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이정희의 '6억' 대선 TV 토론의 허점을 맹렬히 공격하다

Shain 2012. 12. 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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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2월 4일 열린 대통령 후보 TV 토론을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적 의견 중 하나가 '전율을 느꼈다' 내지는 '속시원하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넷 좀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본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과 공중파 언론에서 쉽게 거론하지 않는 '삼성공화국' 그리고 '6억'이란 단어가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왔기 때문입니다. '다카키 마사오'가 누군지 모르는 일부 시청자들은 각종 포털에 검색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다카키 마사오'가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을 왜 그동안 TV에서 쉬쉬해왔는지 또 '삼성공화국'의 삼성장학생이란 표현을 공중파 언론은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한번쯤은 언론에서 검증할만한 주제였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거기다 내란죄로 실형을 받은 전두환에게 즉 범죄자에게 6억을 받았다는 건 현재 시세로 300억을 받았단 뜻으로 언론에서 한번쯤 심각하게 다뤄야할 내용임에도 지금까지 공중파에서 그런 주제를 다룬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감탄하며 '독하다'고 했을 만한 그런 폭로였습니다.

12월 4일 방송된 대선 후보 TV 토론.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가치관에 상관없이 토론은 정치인의 기본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토론을 잘 하는 것을 말잘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혼자서는 말을 잘해도 대화를 했다 하면 버벅이가 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전부터 우리 나라에도 프랑스 만큼 논법과 정확한 근거 제시에 익숙한 정치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날카로울 때는 송곳 보다 예리하게 진지할 때는 바위 만큼 무겁게 정치인에게는 그런 토론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후보들의 TV 토론은 그런면에서 후보들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기 좋은 유일한 기회이자 최적의 기회입니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TV 토론이기에 법정 지정된 TV 토론 참가를 거부하는 후보는 사퇴해야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현재 법적으로 지정된 세번의 TV 토론을 벌금 400만원만 내면 포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국민이 연설회와 선거 유세를 볼 수는 없는 일이고 때로는 생계 문제로 투표까지 할 수 없는 시대에 TV토론은 국민으로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수단입니다

첫번째 삼자 TV 토론이 열리기전 많은 사람들이 현 TV 토론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여러 방송사가 박근혜 후보에게 양자 토론을 제안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거절했고 법정으로 지정된 삼자토론 만 수락한 상태였습니다. 그 삼자토론 마저 초반엔 반론, 재반론이 불가능하단 부분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1:1 토론이 아닌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진행되어 토론이 토론같지 않고 밋밋하다는 평이 대세였습니다. 형식에 짜맞춘 질문 답변이 무슨 토론이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는 그 토론형식의 약점을 맹렬히 파괴했습니다. 문재인, 박근혜 두 후보에 비해 소수 지지를 받는 이정희 후보에게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종북'이라는 딱지까지 붙은 이정희 후보에게 밋밋한 삼자토론은 제대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정희 후보가 대선 후보 TV 토론을 흥행시킨 일등공신이란 사실은 여야 모두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정희는 자신에게 배당된 질문 답변 시간을 이용해 박근혜 후보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부었고 박근혜 후보는 결국 토론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고 맙니다.

이것만 기억하시면 된다.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단일화 주장하고 있는 이정희 후보가 후보를 사퇴하게 되면 국가 보조금을 그대로 받게 되고 도덕적 문제가 있는데 토론회를 왜 나왔냐'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박근혜 후보 측은 어제 토론회 이전에는 질문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진 TV 토론에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습니다. 질문과 답변 형식의 토론이 무슨 토론이냐며 비판했던 측은 오히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이었습니다. 그랬던 박근혜 후보가 토론 당일에는 토론을 가장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어제 토론에서 최대한 공격적인 모습을 자제하고 다소 위축되고 점잖은 모습으로 토론을 이끌어간 반면 최후 발언에서 토론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이정희 후보는 새누리당이 '네거티브'라 팔팔 뛸 정도로 맹공을 퍼붓습니다. 이정희 후보가 삼자토론의 일원이 된 것도 관련법에 의거한 정당한 참여였으며 삼자토론 형식에 합의한 것도 새누리당입니다. 이제 와 이정희 후보를 배제시킬 수도 없고 일단은 질문, 답변의 형식을 지켰으므로 구체적으로 제재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은 특정 후보에겐 불편했을지 몰라도 어제 이정희 후보의 토론은 국민들이 그동안 원해왔던 '화끈한 TV 토론'의 한단면이라는 점입니다. 이정희 후보의 입으로 듣기전까지 박정희와 '다카키 마사오' 또는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이름의 유래를 공중파에서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통령 후보가 범죄자 전두환에게 현재 가치로 300억 상당의 돈을 받았다는 것도 상당히 큰 문제인데 돈을 받은 본인이 전국민 앞에서 받았다고 시인했음에도 그 부분을 언급하는 언론이 거의 없습니다.

TV토론에서 하지 못한 것 또 언론이 하지 못한 일을 폭발적으로 성사시킨 이정희 후보에게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형식의 토론을 맹렬히 공격하고 언론도 감히 입에 담지 못한 단어를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어제 토론회는 충분히 가치있는 한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무리 토론 형식을 제한해도 할 말은 해야하고 언급할 것은 언급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대선 후보들의 속마음까지 볼 수 있는 그런 적나라한 토론입니다.

또 토론 회수가 줄어들고 형식에 제약이 많아 날카롭고 강단있게 토론하는 대통령 후보를 보고싶단 욕심을 올해는 접어야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제 첫 토론을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 토론 열풍이 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정희 후보의 정공법은 구태의연하게 TV 토론을 준비한 일부 후보들에게 일격을 가했습니다. 일부는 이정희 후보의 행동을 '네거티브'라 비난하는데 '네거티브'를 비난하려면 일단 토론다운 토론부터 시도해봐야하는 것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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