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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작은 말실수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지난 4월 4일 한 모금 행사에서 캘리포니아주 여성 검찰총장의 외모에 대해 언급했다가 해당 검찰총장에게 전화로 사과했다는 내용입니다. 오바마는 공식석상에 그녀를 '미국에서 가장 예쁜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받았는데 한국 네티즌들은 '못 생겼다'는 말도 아닌 '칭찬'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절반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검찰청장은 공직이고 칭찬하려면 외모 보다 업무 능력을 칭찬했어야 적절했고 공식석상에서 인종, 외모 등을 거론해서는 안된다는 부분이 우리 나라와 달라서 그랬겠지요.
반면 '직장의 신' 1회에서는 이와는 꽤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Y-Jang'의 계약직 신입사원 면접을 보러온 정주리(정유미)에게 장규직(오지호) 팀장은 면접용 질문이 아닌 '남자친구 있어요'라던가 '이쁜데'라는 칭찬을 합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정주리의 대답에 '왜'라며 개인적인 질문도 남발합니다. 면접이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도 무정한(이희준)에게 '걔 예쁘더라'며 외모를 언급하는 장규직은 평소에도 계약직들에게 이름을 부르기 보다 '언니'라는 호칭을 이용하고 정규직 사원증이 아닌 출입증으로 출퇴근하는 그들을 '차별'하곤 합니다.
장규직은 회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내일 보자'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정규직으로 묘사됩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계약직을 존중하지도 않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만약 정주리가 3개월, 6개월 만에 계약이 해지되는 '계약직'이 아니라 금빛나(전혜빈)처럼 계속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정규직이었다면 정주리씨라고 호칭하며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또 현실적으로 금빛나처럼 정주리에게 친구라며 친근하게 구는 것은 펭귄 뽀로로와 공룡 크롱의 진실 만큼이나 불편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친구라며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짧으면 3년 길면 1, 2년 만에 직장을 떠나야하는 계약직들을 금빛나가 도와줄 수도 없고 그들이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아니 때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도 월급이나 보너스, 복지에서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모른체 해야하는 관계가 그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 동료도 아닌 '갑'과 '을'의 관계로도 해석될 수 있는 정규직과 계약직의 간극을 '친구'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세상 일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차라리 장규직처럼 무정하게 정을 떼는 것이 감정적으로 더 깔끔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지방 캠퍼스 출신에 토익도 겨우 700넘고 그 흔한 어학연수도 못 갔다온 스펙도 능력도 없는 계약직 정주리. 드라마 속에서는 좀 애매하게 처리했지만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정주리의 대사처럼 직장에서 정규직과 계약직들의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은행의 고객센터같은 곳이라는군요. 적게는 백여명에서 많게는 천명 가까운 직원들이 일하는 은행 고객센터에는 정규직 관리자가 10명 미만, 정규직이지만 '무기계약직'으로 분류되는 직원이 백여명,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계약직이 일부, 파견업체에서 따로 용역계약을 맺은 파견직이 나머지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몇개월 내지는 일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과 달리 '무기계약직'은 쉽게 말해 대우는 계약직과 같은 정규직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로 인해 생긴 분류입니다. 이 법령의 시행으로 수많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꼼수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무기계약직입니다. 대개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관리규정만 있고 보너스나 임금 복지에 대한 자세한 규정도 없고 정규직으로서의 권리나 대우를 바랄 수 없어 '중규직'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오래 근무해도 임금 상승을 바랄 수 없어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하지요.
명절이 있는 달에는 어떤 기업이든 보너스가 지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은행 고객센터같은 곳은 정규직, 중규직, 파견계약직들의 조건이 달라 평소 보다 많은 보너스를 지급받은 정규직들이 대놓고 좋은 티를 낼 수 없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지곤 한다고 합니다. 그 달은 평소 보다 두 배 많은 상여금을 지급받는다는 사내 공지가 내려와도 그 반의 반도 받지 못하는 중규직이나 반은 커녕 일부도 지급받지 못하는 파견계약직들 앞에서 이번 달 보너스가 많아서 좋다며 환하게 웃을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고객센터처럼 파견직이 다수인 공간에선 실제로도 살벌한 풍경이 연출된다더군요.
드라마 속 금빛나와 정주리의 사이가 딱 그렇습니다. 한공간에서 오래동안 같이 일하고 바쁠 때는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지만 월급날이나 보너스받는 날, 혹은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둬야하는 특별한 상황 앞에서 정규직이 파견계약직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장규직이 그토록 강조하는 '동료애'에서 계약직이 빠져있는 이유도 어쩌면 그것이고 미스김(김혜수)이 회사를 정을 나누는 공간이 아닌 수당과 점심을 위한 공간으로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주리가 행여 운이 좋아 파견에서 계약직이 되고 다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면 퇴사할 때까지 차별을 받습니다.
드라마 말미에서 정주리가 나레이션하는 것처럼 누구나 한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 트리인줄 알다가 자신이 그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히는 전구 중 하나임을 알게 되고 펭귄과 공룡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중에는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미스김이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분류된 직장을 풍자하는 것처럼 수퍼갑 계약직 앞에서 펭귄이 되는 팀장 장규직이 있는가 하면 계약직 정주리의 공을 가로채는 구영식(이지훈), 신민구(나승호)같은 평사원도 있습니다. 그리고 알고 보면 약자인 계약직에도 무기계약직과 파견계약직같은 또다른 차별이 존재합니다.
크게는 출입증과 사원증으로 나뉘지만 부장과 과장이 있고 팀장과 평사원이 있고 계약직과 무기계약직과 파견계약직으로 '신분'이 구분되는 직장에서 피곤하고 짜증나는 회식을 친목이라 우기는 것만큼 씁쓸한 일도 없습니다. 같은 곳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사원들 간에 모종의 동료애가 생긴다 쳐도 금빛나와 정주리가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웃깁니다. 고통을 털어넣을 수 없는 사이가 친구가 되기는 힘든 일입니다. 기계적인 손길로 고기를 자르고 무표정한 얼굴로 탬버린 보조를 맞추며 춤을 추는 미스김이 수당을 받고 회식에 참석하는 장면이 그래서 더욱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요.
반면 '직장의 신' 1회에서는 이와는 꽤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Y-Jang'의 계약직 신입사원 면접을 보러온 정주리(정유미)에게 장규직(오지호) 팀장은 면접용 질문이 아닌 '남자친구 있어요'라던가 '이쁜데'라는 칭찬을 합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정주리의 대답에 '왜'라며 개인적인 질문도 남발합니다. 면접이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도 무정한(이희준)에게 '걔 예쁘더라'며 외모를 언급하는 장규직은 평소에도 계약직들에게 이름을 부르기 보다 '언니'라는 호칭을 이용하고 정규직 사원증이 아닌 출입증으로 출퇴근하는 그들을 '차별'하곤 합니다.
계약직 면접에서 업무 능력 대신 남자친구 유무를 물어보는 직장상사 장규직.
아무리 친구라며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짧으면 3년 길면 1, 2년 만에 직장을 떠나야하는 계약직들을 금빛나가 도와줄 수도 없고 그들이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아니 때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도 월급이나 보너스, 복지에서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모른체 해야하는 관계가 그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직장 동료도 아닌 '갑'과 '을'의 관계로도 해석될 수 있는 정규직과 계약직의 간극을 '친구'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세상 일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차라리 장규직처럼 무정하게 정을 떼는 것이 감정적으로 더 깔끔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왜 크롱과 뽀로로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 그 현실적이고 껄끄러운 마음을 느끼게 된 정주리.
몇개월 내지는 일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과 달리 '무기계약직'은 쉽게 말해 대우는 계약직과 같은 정규직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로 인해 생긴 분류입니다. 이 법령의 시행으로 수많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꼼수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무기계약직입니다. 대개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관리규정만 있고 보너스나 임금 복지에 대한 자세한 규정도 없고 정규직으로서의 권리나 대우를 바랄 수 없어 '중규직'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오래 근무해도 임금 상승을 바랄 수 없어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하지요.
회사는 정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다. 미스김이 가르쳐주는 불편한 진실.
드라마 속 금빛나와 정주리의 사이가 딱 그렇습니다. 한공간에서 오래동안 같이 일하고 바쁠 때는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지만 월급날이나 보너스받는 날, 혹은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둬야하는 특별한 상황 앞에서 정규직이 파견계약직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장규직이 그토록 강조하는 '동료애'에서 계약직이 빠져있는 이유도 어쩌면 그것이고 미스김(김혜수)이 회사를 정을 나누는 공간이 아닌 수당과 점심을 위한 공간으로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주리가 행여 운이 좋아 파견에서 계약직이 되고 다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면 퇴사할 때까지 차별을 받습니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사실. 금빛나와 정주리가 친구 사이가 될 수 없는 껄끄러움.
크게는 출입증과 사원증으로 나뉘지만 부장과 과장이 있고 팀장과 평사원이 있고 계약직과 무기계약직과 파견계약직으로 '신분'이 구분되는 직장에서 피곤하고 짜증나는 회식을 친목이라 우기는 것만큼 씁쓸한 일도 없습니다. 같은 곳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사원들 간에 모종의 동료애가 생긴다 쳐도 금빛나와 정주리가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웃깁니다. 고통을 털어넣을 수 없는 사이가 친구가 되기는 힘든 일입니다. 기계적인 손길로 고기를 자르고 무표정한 얼굴로 탬버린 보조를 맞추며 춤을 추는 미스김이 수당을 받고 회식에 참석하는 장면이 그래서 더욱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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