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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퓨전사극이라고 하면 무조건 왜곡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호평을 받은 퓨전사극들은 기존 해석과 관점을 다르게 하고 주인공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한두가지 사건을 집중 조명하거나 파격적인 컨셉으로 포인트를 줄 뿐 그 외의 '사실'들은 그대로 묘사하거나 고증을 꼼꼼히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리즈로 '엘리자베스(1998)'와 '골든 에이지(2007)'를 통해 사랑 대신 권력을 선택한 인간 엘리자베스를 주인공으로 선택합니다.
퓨전사극의 포인트는 어필하고 싶은 한가지 컨셉을 선택하는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퓨전사극 중 하나인 'The Other Bolyen Girl'(소설, 드라마, 영화)은 끝까지 살아남은 메리 블린이 진정한 사랑의 승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앤블린을 비롯한 헨리8세의 여인들이 비참하게 죽고 블린가와 노포크 공작 가문이 쑥대밭이 되는 동안에도 메리 블린은 헨리의 아들을 데리고 재혼해 평생 행복하게 살아갔습니다. '천일의 앤(1969)'에서 묘사되던 앤블린은 집안의 강요로 헨리8세와 가까워지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이 시리즈의 앤블린은 적극적으로 헨리8세를 유혹하고 동생 조지와 불륜관계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SHOWTIME의 미드 '튜더스(The Tudors)'는 절대권력과 섹시함을 포인트로 헨리8세를 묘사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헨리8세의 초상은 탐욕스러워 보이는 거구의 남자지만 한때 꽃미남 소리를 들었다는 젊은 헨리8세를 캐치해 배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를 주인공으로 선택합니다. 잘 생기고 섹시한 조나단이라는 배우를 내세우면서 이 드라마가 노린 것은 그 어떤 군더더기 권력도 용납하지 않는, 절대적인 힘을 추구하는 권력자 헨리8세와 그가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던 에로틱한 사랑입니다. 이 드라마로 인해 역사상 가장 헐벗은 앤블린이 탄생하게 됩니다.
권력의 맛을 몰랐던 젊은 사자 시절, 형수였던 캐서린 왕비와 예의바르고 모범적인 부부 생활을 하던 헨리8세가 권력의 맛을 알고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어하면서 앤블린이라는 여인을 원하게 됩니다. 나의 권력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종교를 바꾸고 국민들을 살생하고 첫번째 왕비와 이혼합니다. 결국 나라를 뒤흔든 그의 사랑은 헨리8세를 잃고 싶지 않았던 앤블린의 집착과 절대권력의 그늘로 인해 비참하게 끝이 납니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권력과 섹시함의 컨셉을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이 드라마를 방송할 때도 그랬고 화제가 되었던 것은 주로 '섹시함'입니다. 허나 '튜더스'가 다소 파격적인 컨셉으로 영국왕조의 스캔들을 묘사하고 헨리8세의 누이들, 각각 스코틀랜드와 프랑스로 시집간 마거릿 공주와 메리공주를 합쳐 포르투갈로 시집간 '마거릿'이란 엉뚱한 캐릭터를 만들긴 했지만 이 드라마는 문화와 복식 고증이 제법 잘된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다만 역사적 사실 중에서 솎아낼 것과 강조할 것을 구분했다는 점이 포인트지요. 헨리8세를 이렇게 해석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하되 주변 환경을 모두 바꿔버리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비슷하게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Rome(2005)' 역시 잔인함과 적나라한 성적 묘사로 자주 언급되곤 하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가 로마 시대에서 직접 가져온 듯한 엉성한 옷감과 과거의 로마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세트장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특히 1회 첫장면에서 가상인물인 백부장 보레누스(캐빈 맥키드)가 호루라기를 불며 전투를 지휘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하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방패로 방어를 하고 검으로 공격하는 로마식 전투 장면을 그렇게 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퓨전사극의 포인트는 '파격'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Rome'처럼 고증을 너무 잘해서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한 인물의 컨셉을 강조하느냐 파격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있어도 파격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지적받는 부분도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자 장희빈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으로 열연을 보여주고 있는 김혜수의 '장희빈(2002)'이 그랬고 죽는 순간까지 본처 노릇을 하려 했던 정선경의 '장희빈(1995)'도 그랬습니다.
이 드라마는 악녀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목숨을 건 장옥정(김태희)을 모티브로 삼고 그 주변의 역사적 사실을 모두 창작해 버림으로서 파격이 아닌 왜곡이 되버리고 맙니다. 퓨전사극의 '포인트'인 컨셉은 기존의 장희빈이면서 역사만 바꿔버린 것입니다. 극중 장옥정이 자주 쓰는 표현인 '방점'이라는 말대로 이 드라마의 '방점'을 악녀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목숨 건 여인 장옥정으로 삼은 것은 평범한 선택이었습니다. 기존 장희빈 시리즈에서 강조하지 않던 '노비' 신분을 넣어보았으나 그 부분은 오히려 억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이 드라마의 프로필 사진이나 여러 부분이 전체적으로 미드 '튜더스'와 많이 유사하지만 불꽃같은 젊은 왕 숙종(윤아인)의 권력욕은 가장 포인트를 잘 잡은 컨셉 중 하나입니다. 반면 역사적 사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곤 하는 사극에서 인현왕후의 아버지인 민유중(이효정)을 절대 악인처럼 인경왕후의 아버지 김만기(이동신)를 탐욕적인 서인으로 설정해 장사치 장현(성동일)과 이권을 다투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건 퓨전사극도 아니고 파격이라기 보단 날조에 가깝습니다.
역사적으로 악녀라 평가받는 사람을 새롭게 평가하는 노력은 어떤 면에서 도전입니다. 분명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 억울한 면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점을 알기에 기존 장희빈 시리즈는 그녀가 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환경 즉 남인과 서인의 정치적 갈등, 그리고 동평군의 야망을 조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재해석과 아예 역사에도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구분했으면 합니다. 킬힐을 신고 달리는 장옥정을 '퓨전사극'이기 때문이라 변명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를 위한 새로운 분류가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퓨전사극의 포인트는 어필하고 싶은 한가지 컨셉을 선택하는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퓨전사극 중 하나인 'The Other Bolyen Girl'(소설, 드라마, 영화)은 끝까지 살아남은 메리 블린이 진정한 사랑의 승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앤블린을 비롯한 헨리8세의 여인들이 비참하게 죽고 블린가와 노포크 공작 가문이 쑥대밭이 되는 동안에도 메리 블린은 헨리의 아들을 데리고 재혼해 평생 행복하게 살아갔습니다. '천일의 앤(1969)'에서 묘사되던 앤블린은 집안의 강요로 헨리8세와 가까워지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이 시리즈의 앤블린은 적극적으로 헨리8세를 유혹하고 동생 조지와 불륜관계가 됩니다.
역사상 가장 헐벗은 앤블린 'The Tudors'와 메리 블린을 중심으로 묘사된 'The Other Bolyen Girl'
권력의 맛을 몰랐던 젊은 사자 시절, 형수였던 캐서린 왕비와 예의바르고 모범적인 부부 생활을 하던 헨리8세가 권력의 맛을 알고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어하면서 앤블린이라는 여인을 원하게 됩니다. 나의 권력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종교를 바꾸고 국민들을 살생하고 첫번째 왕비와 이혼합니다. 결국 나라를 뒤흔든 그의 사랑은 헨리8세를 잃고 싶지 않았던 앤블린의 집착과 절대권력의 그늘로 인해 비참하게 끝이 납니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권력과 섹시함의 컨셉을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Rome(2005)'은 가상인물을 등장시켰지만 고증에 매우 철저한 사극이었다.
비슷하게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Rome(2005)' 역시 잔인함과 적나라한 성적 묘사로 자주 언급되곤 하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가 로마 시대에서 직접 가져온 듯한 엉성한 옷감과 과거의 로마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세트장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특히 1회 첫장면에서 가상인물인 백부장 보레누스(캐빈 맥키드)가 호루라기를 불며 전투를 지휘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하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방패로 방어를 하고 검으로 공격하는 로마식 전투 장면을 그렇게 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패션디자이너 장옥정과 좀도둑 숙빈 최씨는 무엇을 위한 파격일까.
이 드라마는 악녀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목숨을 건 장옥정(김태희)을 모티브로 삼고 그 주변의 역사적 사실을 모두 창작해 버림으로서 파격이 아닌 왜곡이 되버리고 맙니다. 퓨전사극의 '포인트'인 컨셉은 기존의 장희빈이면서 역사만 바꿔버린 것입니다. 극중 장옥정이 자주 쓰는 표현인 '방점'이라는 말대로 이 드라마의 '방점'을 악녀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목숨 건 여인 장옥정으로 삼은 것은 평범한 선택이었습니다. 기존 장희빈 시리즈에서 강조하지 않던 '노비' 신분을 넣어보았으나 그 부분은 오히려 억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역사적인 재해석과 역사에 없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는 건 구분해야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악녀라 평가받는 사람을 새롭게 평가하는 노력은 어떤 면에서 도전입니다. 분명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 억울한 면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점을 알기에 기존 장희빈 시리즈는 그녀가 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환경 즉 남인과 서인의 정치적 갈등, 그리고 동평군의 야망을 조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재해석과 아예 역사에도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구분했으면 합니다. 킬힐을 신고 달리는 장옥정을 '퓨전사극'이기 때문이라 변명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를 위한 새로운 분류가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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