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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터넷은 '김정남 인터뷰설'이 화제입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오늘 MBC에서 한때 북한의 후계자로 지목받았던,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취재를 공개하려 했다는 설이 퍼져나간 것입니다. 이미 '김정남 망명설'은 몇달전부터 인터넷에서 떠돌던 내용이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대선 전에 김정남이 공개되리란 추측이 파다했습니다. 대선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그 어떤 화제 보다 뜨거운 감자입니다. 예년에 비해 두 후보 간 양자토론은 유난히 적었지만 국정원 직원 댓글 알바 개입설, SNS 여론 조작설 등 유쾌하지 않은 잡음은 훨씬 잦았기 때문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국민들의 선거와 정치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인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열의를 보이는 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작은 열망이자 둘 중 더 나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노력이지 특정 정치인이 완벽하다거나 착하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은 아닙니다. 정치는 늘 국민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습니다. 마치 욕하면서 지켜보는 공중파 방송 막장드라마처럼 안 볼 수도 없고 모르는 척 할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 국가의 국민인 이상 선거는 평생 함께 가야하는 의무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TV 드라마 중에서도 '선거'를 중심으로 꾸려진 컨텐츠가 있긴 했습니다. 정치 드라마의 특징상 '외압' 시비가 일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성없는 판타지라 외려 정치혐오증을 부추키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인공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내용으로 보는 사람들을 만족시킨 드라마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드라마들이기도 합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오늘 그런 드라마들을 돌이켜보는 건 어떨까요.
시티홀(SBS, 2009) - 유쾌하고 상쾌한 생활정치와 로맨틱 코미디
'시티홀'은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입니다. 여주인공 신미래(김선아)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국회의원 조국(차승원)과 사랑에 빠진 로맨틱한 여성입니다. 각종 동호회 활동에 열심인 백수였으나 어느날 10급 공무원이 된 신미래는 시장 부속실에서 일하며 손님들에게 커피 대접을 합니다. 그런 신미래가 사십이 다 된 나이에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간 건 어디까지나 카드빚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던 신미래는 밴댕이 아가씨로 뽑혔지만 기쁨도 잠시 약속된 상금도 받지 못하고 시청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상금을 돌려달라며 1인시위를 하던 신미래가 유명 정치인의 사생아이자 인기 정치인인 조국과 얽히고 다시 '인주시'의 시장으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다소 딱딱한 컨텐츠를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시킨 초기작품답게 정치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노력하면 된다는 것은 안다는 식으로 주제를 전개합니다.
돈과 권력이 남아도는 무서운 정치인들이 많은데 아무것도 없는 신미래 시장이 그저 시민들을 위하겠다는 마음 하나 만으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조국은 아무 대책없는 신미래와 함께 기발한 방법으로 인주시를 위해 노력합니다. 때로는 재벌들이 인주시에 쓰레기 매립장을 설립하려 하고 신미래를 쫓아내려 혈안이 된 시의원도 있지만 시민들을 위한다는 '진심'이 뭔가를 이뤄냅니다.
달변가 정치인 조국의 연설도 연설이지만 신미래의 연설 중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이 뭔줄 아냐'는 질문이 이 드라마의 백미로 꼽힙니다. 정치라는 게 멀리 있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 생활과 가까이 있고 삶을 바꾸고 싶다는 서민들의 간단하고 단순한 '꿈'에서 시작한다는 메시지에 동의한다면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대물(SBS, 2010) - 여성대통령이라기 보다 서민 대통령이었던 서혜림
원작만화 '대물'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대물'은 방영 초반 작가가 바뀌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고 외압시비 때문에 구설에 올랐던 드라마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정치'는 드라마로 만들기 꽤 힘들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재확인시켜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명품 정치 미드인 '웨스트 윙(Tne West Wing)'을 기대하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한국 정치 드라마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평균 시청률 27.5 퍼센트로 성공적이지만 만족과 실망이 반반이라는 평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 때문에 지금 대선 후보로 나선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드라마가 아니냔 평을 받았습니다. 또 실제로도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될만한 화제가 자주 등장해 여당과 야당 모두를 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여당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여성 대통령'임을 강조하려 했고 야당은 '서민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곤 했죠. 마지막엔 주인공 서혜림(고현정)의 선거 운동에 노란 옷과 노래 '상록수'가 등장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서를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뺑소니 사고로 구설에 오른 배우 권상우 때문에 '정치 드라마'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의견도 있었고 또 연말에 연기대상을 받은 고현정의 '대통령같은' 수상 소감으로 악평을 듣기도 했던 '대물'은 한편으론 국민들의 정서를 만족시키고 한편으론 국민들을 실망시킨 이상한 드라마였습니다. 속시원하게 선거에서 이기고 상대 정당과 화합하는 서혜림에게는 만족하나 실제 정치를 반영했다기 보다 판타지인 드라마의 특성상 오히려 현실과의 차이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평도 많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인이 되고 정치경력이 전혀 없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 개혁을 일궈낸 서혜림의 이야기는 정치는 생각 보다 가까이 있다는 깨우침을 주기엔 충분합니다. 한 사람의 국민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꿈은 판타지에 불과한 것일까요. 어쩌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프레지던트(KBS, 2010) - 정치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다
'제 5공화국(2005)'같은 다큐멘터리 타입 정치 드라마가 아닌 이상 정치 드라마는 대부분 판타지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민감한 정치권 문제를 함부로 드라마에 끌어들였다간 정치적 목적을 의심받게 되고 여야 양쪽으로부터 질타를 받기 쉽습니다.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대중 드라마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정치색을 띈다는 평가를 받는 건 위험한 일이죠. 그러다 보니 '대물'이나 '시티홀'도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멜로'를 가미하게 된 것입니다.
'프레지던트'는 다큐도 멜로도 아닌 거의 유일한 정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젊은 국회의원이 가족들과 동료들의 희생을 밟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모습은 극적이지만 쓸쓸해보였습니다. 결혼전 가졌던 아이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의심하고 수양딸과 그 아들이 사랑에 빠진 걸 알면서도 그들의 관계를 적극 찬성하지 못하는 장일준(최수종). 결국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테러를 연출하고 잡혀간 형님의 친구 이치수(강신일)와 자신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죽어버린 장인 조태호(신충식)의 노력으로 장일준은 선거에서 이깁니다.
이 드라마는 청렴하고 정의롭고 깨끗한 것이 정치인의 조건인가 아니면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으면서 정치 수완을 동원하는게 정치인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정치는 국민들의 뜻이 모아진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판타지가 아니라 누군가는 더럽고 추한 일을 대신 해줘야하는 현실일까? 추문이나 스캔들이 없는 완벽한 정치인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장일준 보다 훌륭한 상대 후보를 이기기 위해 야합하는 모습은 꽤 껄끄러웠죠.
경쟁작이었던 '대물'의 영향인지 그리 높은 시청률을 얻진 못했지만 본격 정치 드라마로 관심을 모았던 '프레지던트'에는 유난히 명대사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최근에도 화제가 되었던 '대학생 투표율'에 대한 직언입니다. '정치를 혐오한다며 투표 안하는데 정치인들이 왜 당신들한테 관심 갖나요'라는 대사는 실제 유시민 의원이 예전 대학생 강연에서 말했던 내용이라고 합니다. 투표하지 않는 국민에게 관심가지는 정치인은 없다. 이런 진리를 정치혐오증에 빠진 우리들은 쉽게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추적자(SBS, 2012) - 선거로 바꿀 수 있는 많은 것들
올 한해 최고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중 한편인 '추적자'는 한 유명 스타와 정치인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딸과 아내를 잃고 오히려 범죄자가 되어 떠돌아야했던 평범한 경찰 백홍석(손현주)의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딸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법도 권력도 세상사람들의 인심까지도 백홍석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고를 힘으로 덮어버린 정치인 강동윤(김상중)은 오히려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개혁을 일궈낼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추앙받습니다.
재벌 서회장(박근형)도 정치인 강동윤도 아이돌 스타 PK준(이용우)도 백홍석에겐 모두 법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경찰의 박봉으로 아내와 고생하며 살았고 딸아이 하나 키우는 재미로 살았는데 백홍석이 살고 있는 나라의 법은 그 사람들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습니다. 백홍석은 원칙주의자인 검사 최정우(류승수)와 재벌이기 보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하는 서지원(고준희) 그리고 동료인 황반장(강신일)과 조형사(박효주), 깡패 박용식(조재윤)의 도움으로 진실에 접근해 갑니다.
결국 백홍석의 열망을 실현시킨 것은 국민들의 투표였습니다. 언론으로 공개된 강동윤의 동영상은 절대로 강동윤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정의감을 자극시켰고 선거에서 떨어진 강동윤은 드디어 백홍석 앞에 무릎꿇습니다. 감히 성공하리라 예상할 수 없었던 백홍석의 소원은 선거로 이루어졌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는 누명을 벗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딸의 명예도 되찾았습니다.
한 평범한 아버지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섰을 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 법. 결국 그 법에 의해 다소 과한 처벌을 받으면서도 백홍석은 밝게 웃습니다. 그래도 법이 있어서 그 법으로 보장된 선거가 있어서 다른 평범한 아버지들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많은 것을 바꾼다는 당연한 진실이 극적으로 구현된 장면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음은 물론입니다.
자 드디어 내일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때로는 '추적자'의 백홍석처럼 억울한 마음으로 때로는 '대물'의 서혜림을 뽑아준 국민들의 작은 염원으로 때로는 이도 저도 아닌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리는 선거를 합니다. 물론 대통령 선거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많은 것이 극적으로 바뀌지도 않고 또 눈에 보이는 변화가 당장 생기는 것도 아니며 우리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 그런 알라딘의 램프같은 드라마틱한 수단은 없습니다.
그러나, '프레지던트' 장일준의 말처럼 정치인들은 투표하는 국민들을 두려워합니다. 투표하는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은 겉으로 일지언정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과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 사이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지금까지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더 많았을까요? 내 한 사람의 투표가 많은 걸 바꾼다는 말은 결국 그런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국민들의 선거와 정치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인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열의를 보이는 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작은 열망이자 둘 중 더 나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노력이지 특정 정치인이 완벽하다거나 착하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은 아닙니다. 정치는 늘 국민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습니다. 마치 욕하면서 지켜보는 공중파 방송 막장드라마처럼 안 볼 수도 없고 모르는 척 할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 국가의 국민인 이상 선거는 평생 함께 가야하는 의무인 것입니다.
지금 전국은 문재인, 박근혜 두 후보의 접전이 한참이다.
시티홀(SBS, 2009) - 유쾌하고 상쾌한 생활정치와 로맨틱 코미디
'시티홀'은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입니다. 여주인공 신미래(김선아)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국회의원 조국(차승원)과 사랑에 빠진 로맨틱한 여성입니다. 각종 동호회 활동에 열심인 백수였으나 어느날 10급 공무원이 된 신미래는 시장 부속실에서 일하며 손님들에게 커피 대접을 합니다. 그런 신미래가 사십이 다 된 나이에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간 건 어디까지나 카드빚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던 신미래는 밴댕이 아가씨로 뽑혔지만 기쁨도 잠시 약속된 상금도 받지 못하고 시청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상금을 돌려달라며 1인시위를 하던 신미래가 유명 정치인의 사생아이자 인기 정치인인 조국과 얽히고 다시 '인주시'의 시장으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다소 딱딱한 컨텐츠를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시킨 초기작품답게 정치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노력하면 된다는 것은 안다는 식으로 주제를 전개합니다.
'시티홀'은 인주시라는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달변가 정치인 조국의 연설도 연설이지만 신미래의 연설 중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이 뭔줄 아냐'는 질문이 이 드라마의 백미로 꼽힙니다. 정치라는 게 멀리 있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 생활과 가까이 있고 삶을 바꾸고 싶다는 서민들의 간단하고 단순한 '꿈'에서 시작한다는 메시지에 동의한다면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대물(SBS, 2010) - 여성대통령이라기 보다 서민 대통령이었던 서혜림
원작만화 '대물'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대물'은 방영 초반 작가가 바뀌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고 외압시비 때문에 구설에 올랐던 드라마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정치'는 드라마로 만들기 꽤 힘들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재확인시켜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명품 정치 미드인 '웨스트 윙(Tne West Wing)'을 기대하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한국 정치 드라마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평균 시청률 27.5 퍼센트로 성공적이지만 만족과 실망이 반반이라는 평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 때문에 지금 대선 후보로 나선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드라마가 아니냔 평을 받았습니다. 또 실제로도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될만한 화제가 자주 등장해 여당과 야당 모두를 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여당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여성 대통령'임을 강조하려 했고 야당은 '서민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곤 했죠. 마지막엔 주인공 서혜림(고현정)의 선거 운동에 노란 옷과 노래 '상록수'가 등장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서를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평범한 아줌마 대통령이 되다. 정치에 대한 속시원한 판타지인 동시에 진실을 말해주던 드라마.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인이 되고 정치경력이 전혀 없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 개혁을 일궈낸 서혜림의 이야기는 정치는 생각 보다 가까이 있다는 깨우침을 주기엔 충분합니다. 한 사람의 국민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꿈은 판타지에 불과한 것일까요. 어쩌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프레지던트(KBS, 2010) - 정치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다
'제 5공화국(2005)'같은 다큐멘터리 타입 정치 드라마가 아닌 이상 정치 드라마는 대부분 판타지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민감한 정치권 문제를 함부로 드라마에 끌어들였다간 정치적 목적을 의심받게 되고 여야 양쪽으로부터 질타를 받기 쉽습니다.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대중 드라마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정치색을 띈다는 평가를 받는 건 위험한 일이죠. 그러다 보니 '대물'이나 '시티홀'도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멜로'를 가미하게 된 것입니다.
'프레지던트'는 다큐도 멜로도 아닌 거의 유일한 정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젊은 국회의원이 가족들과 동료들의 희생을 밟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모습은 극적이지만 쓸쓸해보였습니다. 결혼전 가졌던 아이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의심하고 수양딸과 그 아들이 사랑에 빠진 걸 알면서도 그들의 관계를 적극 찬성하지 못하는 장일준(최수종). 결국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테러를 연출하고 잡혀간 형님의 친구 이치수(강신일)와 자신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죽어버린 장인 조태호(신충식)의 노력으로 장일준은 선거에서 이깁니다.
대학생들의 저조한 투표율에 '돌직구'를 날린 명대사. 청년실업은 대학생들의 책임이다.
경쟁작이었던 '대물'의 영향인지 그리 높은 시청률을 얻진 못했지만 본격 정치 드라마로 관심을 모았던 '프레지던트'에는 유난히 명대사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최근에도 화제가 되었던 '대학생 투표율'에 대한 직언입니다. '정치를 혐오한다며 투표 안하는데 정치인들이 왜 당신들한테 관심 갖나요'라는 대사는 실제 유시민 의원이 예전 대학생 강연에서 말했던 내용이라고 합니다. 투표하지 않는 국민에게 관심가지는 정치인은 없다. 이런 진리를 정치혐오증에 빠진 우리들은 쉽게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추적자(SBS, 2012) - 선거로 바꿀 수 있는 많은 것들
올 한해 최고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중 한편인 '추적자'는 한 유명 스타와 정치인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딸과 아내를 잃고 오히려 범죄자가 되어 떠돌아야했던 평범한 경찰 백홍석(손현주)의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딸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법도 권력도 세상사람들의 인심까지도 백홍석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고를 힘으로 덮어버린 정치인 강동윤(김상중)은 오히려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개혁을 일궈낼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추앙받습니다.
재벌 서회장(박근형)도 정치인 강동윤도 아이돌 스타 PK준(이용우)도 백홍석에겐 모두 법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경찰의 박봉으로 아내와 고생하며 살았고 딸아이 하나 키우는 재미로 살았는데 백홍석이 살고 있는 나라의 법은 그 사람들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습니다. 백홍석은 원칙주의자인 검사 최정우(류승수)와 재벌이기 보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하는 서지원(고준희) 그리고 동료인 황반장(강신일)과 조형사(박효주), 깡패 박용식(조재윤)의 도움으로 진실에 접근해 갑니다.
우리는 왜 투표를 해야하는가.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하게 한 '추적자'
한 평범한 아버지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섰을 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 법. 결국 그 법에 의해 다소 과한 처벌을 받으면서도 백홍석은 밝게 웃습니다. 그래도 법이 있어서 그 법으로 보장된 선거가 있어서 다른 평범한 아버지들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많은 것을 바꾼다는 당연한 진실이 극적으로 구현된 장면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음은 물론입니다.
자 드디어 내일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때로는 '추적자'의 백홍석처럼 억울한 마음으로 때로는 '대물'의 서혜림을 뽑아준 국민들의 작은 염원으로 때로는 이도 저도 아닌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리는 선거를 합니다. 물론 대통령 선거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많은 것이 극적으로 바뀌지도 않고 또 눈에 보이는 변화가 당장 생기는 것도 아니며 우리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 그런 알라딘의 램프같은 드라마틱한 수단은 없습니다.
그러나, '프레지던트' 장일준의 말처럼 정치인들은 투표하는 국민들을 두려워합니다. 투표하는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은 겉으로 일지언정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과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 사이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지금까지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더 많았을까요? 내 한 사람의 투표가 많은 걸 바꾼다는 말은 결국 그런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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