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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드라마가 아닌 주간 드라마의 한편당 방영 분량은 보통 72분입니다. 정확한 내역을 제대로 본 적 없어 확실한 수치는 산정 불가능하나 드라마 한편당 제작비는 평균 30-40억선, 한회 제작비는 1억원으로 45분짜리 에피소드 한편 제작에 30억을 들인다는 미국 드라마와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방영 분량은 대략 두 배면서 제작비는 10배 쯤 덜 쓰는 셈입니다. 물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드라마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해왔고 방송사들은 제작비가 많다며 엄살을 부리지만 한국 드라마 시장에 비해 천문학적인 비용은 아닙니다.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김(김명민)의 말대로 '드라마는 숫자와의 전쟁'입니다. 제작비가 없으면 못 만들고 각 방송사의 치열한 편성 확률을 뚫지 못하면 방영 못하고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잠이 모자라고 차림새 마저 초라한 삼류같은 생활을 견디며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숫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한류 열풍으로 '한드'가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지만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자되는 드라마는 일부 제작사와 작가에게 편중되어 있고 그 돈 조차 일부 스타와 작가들에게 집중 투여됩니다.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 제작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쉬쉬하던 비밀을 낱낱이 폭로합니다. 100억원의 투자금 중 일부는 방송국 편성국장에게 뇌물로 무려 제작비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이 탑스타 강현민(최시원)의 출연료로 날아갑니다. 그 탑스타가 교통사고까지 냈으니 언론에도 돈을 뿌려야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드라마의 제왕'이 드라마니까 그 정도 표현한거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드라마에서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나 된다고 합니다. 언론에서 떠든 대로 주연급 탑스타들에게 지불되는 금액이 제일 많습니다.
최근 한연노(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서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파업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순재, 김영철, 송재호, 이영후 등의 원로 연기자들도 이들 파업에 동참하고 방송국이 배우들을 식구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전속 탤런트 제도가 있을 때에 출연료 인상 문제로 'TV 연기자협회'가 파업을 결의한 적은 있지만 최근처럼 연기자들에게 출연료가 미지급된 사례는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방송사 드라마는 방송사 소속 PD가 자체제작했습니다.
이병훈 PD나 김종학 PD 등이 모두 과거 방송사 소속 PD들입니다. 그때는 작가, 배우, 제작자 모두가 방송에서 월급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라 최소한의 임금이 지급되었고 무명이라도 공채에 합격한 배우는 일정 기간 동안 훈련받으며 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조출연자들 역시 방송국에서 출연료를 지급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전속 탤런트 제도가 배우와 방송사 모두에게 유리했습니다. 무명 배우는 활동과 출연을 보장받으며 선배들에게 연기 훈련을 받을 수 있었고 방송사는 수준이 보장된 배우를 싼 값에 여러 드라마에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KBS나 MBC는 전속 탤런트들을 알차게 출연시켜 본 얼굴이 매일 나온다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상당 부분 제작비 절감에는 보탬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배우는 각 방송국 단골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방송사 중심 제작의 단점이나 공채 연기자들이 무명으로 묻힌다는 약점 등 TV 드라마 졸속 제작의 원인이 전속제도에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 공채 출신으로 스타가 된 배우들은 방송사가 기획사처럼 타 방송사 출연을 제약하고 전속 시간 동안 출연료 인상을 요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80년대 중반 전속 제도는 대폭 수정되어 많은 배우들이 방송사에 상관없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후 방송사에서 공채 탤런트를 뽑아 스타급으로 키우기는 하지만 전속 제도는 달라졌습니다. 이후 외주 제작까지 도입되면서 방송사 소속 배우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배우 이순재가 말한 '배우들을 식구처럼 생각해야한다'는 분위기는 이처럼 방송사 중심의 제작 시스템에서나 가능한 건 사실입니다. 방송사는 외주 제작 시스템을 선택한 순간 배우에 대한 책임에서 한발 물러선 것입니다. 그때부터 앤서니김같은 제작자들의 치열한 편성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송사 자체 제작도 단점이 있었지만 외주 제작으로 전환되며 파생된 문제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부분은 '드라마의 제왕'에서 묘사한 것과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앤서니김은 이고은(정려원)에게 느와르인 '경성의 아침'에 재벌 주인공과 멜로를 넣으라 지시합니다.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외주 제작 드라마는 막장과 재벌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고 서민 드라마같은 다양한 소재는 완전히 배제하게 됩니다. 덧붙여 재벌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CF와 PPL을 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그래야 돈이 됩니다.
시청률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제작비의 절반이 스타 출연료에 배당되는 한이 있더라도 돈되는 아이돌, 유명 배우를 끌어들이려 합니다.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 그건 홍보 기사 쓰고 캐릭터 수정하면 그만입니다. 덕분에 드라마 내용도 수준도 별것 없으면서 스타의 인기에 기대 시청률을 끌고 나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과거 최경식같은 음악가가 '작품' 수준으로 제작하던 자체 드라마 OST가 다수 실종되고 돈되는 가요 위주의 드라마 OST로 전환된 것도 손실이라면 손실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이번 한연노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기획사 파워도 유명세에도 기댈 수 없는 힘없는 단역 연기자들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제왕' 속 SBC 방송국 국장이 주연부터 시나리오까지 일일이 제작자 앤서니김에게 입김을 넣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이 문제는 방송사인 KBS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방송사는 대개 일년치 방영 드라마 스케줄을 짜놓고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유명작가, 유명 제작사를 위한 기획을 마련해놓곤 합니다. 다음엔 그 자리를 다시 스타급 연기자로 채워넣곤 하죠.
제작단가는 낮추면서 출연료가 비싼 호화급 스타를 요구한다면 스태프와 조연, 보조 출연자 등의 임금은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일정 부분 시청률 확보에 실패하면 외주 제작사가 더 이상의 제작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고 힘없는 조연급들의 임금이 미지급 상태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강력하게 노동부에 지급 요청을 할래도 제재할 외주 제작사가 사라지면 그 마저 무용지물이니 한연노가 제작사 선정 권한을 가진 방송국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갑'의 입장에서 무조건 제작비 절감, 시청률 증가를 외치는 방송국이 있고 필사적으로 방송 편성을 받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하는 열악한 제작사가 있는 한 외주제작사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는 방송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인 단막극까지 없애면서 시청률에 집착하는 KBS가 벌써 몇년째 출연료 미지급으로 구설에 오른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배우 이순재의 말처럼 한가족처럼 지내는 건 이제 어려워졌더라도 최소한 배우들의 임금 만큼은 제일 먼저 지급될 수 있도록 발빠르게 나서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김(김명민)의 말대로 '드라마는 숫자와의 전쟁'입니다. 제작비가 없으면 못 만들고 각 방송사의 치열한 편성 확률을 뚫지 못하면 방영 못하고 시청률이 높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잠이 모자라고 차림새 마저 초라한 삼류같은 생활을 견디며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숫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한류 열풍으로 '한드'가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지만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자되는 드라마는 일부 제작사와 작가에게 편중되어 있고 그 돈 조차 일부 스타와 작가들에게 집중 투여됩니다.
드라마를 작품으로 생각하는 연출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드라마는 숫자와의 전쟁이다.
최근 한연노(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서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파업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순재, 김영철, 송재호, 이영후 등의 원로 연기자들도 이들 파업에 동참하고 방송국이 배우들을 식구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전속 탤런트 제도가 있을 때에 출연료 인상 문제로 'TV 연기자협회'가 파업을 결의한 적은 있지만 최근처럼 연기자들에게 출연료가 미지급된 사례는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방송사 드라마는 방송사 소속 PD가 자체제작했습니다.
방송국 자체 제작에서 외주 제작으로 경쟁은 이미 뜨거워졌다.
KBS나 MBC는 전속 탤런트들을 알차게 출연시켜 본 얼굴이 매일 나온다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상당 부분 제작비 절감에는 보탬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배우는 각 방송국 단골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방송사 중심 제작의 단점이나 공채 연기자들이 무명으로 묻힌다는 약점 등 TV 드라마 졸속 제작의 원인이 전속제도에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 공채 출신으로 스타가 된 배우들은 방송사가 기획사처럼 타 방송사 출연을 제약하고 전속 시간 동안 출연료 인상을 요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연노에 미지급 출연료 지급 요구.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방송사 자체 제작도 단점이 있었지만 외주 제작으로 전환되며 파생된 문제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부분은 '드라마의 제왕'에서 묘사한 것과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앤서니김은 이고은(정려원)에게 느와르인 '경성의 아침'에 재벌 주인공과 멜로를 넣으라 지시합니다.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외주 제작 드라마는 막장과 재벌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고 서민 드라마같은 다양한 소재는 완전히 배제하게 됩니다. 덧붙여 재벌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CF와 PPL을 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그래야 돈이 됩니다.
탑스타에게 지불되는 비용이 많을수록 무명 작가와 배우는 굶어야한다.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이번 한연노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기획사 파워도 유명세에도 기댈 수 없는 힘없는 단역 연기자들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제왕' 속 SBC 방송국 국장이 주연부터 시나리오까지 일일이 제작자 앤서니김에게 입김을 넣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이 문제는 방송사인 KBS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방송사는 대개 일년치 방영 드라마 스케줄을 짜놓고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유명작가, 유명 제작사를 위한 기획을 마련해놓곤 합니다. 다음엔 그 자리를 다시 스타급 연기자로 채워넣곤 하죠.
한연노 사태 정말 방송국에게 실질적인 책임 없습니까?
'갑'의 입장에서 무조건 제작비 절감, 시청률 증가를 외치는 방송국이 있고 필사적으로 방송 편성을 받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하는 열악한 제작사가 있는 한 외주제작사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는 방송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인 단막극까지 없애면서 시청률에 집착하는 KBS가 벌써 몇년째 출연료 미지급으로 구설에 오른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배우 이순재의 말처럼 한가족처럼 지내는 건 이제 어려워졌더라도 최소한 배우들의 임금 만큼은 제일 먼저 지급될 수 있도록 발빠르게 나서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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