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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홍주를 떼내려는 방영자의 잔꾀 불가능한 이유

Shain 2013. 4. 29.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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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할 때는 모질게 괴롭히고 유리할 때는 잘 해주는 속마음이 유독 잘 드러나는 사람들이 있죠. 이렇게 필요에 따라 안면을 싹 바꾸는 사람들을 왜 '철면피'라고 하는지 방영자(박원숙)를 보면 그 이유를 알 것같습니다. 며느리 민채원(유진)을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독설을 퍼붓다 못해 폭행까지했던 방영자가 이제와서 채원을 '아가'라 부르며 지난 잘못을 사과합니다. 나름 그 연기가 애틋해서 아무리 드라마지만 어떻게 저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나 싶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한 방영자의 눈물바람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역시 못된 시어머니 역할은 박원숙씨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하는 점이었고 두번째는 여주인공 민채원이 또 저런 수작을 당하다니 제대로 호구 역할을 한다 싶었습니다(넘어갈리야 없지만). 채원을 몰래 아버지(남명렬)의 생일 식사에 데려가 마음고생시킨 세윤(이정진)도 따지고 보면 채원을 보호해준다기 보단 (고의는 아니지만) 괴롭히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민채원씨 설마 또 방영자에게 당하는 건 아니죠? 오싹했던 방영자의 표정.

채원의 전남편 김철규(최원영)는 지지리 못난 마마보이입니다. 자신의 엄마가 남들 보다 더 욕심많고 험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내를 배려해주기 보다 함께 폭언을 퍼붓고 폭행했습니다. 이세윤은 김철규 보다 독립적이고 의젓한 남자로 묘사되지만 엄마 백설주(차화연)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백설주는 겉으로만 점잖고 교양있지 방영자 보다 훨씬 지독한 시어머니감이죠. 세윤은 채원을 백설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통속극의 특징상 마땅히 여주인공 민채원의 왕자님이 되어야할 이세윤이 이렇듯 못마땅하니 상대적으로 많은 시청자들은 차라리 알고 보면 속깊은 남자 김철규와 민채원을 재결합시키라 합니다. 김철규 최고의 약점은 엄마가 메가톤급 악질 시어머니란 점과 한번도 독립해보지 못해 잘하는게 없고 생떼쓰는 어린아이같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채원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애틋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채원을 믿어주는 착한 구석이 있습니다. 방영자만 아니면 정말 괜찮은 남자죠.

세윤이 왕자 노릇을 못하니 차라리 귀여운 철규와 재결합하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철규와 결혼한 마홍주(심이영)는 혼외자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무시받고 자라 마음의 상처가 많습니다. 사람들을 믿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생긴 마음의 병이겠지요. 마홍주는 사랑해달라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막무가내로 철규에게 달려듭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전부인만 사랑하는 철규의 진심이 갖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주리(윤아정) 만큼이나 일방적인 애정이지만 어쩐지 안쓰럽죠.

그동안 방영자는 어떻게든 채원을 떼놓기 위해 극성을 부렸습니다. 철규가 채원을 잊지 못해 각종 못난 짓을 하고 다닐 때마다 재벌집 막내딸 마홍주에게 정착시키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홍주엄마(서권순)가 법적인 홍주의 아버지와 이혼하고 위자료 한푼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지금, 마홍주의 재벌 친정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어진 지금은 딱히 마홍주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세윤과 결혼하지 못하면 집을 나가겠다는 주리를 말리려면 오히려 채원을 철규와 재결합시키는게 유리합니다.

홍주엄마는 이미 재산 분할을 약정한 혼전계약서를 작성해둔 상태였다. 철규와 홍주는 이혼 불가능.

세윤이 너무 못나게 구니까 상대적으로 철규의 인기가 높아졌으나 상식적으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질려 떠난 며느리에게 재결합을 애원한다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거기다 그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과 재결합하면 며느리와 결혼하려던 남자를 딸과 결혼시킨다는 발상은 훨씬 끔찍합니다.

무엇 보다 그 재결합을 위해서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홍주를 쫓아내려 한다는 것도 몰상식하구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과 딱 맞습니다. 그러나 홍주엄마는 불안한 자신들의 집안 사정 때문에 이미 혼전계약서를 작성한 상태입니다.

재산 분할이나 이혼에 대한 부부 간의 각서는 공증을 받아도 효력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면 혼인신고 전에 작성한 혼전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방영자는 홈쇼핑 진출이 탐나 '김철규가 외도를 할 경우 재산 중 50%를 마홍주에게 위자료로 준다' 내지는 '마홍주가 쓴 혼수 비용의 5배를 위자료로 지급', '일주일에 한번 부부생활 의무', '마홍주와 방영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질 경우 마홍주의 편을 든다', '부동산은 공동명의로 한다'같은 내용에 이미 합의했습니다.

꿩먹고 알먹고 라며 채원과 철규의 재결합을 추진하려하지만 혼전계약서를 잊고 있는 방영자.

홍주엄마는 언제 이혼할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딸을 위한 마지막 안전막을 쳐두었고 김철규는 이미 간통죄로 고소당해 스스로 죄를 시인한 전력까지 있으니 지금 당장 이혼하면 불리한 건 방영자네입니다.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재산을 꼼짝없이 절반 떼어줘야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주리와 세윤을 결혼시키고 싶어도 돈 때문에 벌벌 떠는 방영자가 할 짓은 아닌게죠. 지금은 까맣게 혼전계약서의 존재를 잊고 있겠으나 스스로 판 함정에 스스로 발목잡힌 방영자의 꼴이 참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방영자가 눈물로 애원하고 백설주가 구박한다고 채원이 철규와의 재결합을 마음 먹는다거나 방영자가 작전을 꾸민다고 그대로 당하는 건 바보같은 짓입니다. 갈곳없는 마홍주가 돌아와도 쫓아낼 수 없는 방영자의 속만 타들어가겠지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마홍주와 그런 며느리가 꼴보기 싫은 방영자. 다음주에도 여러모로 웃기는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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