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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일억짜리 함정을 판 시어머니와 고질적인 마마보이

Shain 2013. 2. 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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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이 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며느리의 반격이 볼만 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에 질려 이혼하려던 민채원(유진)은 정신병원에 갖히고 정신병원을 탈출하려다 기억상실증까지 겪습니다. 그런 채원이 기억을 되찾고 방영자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무서울 정도로 화끈했습니다. 못된 시어머니의 자업자득이랄까. 채원의 계략으로 방영자의 생일에 자식들은 하나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육십 넘은 어머니가 홀로 와인을 홀짝거리다 케이크를 쪼개 먹는 장면은 불쌍하면서도 못된 짓을 한 대가다 싶어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돈은 많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방영자는 귀한 자식들의 삶을 스스로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아들 김철규(최원영)는 마마보이지만 사랑하는 채원과 함께라면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방영자의 욕심 때문에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딸 주리(윤아정)는 이세윤(이정진)을 오랫동안 사랑해왔고 그 기다림의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지만 세윤의 마음은 천천히 채원에게 돌아서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채원을 가두려던 방영자의 욕심이 아니었다면 세윤과 채원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방영자가 아버지 민효동을 괴롭히자 이혼을 선언한 채원. 방영자는 웃지만..

생일 소동으로 채원에게 아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방영자는 결국 채원의 아버지 민효동(정보석)을 끌여들여 또다른 음모를 꾸밉니다. 방영자는 채원이 절대로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자 악랄한 평소의 성격을 숨기고 김철규와 민채원 앞에서 그동안 미안했다며 각서를 씁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실어증에 걸린 척 연기까지 하면서 모든 회사 업무를 아들 철규에게 맡깁니다. 그동안 사돈네 집은 없는 것처럼 여기던 방영자가 어쩐일로 자재창고 전기 공사를 민효동에게 맡겼다는 것도 수상하더니 방영자의 회사직원인 창고관리인은 중상을 입었음에도 합의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방영자는 아내 밖에 모르는 김철규의 마음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약한 어머니인 척 실어증 연기를 했고 민효동에게 전기공사를 맡겨 화재사고를 조작했습니다. 화재사고로 인한 손해가 팔천만원이라고 하니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해 일억여원의 손실을 감수한 것입니다. 민채원의 아버지를 유치장에 넣고 그를 이용해 아들 김철규의 마음을 돌리고 민채원을 굴복시키려는 방영자. 따지고 드는 채원에게 억울하다며 말못하는 척 눈물까지 흘리는 방영자에게 김철규는 마음이 약해집니다. 평생을 어머니만 바라보고 살던 김철규의 본성이 돌아온 것입니다.

실어증에 걸린 척 눈물짓는 방영자의 연기. 철규의 마마보이 본성이 돌아온다.

김철규는 금룡푸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긴 하지만 평생을 경제적으로 어머니에게 의존했고 회사일도 전적으로 어머니가 맡아 사회적으로는 무능력한 편입니다. 채원을 너무나 사랑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지켜줄 능력도 어머니의 입김에서 벗어날 의지도 없는 약한 남자였습니다. 평생동안 여자라고는 어머니 밖에 몰랐으니 아내를 보호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오히려 어머니에게 구박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때리고 자신도 힘들다며 화내는 모자란 남자였습니다.

재벌집 외아들 철규는 육십세 노총각으로 등장하는 강진(박영규)의 말처럼 채원이 시부모에게 제사상이나 올리는, 남편의 부수적인 존재로 살길 원했던 것일까요. 채원을 정신병원에 감금한 어머니에게 반항하고 채원을 위해 다른 남자가 되려 했지만 김철규의 마마보이 탈출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방영자의 실어증이 연기이고 가짜란 걸 알게 된 채원이 아무리 화를 내고 악을 써도 김철규는 그런 아내를 편들기 보다 어머니가 불쌍하지 않느냐며 채원의 뺨을 때릴 뿐입니다. 채원을 위해 집을 나가 살겠다며 이민까지 알아보던 김철규는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피를 토하는 아내의 분노에도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는 김철규. 어머니의 본성을 너무 모른다.

아버지를 잃고 사채업까지 하면서 홀로 아이들을 키운 방영자. 김철규에게 방영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어머니입니다. 철규는 그런 방영자가 자신에게 어떤 어머니인줄은 잘 알면서도 채원에게는 어떤 시어머니인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며느리에게 못되게 구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채원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번번히 채원을 밀어내는 김철규는 지금으로서는 영원히 채원의 남편이 될 수 없습니다. 이혼을 거부하고 방영자에게 복수를 꿈꾸던 채원이 남편을 믿지 못하게 되면 채원도 결국 이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며느리 하나 밉다고 일억짜리 손실을 감수하는 시어머니, 그것도 며느리의 아버지까지 감옥에 넣겠다고 협박하는 시어머니를 그 어떤 며느리가 감당할 수 있으며 그런 어머니의 못된 성격을 평생 봐왔으면서도 어머니의 손을 드는 아들을 믿고 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방영자를 상대하겠다고 작전을 꾸미고 어설프게 복수하겠다며 자신을 망치기 보다는 어서 빨리 깔끔하게 방영자의 집을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김철규야 어떻게 살든지 말든지 어서 빨리 버리는 것이 채원이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일억짜리 함정을 판 시어머니와 살 수 있는 여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방영자는 채원을 쫓아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자식들에게는 결과적으로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재미있는 건 채원의 이혼이 방영자의 승리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어증에 걸린 척 연기를 하고 민효동을 끌어들여 채원이 무릎꿇게 했으나 덕분에 이 화재사건에는 이세윤과 백설주(차화연)까지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세윤이 이 화재사건의 배후도 모르고 채원의 이혼을 잘 모르고 있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그리고 이혼하기전에는 불륜이지만 이제는 채원을 사랑해도 윤리적, 도덕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몇년동안 세원을 짝사랑하던 주리, 세윤을 위해 세윤의 회사에 취직까지 했던 주리는 영원에 세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방영자는 아들을 얻는 대신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고 딸에게도 지울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남기게 된다는 뜻입니다.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속담이 있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하던 자식들 가슴에 대못을 박게 될 방영자는 단순히 마음에 안드는 며느리를 쫓아낸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소프 오페라'의 재미는 역시 권선징악의 단순한 구조랄까요. 이혼한 민채원이 국수공장으로 성공하고 세윤과 결혼하게 되는 뻔한 결말 - 민채원의 '진짜 복수'가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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