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국정원 뿐만 아니라 드라마 게시판도 댓글 전쟁

Shain 2013. 4. 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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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이번에 방송되는 월화드라마는 모두 시청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본방사수'도 아니고 다운로드족이라 평소 보다 시청하는 드라마 한편이 더 늘어난 정도입니다. 덕분에 '닥터후'가 밀렸지만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직장의 신'이나 전설같은 판타지 '구가의 서'도 보고 있고 어릴 때부터 장희빈 매니아라 '장옥정 사랑에 살다'도 보고 있습니다. 취향이 선명한 편이고 딱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물으면 두말없이 셋중 하나를 골라낼 정도로 각각의 드라마에 대한 생각도 뚜렷한 편입니다.

저는 어아무리 시청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 드라마는 도저히 좋은 말이 안나오니 특정 드라마에 대한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문제가 많아도 정이 드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매주 '닥치고' 시청해도 답답한 드라마가 있죠. 그리고 가끔 나만 이 드라마가 마음에 안드나 싶어 인터넷 뉴스 댓글을 읽어볼 때도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난 직후에 읽다 보니 시간대는 일정하지 않지만 대개 밤시간에 읽게 되더군요.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월화드라마 세 편.


지금 월화 드라마 세 편의 시청률이 20퍼센트 미만이란 점에서는 모두 동일합니다. 전작인 '마의'나 '야왕'처럼 딱 부러지게 시청률을 꽉 잡은 드라마는 없다는 말입니다. '직장의 신'과 '구가의 서'가 13, 14퍼센트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시청률 경쟁을 하고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7.7퍼센트의 저조한 시청률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방송전에는 셋 모두 쟁쟁한 드라마라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 본 사람들도 많았지만 의외로 SBS '장옥정..'이 꽤 빠르게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 댓글란이나 각종 게시판을 가보면 시청률 대로 댓글이 나오는건 아닙니다. 시청률이 높아도 최악의 평가가 달리는 드라마가 있는가하면 시청률이 바닥인데도 최고의 찬사로 칭찬하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견이 다수인가 싶어 찬찬히 살펴봐도 워낙 댓글수가 많아서 파악이 안될 정도입니다. 물론 그런 의견은 취향 차이 때문에 갈리는게 당연하지만 때로는 그게 꼭 그 이유 때문일까 싶을 때도 많습니다.

전문평가단이 '웰메이드' 드라마라 호평해도 시청률이 바닥인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뭐 이런 드라마가 다 있냐며 악평을 해도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는 평가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니 어쩌면 시청률이란 잣대는 드라마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는 무의미한지도 모릅니다. 또 안티나 팬클럽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파악하기 힘든 드라마도 있습니다. 요즘은 장르극에 따라 취향을 타는 사람이 많아 의견이 극과극인 상황이 아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죠.

엄청난 팬이 있으면 악평을 다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늘 다툼이 벌어지는 드라마 평점 게시판.


저 역시 세편의 드라마 모두를 보고 있긴 하지만 각각의 드라마에 대해 이미 평가를 마친 상태입니다. 참신함 면에서는 '구가의 서'에 큰 점수를 주고 공감이나 사회성 면에서는 '직장의 신'을 좋아합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장옥정이 주인공이 아니라면 딱히 볼 것같지 않습니다. 차라리 중국 고전 '초한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샐러리맨 초한지'처럼 이름만 과거 인물과 같게 했으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텐데 지금은 배우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퓨전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어정쩡한 희한한 드라마가 되버렸습니다.

지난주에도 '장옥정 사랑에 살다' 에 관련된 기사엔 살벌한 '댓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은 계속해서 드라마가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속칭 '찬양' 글을 올리고 한쪽은 특정 배우나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계속 올리다 보니 어떤 글을 올려도 추천과 반대가 반반이고 심지어 사소한 것을 언급하는 중립(?)적인 의견에도 반대가 붙는 기현상이 발생하더군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대로 예전부터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 경쟁관계에 놓인 드라마들 끼리는 팬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 팬클럽이 큰 드라마일 경우 그 충돌이 훨씬 심각한데 각종 드라마 평점 란에 상대 드라마를 깎아내리는 테러 속칭 '평점 테러'를 번갈아가며 저지르기도 하고 드라마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너 맞을래'같은 쌍욕으로 반박하거나 거친 말싸움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찬양글'과 '악평'이 오가는 평점게시판 때로는 심한 말도 오고 간다.


덧붙여 제작사나 방송국 차원에서 댓글 홍보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속칭 '댓글알바'들이 드라마 평점을 올리거나 '찬양글' 혹은 '악플'을 올리며 여론을 유도한다는 말이죠. 물론 이런 문제는 '확증'은 없어도 '심증'은 있는 종류의 일로 정확히 그 정체를 파악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어떤 드라마도 이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또 드라마 제작자들이 아이돌 스타나 유명 배우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자발적으로 홍보 해주는 팬클럽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고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작성하는 우호적인 댓글이 시청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칩니다. 트위터, 블로그, 카페 등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작은 파장이 되어 퍼져나갑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자발적으로 널리 알리는 건 적극 추천할만한 일로 '찬양글' 작성자들이 원했던 것도 아마 이런 효과였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아닌 부정적인 싸움을 유도하는 사람들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해야 합니다.

'댓글 알바'가 늘어난 요즘. 드라마 댓글까지 못 믿게 됐다.


오늘자 기사를 보니 국정원 직원이 '댓글 알바'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있다는데 '언론' 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게 요즘의 '인터넷 여론'인 것같습니다. 알바를 고용하고 속칭 '물량공세'를 퍼부어 우호적인 댓글을 올리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는 것같더군요. 그러나 서로의 생각을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의견 교환은 커녕 드라마에 대한 사소한 생각까지 나눌 수 없는 공간이 되어가는게 참 씁쓸하더군요.

아무리 돈에 목매는 제작자와 출연 배우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공감한다고 해도 진정한 드라마 팬이라면 그 드라마의 잘못된 점과 불쾌한 감정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보기에 영 아닌 드라마도 누군가의 눈에는 좋은 드라마일 수 있으니 상대를 공격하는 댓글은 서로 자제하고 솔직한 의견을 올리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네요.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없고 평점도 댓글도 믿을 수 없는 현재의 시스템이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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