대선 후보 TV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하는 후보들의 열정. 어서 빨리 그 뜨거운 토론의 장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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