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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 비극인지 코미디인지 욕할 수 없는 가족관계

Shain 2013. 5. 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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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기본 공식은 일단 신데렐라형 여주인공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신데렐라가 작정하고 덤빈 악녀냐 아니면 꼬이고 꼬인 관계 덕분에 만난 캔디냐의 차이가 있을 뿐 재벌 후계자가 평범한 중산층 아니면 서민을 만난다는 기본 줄거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재벌 드라마의 공식은 갈등이 일어나지 않고는 못 배길 복잡한 가족관계입니다. 후계자를 노리는 배다른 형제와 출생의 비밀, 재산을 두고 벌어지는 고부 간, 형제 간의 갈등은 이런 류 드라마들을 흥미롭게 만드는 곁가지들이죠.

그동안 많은 드라마들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이런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끝에는 모두 화합하는 가족극 형식을 유지해왔는데 '금 나와라 뚝딱'에는 도대체 이 가족에게 해피엔딩이 가능하긴 한걸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가족 관계가 등장했습니다. 박순상(한진희)의 아들 셋은 모두 어머니가 다르고 현재 공식적인 부인으로 알려진 장덕희(이혜숙)는 박순상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첫째아들 박현수(연정훈)의 어머니도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하니 아들들의 세 엄마가 모두 살아있는 가족이란 것이죠.

도무지 해피엔딩이 가능할 것같지 않은 박순상의 가족. 세 아들의 어머니 모두가 살아 있다.

사극이야 중전과 후궁들의 후계 다툼이 치열한게 이해가 가지만 이건 사극도 아닌 현대극이 부인, 아들들의 경쟁구도로 가니 형제들 사이가 돈독하기는 커녕 무슨 원한가진 사람들 같습니다. 박현수는 어릴 때부터 눈치만 보고 자랐고 장덕희의 아들 둘째 박현준(이태성),은 맡은 일을 잘하면서도 형을 확실하게 누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찌감치 후계싸움에서 제외된 듯한 셋째부인 민영애(금보라)와 막내 박현태(박서준)까지 심심하면 형들을 들쑤셔놓으며 이 집을 불안하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불안정한 가족관계에 며느리들의 속사정을 보면 더욱 코미디입니다. 돈많은 집안 출신으로 할말 못할말 안가리며 퍼붓던 첫째 며느리 유나(한지혜)는 실종 상태입니다. 막내 며느리 정몽현(백진희)처럼 가진 것없는 집안 출신이었던 둘째 며느리 성은(이수경)은 순종적이고 나긋나긋한 듯 굴지만 알고 보면 시어머니 장덕희처럼 노리는게 있어서 현모양처 노릇을 하는 속셈이 빤한 며느리입니다. 또 알고 보니 몽현의 언니 정몽희(한지혜)와 과거에 치정으로 얽힌 사이더군요.

치정 관계로 얽힌 (가짜) 큰며느리와 둘째 며느리. 며느리들의 겹사돈 관계도 생각해보면 웃기다.

또 지금 가짜 며느리 노릇을 하고 있는 정몽희는 입양되었다는 유나와 '쌍둥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니 몽현과 같은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온 자체도 상당히 웃긴 관계입니다. 몽희가 윤심덕(최명길)의 친딸이면 친딸인대로 몽현이 때문에 겹사돈이고 친딸이 아니라고 해도 유나와 정몽희가 쌍둥이라면 박현수는 유나 자매와 연인이 되는 웃긴 관계가 되고 맙니다. 재벌드라마의 세번째 공식인 겹사돈 관계입니다.


박순상 가족은 박순상이 바람을 피워 그런 묘한 가족관계가 되었다고 하지만 윤심덕의 가족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친정과 시댁의 가족관계가 불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심덕의 남편 정병후(길용우)는 조기 퇴직으로 집에서 쉬는 가장으로 장모 최광순(김지영)과 단둘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불편해 종종 만화책 가게를 갑니다. 윤심덕이 보석매장 직원으로 돈을 버는 동안 장모가 아이들을 다 키웠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으며 사돈댁 김치까지 만들어주는 형편입니다.

집안일 다해주면서도 큰소리 못치는 장모와 사돈을 눈치밥 먹이는 시어머니.

장모 최광순도 사위를 아들처럼 생각하기에 윤심덕에게 잘 챙겨주라할 정도인데 윤심덕의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는 장모와 함께 사는 큰 아들을 측은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일상까지 차려주는 사돈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는 까맣게 잊고 만화책 가게를 들리는 아들만 불쌍하다며 남편 정판금(최주봉)과 위장이혼을 합니다. 아들과 국수를 먹는 사돈을 빤히 쳐다보며 눈치밥먹게 하는 모습이 영 밉쌀스럽게 보이더군요. 최광순이 푸념삼아 하는 말대로 장모가 사돈 제사상까지 차려준다는 요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요즘은 형편에 따라 부모를 모시기 때문에 처가든 시댁이든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줄 거 다 해주면서 사돈에게 눈치보여 할말을 제대로 못하는 장모의 입장과 시댁이라는 이유로 사돈을 집안일하는 파출부 취급하고 유세할 수 있는 시어머니의 당당함이 코믹하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더군요. 그냥 보기에는 최광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김필녀의 유세가 얄밉지만 가장 정병후와 기존 가족관계를 생각하면 양쪽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가는 상황이랄까요.

가짜 신데렐라가 되기로 한 정몽희와 후계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박현수. 그들의 격한 사연이 흥미롭다.

돈많은 박순상과 그런 박순상과 엮인 장덕희, 민영애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지금의 머리 아픈 가족관계가 만들어졌으나 그 관계가 세 아들인 현수, 현준, 현태의 잘못은 아닙니다. 똑같은 내연녀 처지인데 첩 취급을 당하며 존재를 부정당하는 민영애나 형한테 무시당하고 나쁜 말만 듣고 자란 현태는 불쌍하기까지하구요. 정식 결혼으로 태어난 현수를 능력으로 눌러 보려는 현준의 노력도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장덕희는 박순상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어머니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엄마없이 자라야했던 박현수가 유나의 재산에 집착하고 정몽희를 끌어들여서라도 큰아들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이유도 현재로서는 납득이 갑니다. 윤심덕 가족의 아웅다웅 대립은 박현수네에 비하면 약과죠. 재벌가 며느리가 된 몽희, 성은, 몽현이라는 신데렐라들의 대립. 물론 몽희는 아직까지 가짜 신데렐라입니다만 듣기만 해도 비극적인 박현수의 콩가루 집안 사연이 슬픔의 밑바탕이고 코미디의 본질이다 보니 돈을 향해 달려든 신데렐라들의 격한 사연이 더욱 흥미로워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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