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나 혼자 산다, 혼자 가도 여행의 맛은 살아 있네

Shain 2013. 5. 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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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밤바다를 보러 달린 적이 있습니다. 같이 어울려 놀던 사람들끼리 뜻이 맞아 가까운 바다로 차를 몰고 간 그날 돈도 충분치 않았고 시간도 넉넉치 않았지만 간만의 일탈이라는 점이 나를 들뜨게 했습니다. 겨울밤이라 날도 춥고 작은 차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타는 바람에 편안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무엇 보다 그렇게 객기부리며 달려간 밤바다는 생각 보다 별로였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바닷물을 잠깐 바라보다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었고 아침이 되자 바쁘게 돌아와야했죠.

날씨 춥다고 컵라면 한그릇을 사서 먹고 기름값 아낀다고 히터도 틀지 않은채 겨울 코트를 나눠 덮고 달린 그 겨울밤. 함께 갔다는 기억 자체는 좋았지만 그 친구들과 특별히 같이 한 일은 없었습니다. 사실 신혼여행, 가족여행, 연인과 함께 하는 여행 등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만 둘이 가든 혼자 가든 어딘가를 간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둘이 가는 여행과 혼자 가는 여행의 차이점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못한다는 것 그것 뿐입니다.

혼자 가든 둘이 가든 여행은 여행이다.

가끔 보면 우리 나라는 '혼자' 한다는 말에 꽤 민감한 나라같습니다. 네 사람이 함께 쓰는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 가면 '혼자 오셨어요?'라고 묻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 걷다 보면 '(같이 오지 않고)왜 혼자 왔어요?'라고 물어봅니다. 가족들을 떠나 적적하게 밥먹는 일에 무뎌졌다 싶다가도 여전히 집에 나 한 사람 뿐이라는 사실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홀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99명이 찬성표를 던진 일에 나 혼자 반대표를 던진 단 한사람처럼 눈에 띄는 일이었습니다.

'나 혼자 산다'는 어쩐지 외롭게 느껴지는 '혼자 만의 여행'을 새로운 새로운 느낌으로 보여줍니다. 당연히 누군가와 함께 가야한다고 여겨졌던 여행을 곰돌이 윌슨과 단둘이 떠나는 무지개 회원들은 각자 누리고 싶었던 나홀로 여행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제주도까지 날아가 먹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먹고 캠핑장에서 고기를 굽고 추억의 장소에서 낚시를 하고 패키지 여행에서 와인을 한잔 마시는 그들의 여행은 어쩐지 허전해 보일 것같았는데 그 나름대로 특별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혼자 여행가서 가장 힘든 일은 외로움 보다 '셀카'를 찍는 일이다.

원래 혼자 떠나든 둘이 떠나든 여행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같이면 같이인대로 혼자면 혼자인대로 느낌이 있고 추억이 만들어집니다. 아니 어쩌면 매일매일이 소중한 인간에게 특별한 사람과 여행하면 무조건 특별할 것이란 것도 착각일지 모릅니다. 강아지 에페와 애견펜션로 여행을 떠난 이성재는 평소와 다름없이 치킨을 시켰고 김태원도 라면을 먹고 김광규도 삼각김밥을 먹었습니다. 음식을 먹는 공간이 특별해진 것 뿐 여행지에서도 평소처럼 먹을 것을 먹고 잠을 잡니다.

집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다 보면 남들 시선에 익숙해져야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이야 대한민국 1인 가구가 453만명이라 혼자 밥먹고 쇼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지만 예전에는 어쩐지 눈치가 보이고 주눅이 들었죠. 그나마 대학가 자취촌 주변이나 원룸같은 것은 독신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고 요즘은 각자의 사정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 신경이 덜 쓰이는데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불편할 때가 많았습니다. 과거에는 대놓고 고아냐 이혼했냐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지요.

사람들은 여행지에서도 심심한 사람은 심심하고 배달음식을 먹는다.

과거에는 지금 보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서 더욱 그런 일을 당한 경향도 있고 또 그런 질문의 밑바닥에는 사람은 혼자 살아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덧붙여 사람은 독신으로 살면 안되고 결혼을 해야한다는 전제도 함께 깔고 있죠. 그러나 시대가 갈수록 같이 산다는 말의 뜻과 결혼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거주지가 달라도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이 있고 꼭 부담스럽고 복잡한 결혼이 아니라도 연인과 함께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시대니까요.

둘이 아니라 혼자라도 와인은 충분히 향기롭고 바깥에서 구워먹는 고기의 맛이 변하는게 아닙니다. 제주도의 노을을 둘이서 바라본다면 더욱 아름답겠지만 혼자 바라본다고 해서 해지는 시간이 달라지는게 아닙니다. 집에서도 무료한 사람은 혼자 있을 때도 무료하고 집에서 바쁜 사람은 혼자 여행을 가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또 제대로 혼자 만의 생각에 몰두할 수 있는 낚시야말로 어쩌면 여행의 재미이고 참맛인지도 모르죠.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여행이다.

물론 혼자 가는 여행이 외롭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혼자 사는 요령(?)'을 제법 익힌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이라 해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각을 혼자가 아닌 둘이서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둘이 가는 여행이라고 해서 백프로 만족하고 돌아오란 법은 없으니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만족스러우면 만족스러운대로 여행은 충분히 즐거운 일입니다. 국내든 외국이든 함께 여행가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요즘 '나 혼자 산다'가 보여준 특별한 여행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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