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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여년전 반강제로 은퇴해 더 이상 연예인이 아닌 정명현씨를 언급해야하는지 꽤 많이 망설였습니다. 1993년 정명현씨의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이 어떤 방송출연도 없었으니 사실상 연예인이라고 하긴 힘든 사람입니다. 2011년 사망했음에도 언론보도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사망원인이나 과거 어떤 이유로 활동중단을 당했는지 정확하게 적는 것 조차 불편한 일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포스팅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개인적으로 어린 연예인들의 도를 넘는 방송활동을 반대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명현씨의 범죄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중죄였습니다. 한번 실패하면 제 2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우리 나라에서 딱히 연예인이 아니라도 그 정도 죄면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속 '장닭'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누구나 알아볼 만큼 얼굴이 알려져 있고, 아역출신으로 꽤 괜찮은 인기를 누리던 정명현이 어쩌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냐는 '진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해도 그 배우의 인생을 겉에서 보고 평가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요즘 '남자의 자격'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경규는 정명현이 '장닭' 시절 꽤 친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닭'이란 별명도 이경규와 무관하지 않은데 90년대 초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인기를 끌던 시절 이경규는 정명현을 초대해 가짜 '장닭치킨' CF를 찍게 합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파닥파닥거리며 '장닭'을 열심히 외쳐되던 정명현은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진짜로 그 몇달 뒤 치킨 CF를 찍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친분덕인지 이경규의 '복수혈전(1992)'에 특별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예능 감각이 탁월했던 정명현의 가장 뛰어난 자질은 누가 뭐래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여러 아동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이외에도 최수종, 최진실 주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질투(1992)'에서 피자가게 소년으로 출연하는 등 성인연기자로서 발돋움할 가능성이 풍부하던 배우 중 하나입니다. 개성있는 얼굴과 아역답지 않은 맛깔난 연기는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나이로 비슷한 시기에 데뷰하여 정명현과 함께 '꼴지 수색대'에 출연했던 홍경인은 아직까지도 연기파로 이름을 얻고 있습니다.
정명현을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은 어린 연기자가 어떤 사연으로 중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그대로 잘 커서 연기자가 되었다면 훌륭한 조연으로 활약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워낙 심각한 범죄기에 옹호는 하지 못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주어진 기회가 오히려 독이 아니었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같은 나이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동종의 범죄를 저질러도 다른 사람이 될 기회가 있었을 것이고 더 심각한 죄를 지은 연예인도 뻔뻔하게 활약하는데 정명현은 좀 안됐다며 동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역으로 큰 가능성을 보였던 배우들 중 정명현과 유사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연기자로 활약하는 뛰어난 배우들, 안성기, 강남길, 손창민, 이민우같은 사람들도 많지만 많은 어린 연예인들이 너무 어릴 때 주어진 기회로 인해 방황하고 힘들어 합니다. 최근 '미달이'가 싫었다며 인터뷰하는 김성은도 그런 어린 시절의 고통 때문에 여전히 피해입고 있는 연예인 중 하나입니다. 김성은측에서 '미달이' 이야기를 기사화하지말라 부탁해도 여전히 많은 언론이 그 부분을 초점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위기는 찾아오고 굳이 '스타'들이 아니라도 감당하기 힘든 삶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역배우들에게는 그 위기가 훨씬 크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연예계 생활 외에는 달리 해본적이 없어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모르고 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갑'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굽신거려야하는 '을'의 입장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고 변신을 위해 공부를 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도 어린 시절의 그늘이 그 노력을 망쳐놓을 때도 있습니다.
'고교 얄개' 시리즈로 유명했던 이승현과 손창호의 이야기는 많은 팬들을 슬프게 했습니다. 스타 연기자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남아있는 재산도 사람도 없었습니다. 라디오 진행자로 영화 제작자로 끊임없이 노력하던 손창호의 비극적인 죽음은 우리가 알던 그 배우가 맞는지 궁금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위기 앞에서 실패하고 쓰러지지만 그들은 큰 인기를 누렸던 만큼 더 큰 위기를 맞는 것 같습니다. TV에서 떠난 그들은 왜 섞여살지 못하고 겉도는 삶을 살아야했던 것일까요.
누군가는 조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성공하는게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이른 방송계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역스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대로 인기를 끌고 계속해서 주목받는 연예인이 된다면 성공이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중단하게 된다면 또다른 선택을 하기 힘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개의 어린 연예인들은 그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학습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 수업도 빼먹고 친구들과 차단된 10대 시절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하게 아역배우들을 출연시키고 그들을 TV 안에서 보아야겠다면 '아역배우 보호법'을 지켜야하는데 우리 나라엔 그런 법적, 제도적 장치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너무 어릴 때 스트레스를 받아 키가 크지 못하고 늘 조퇴하고 학교 수업에서 빠져나가느냐 학교 친구들의 눈총을 받는 어린 연예인들은 연예계 속에서 너무 일찍 냉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알게 됩니다. 행여 자신의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방황이라도 하게 되면 그 여파가 남들 보다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어린 연예인들을 출연시킬 땐 야간 촬영을 금지하고 하루 촬영 시간을 제한하며 무조건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촬영에 와야 하며 역할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가 있는 건 아닌지 파악해야 합니다. 주변 스태프와 성인연기자에게 어린아이로서 받지 말아야할 부당한 대우를 받는건 아닌지 상담받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그들을 출연시킬 자격이 있습니다. 또한 어린아이를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하거나 폭행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아역연기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히 신경썼다' 수준에서 끝날 일이 아니란 것입니다.
분명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정명훈의 '탈선'이 아역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품성 탓이라 할 분도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정도 스트레스는 받고 산다며 반응하실 분도 있겠죠. 그러나, 아이들을 TV 컨텐츠를 위한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그 문화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합니다. 어린 연예인들은 웃고 즐거워하며 놀림거리로 삼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그들을 TV에 출연시킬 땐 먼 미래까지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뒤늦은 소식이고 때늦은 애도이지만 故 정명훈씨의 명복을 빕니다.
* 아래는 과거 언론보도에서 찾아낸 그의 범죄 사실과 사망원인입니다. 그 사이에 계속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문도 돌았고, 살아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동정적인 옹호나 쓸데없이 부풀려진 뜬소문 보다는 근거있는 내용이 나을 것같아 첨부합니다.
물론 정명현씨의 범죄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중죄였습니다. 한번 실패하면 제 2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우리 나라에서 딱히 연예인이 아니라도 그 정도 죄면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속 '장닭'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누구나 알아볼 만큼 얼굴이 알려져 있고, 아역출신으로 꽤 괜찮은 인기를 누리던 정명현이 어쩌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냐는 '진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해도 그 배우의 인생을 겉에서 보고 평가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드라마 '질투(1992)'에 출연할 당시의 정명현.
예능 감각이 탁월했던 정명현의 가장 뛰어난 자질은 누가 뭐래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여러 아동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이외에도 최수종, 최진실 주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질투(1992)'에서 피자가게 소년으로 출연하는 등 성인연기자로서 발돋움할 가능성이 풍부하던 배우 중 하나입니다. 개성있는 얼굴과 아역답지 않은 맛깔난 연기는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나이로 비슷한 시기에 데뷰하여 정명현과 함께 '꼴지 수색대'에 출연했던 홍경인은 아직까지도 연기파로 이름을 얻고 있습니다.
정명현을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은 어린 연기자가 어떤 사연으로 중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그대로 잘 커서 연기자가 되었다면 훌륭한 조연으로 활약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워낙 심각한 범죄기에 옹호는 하지 못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주어진 기회가 오히려 독이 아니었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같은 나이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동종의 범죄를 저질러도 다른 사람이 될 기회가 있었을 것이고 더 심각한 죄를 지은 연예인도 뻔뻔하게 활약하는데 정명현은 좀 안됐다며 동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홍경인과 함께 출연했던 어린이 드라마 '꼴지 수색대(1990)'
누구에게나 인생의 위기는 찾아오고 굳이 '스타'들이 아니라도 감당하기 힘든 삶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역배우들에게는 그 위기가 훨씬 크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연예계 생활 외에는 달리 해본적이 없어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모르고 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갑'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굽신거려야하는 '을'의 입장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고 변신을 위해 공부를 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도 어린 시절의 그늘이 그 노력을 망쳐놓을 때도 있습니다.
'한지붕 세가족'의 양복점 부부였던 허씨네(장항선, 권재희) 부부의 장남 '병태'로 출연할 당시의 모습.
누군가는 조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성공하는게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이른 방송계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아역스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대로 인기를 끌고 계속해서 주목받는 연예인이 된다면 성공이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중단하게 된다면 또다른 선택을 하기 힘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개의 어린 연예인들은 그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학습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 수업도 빼먹고 친구들과 차단된 10대 시절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하게 아역배우들을 출연시키고 그들을 TV 안에서 보아야겠다면 '아역배우 보호법'을 지켜야하는데 우리 나라엔 그런 법적, 제도적 장치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너무 어릴 때 스트레스를 받아 키가 크지 못하고 늘 조퇴하고 학교 수업에서 빠져나가느냐 학교 친구들의 눈총을 받는 어린 연예인들은 연예계 속에서 너무 일찍 냉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알게 됩니다. 행여 자신의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방황이라도 하게 되면 그 여파가 남들 보다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장닭고교얄개(1992)'에 출연할 당시의 모습. 너무나 밝아 아무도 그의 범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정명훈의 '탈선'이 아역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품성 탓이라 할 분도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정도 스트레스는 받고 산다며 반응하실 분도 있겠죠. 그러나, 아이들을 TV 컨텐츠를 위한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그 문화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합니다. 어린 연예인들은 웃고 즐거워하며 놀림거리로 삼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그들을 TV에 출연시킬 땐 먼 미래까지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뒤늦은 소식이고 때늦은 애도이지만 故 정명훈씨의 명복을 빕니다.
* 아래는 과거 언론보도에서 찾아낸 그의 범죄 사실과 사망원인입니다. 그 사이에 계속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문도 돌았고, 살아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동정적인 옹호나 쓸데없이 부풀려진 뜬소문 보다는 근거있는 내용이 나을 것같아 첨부합니다.
관련 언론보도와 추모공원 측의 작년 답변.
1976년생으로 알려진 정명현은 1987년 MBC 인기 가족드라마였던 '한지붕 세가족'에서 장항선, 권재희의 아들 역인 '병태'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꼴지수색대(1990)', '질투(1992)' 등에 출연했으며 몰래카메라에서 얻은 '장닭' 별명에 힘입어 각종 CF를 찍는가하면 '고교얄개' 시리즈의 90년대 버전이랄 수 있는 '장닭고교얄개(1992)' 시리즈에 출연하였다. 그러나 1993년 6월 본드 흡입 상태에서 빈집털이를 감행, 160여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되었고 같은해 8월에는 본드 흡입 상태에서 여고생을 집단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당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빚은 일련의 범행으로 정명현은 연예계에서 완전히 퇴출되었고 같은해 MBC에서 영구 출연정지를 당한 후의 행적은 알려진 바가 없다. 정명현의 직접적인 사인은 언론에서 밝혀진 바가 없으나 위패가 모셔진 분당 S 추모공원 측에서 외국 생활 중 자살하여 2011년에 안치되었다고 공식답변한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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