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쌈박한 맛이 없네

Shain 2013. 1. 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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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청률 20% 넘는 드라마가 드물다고 합니다. 공중파 방송 3사를 비롯해 종편, 케이블까지 시청률 경쟁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소위 '막장' 소재를 선택해서라도 시청률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방송사의 몸부림이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갑니다. '드라마의 제왕'에서 묘사된 것처럼 드라마는 미리 투자받는 영화와는 다르게 순간순간 시청률이 광고를 투자받는 또다른 수단이 됩니다. '돈되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제작자와 방송국도 '먹고 살 수'가 있으니 시청률 20%가 아니라 15%라도 확보해보자는 그들의 몸부림이 납득이 아예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병훈 PD의 월화드라마 '마의'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호평을 받는 '학교'나 '드라마의 제왕'을 제치고 계속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기 드라마의 '뻔한' 공식을 재탕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위대한 인물로 성장하는 주인공이 새로울 것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마의'의 인기는 사그라들줄 모릅니다. 방송사는 시청률이라는 큰 목표 앞에서 '허준'과 '대장금'의 복제품인 '마의'를 선뜻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늘 무리하지 않고 옛날 이야기하듯 드라마를 끌어가는 이병훈 PD가 뛰어난 건 사실이구요.

방영되는 드라마는 많은데 '쌈박한' 드라마는 없다.

그러나 방송사의 그런 '드라마 선택'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습니다. 재작년에 방영된 '뿌리깊은 나무'같은 흡입력있고 '끝내주는' 드라마를 못본지 꽤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1년에는 '로열패밀리'나 '공주의 남자'같은 팬들을 열광시킨 수작들이 다수 방영이 되었으나 2012년 드라마 시장은 꽤 움추러들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추적자'를 좋아했고 상반기 방영작 '해를 품은 달'을 재미있게 보았으나 '해품달'은 인기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인기작이긴 한데 이 드라마가 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드라마냐 하는 점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힘듭니다.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서는 KBS의 '내 딸 서영이'가 시청률 40%를 넘었다다고 합니다. 허나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다른 드라마가 전혀 없으니 시청률 50%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 아니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 그 시간대의 특성상 드라마가 하나 뿐이니 자연스럽게 절반의 시청률을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드라마들은 시청률 20을 넘는 드라마가 드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을 조금 넘긴 '메이퀸'도 인기 드라마 반열에 들어갔고 수목 드라마 1위 프로그램도 15%를 넘기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방영되는 드라마는 많은데 '쌈박한 드라마'는 없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한번 이건 아니다 싶은 드라마는 다시는 선택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보니 방영 초반부에 채널 선택에서 제외되는 드라마들도 많습니다. '내 딸 서영이'같은 경우는 노력하며 살아온 한 여성의 극단적인 선택을 극화했다는게 영 탐탁치 않아 시청하지 않습니다. '전우치', '보고 싶다', '대풍수'같은 수목드라마들은 딱히 한 드라마를 선택하기엔 고만고만하다 싶을 정도로 영 끌리지가 않습니다.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예전같지 않습니다.

'전우치'는 유쾌하고 발랄해야할 영웅 전우치가 현실을 반영한 까닭에 우울하고 힘들어 보여 마뜩치가 않고 '대풍수'는 20년 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을 '풍수'라는 낯선 주제를 지나치게 산만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 재미가 없습니다. '보고 싶다'는 아동 성폭행 장면을 연출하려면 좀 더 신중하고 원칙적으로 접근했어야 함에도 수많은 드라마 소재 중 하나로 선택한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어제의 결말을 본 시청자들 중에서는 왜 하필 '아동성폭행' 장면을 연출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세 드라마 모두 평소같으면 선택하지 않을 내용입니다.

20퍼센트를 넘기기 힘든 주말 드라마 시청률.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제작 관행 중 하나가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은 '스타'를 메인으로 삼는 드라마입니다. 사극이든 장르극이든 모든 드라마에 '멜로' 코드가 삽입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공식이고 시청률 선점을 위해 '스타'를 영입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은 드라마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막장 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드라마를 선택하는 기준이 '연기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막장드라마라도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면 선택한다는 기준이 생긴 것입니다. 한심하다 싶은 드라마 내용을 보다 보면 아 저 연기자 연기가 아깝다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팬클럽이 유난히 극성스러운 드라마를 아주 싫어하는데 일부 스타들의 팬클럽은 시청률 10%를 보장한다고 할 만큼 드라마에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방송사로서는 연기력 논란이 있더라도 그 배우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 스타가 뮤직비디오같은 멋진 장면에 등장하고 다소 감정 과잉의 연기를 선보여도 팬클럽에서 좋다고 하면 그걸로 된겁니다. 그 드라마에 대한 악평이라도 올라오면 팬클럽이 집단 반발하거나 반박의견을 쏟아내는 통에 기자들이나 리뷰하는 사람들도 눈치를 보게 됩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한편의 팬서비스를 본 것같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드'와 '한드'의 품질을 비교합니다. 양쪽을 다 시청하는 입장에서 그 나라의 환경과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미드'와 '한드'를 비교하는 건 반대합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드라마를 TV 쇼로 분류해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든 다 아는대로 미드도 '막장'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연령별로 장르별로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런 미드의 '볼거리' 중심 편집을 한드가 무작정 흉내하는 것도 꽤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구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 '한드'의 재미는 연기 아니면 이야기입니다.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연기자나 쉽게 후반부를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 둘중의 하나라도 성공하면 그 드라마는 성공한 드라마입니다. '뿌리깊은 나무'같은 드라마에 대중성을 확보한답시고 삼각관계를 치덕치덕 설정해놓았더라면 그것도 아니면 특정 연기자가 인기있다고 해서 그 비중을 늘여놓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괜히 시청률 핑계로 뻔한 드라마 성공공식 집어넣지 말고 과감하게 쌈박한 드라마 한번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2013년에 좋은 드라마 한편은 건져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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