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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어린 아기들에게 숟가락 쥐고 젓가락 사용하는 법을 가르칩니다만 예전같은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지는 의문입니다. 허리펴고 밥먹기, 어른 보다 먼저 수저 들지 않기, 국과 찌개 건더기를 젓가락으로 먹지 않기, 수저를 함께 들고 밥먹지 않기, 입에 음식이 들어간채로 떠들지 않기, 음식흘리지 않기, 후루룩 소리나지 않게 음식 먹고 씹기, 식사 시간 지키기, 식사 중 먼저 일어나지 않기, 일어나서 먹지 않기, 식사 중에 다른 짓하지 않기 등 의외로 무의식중에 지켜온 식사예절이 참 많더군요.
특히 우리 나라는 손을 사용하지 않는 식사 문화라 아버지 세대는 빵, 피자, 햄버거 같은 음식을 상당히 껄끄러워하셨습니다. 수저가 아닌 손으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영 불편해하셨고 패스트 푸드나 길거리 음식을 길에서 먹는 음식이라며 꺼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마시고 먹는 일은 반드시 앉아서 차분히 해야한다는 예의를 따라하기 너무나 바쁩니다. 그리고 뭣보다 외국에서 유입된 음식을 먹는 방법은 우리 나라 식사법과 많이 다릅니다.
포스팅을 읽는 여러분들은 혹시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시나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밥그릇 들고 식사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는 일본과 중국 뿐이라며 밥그릇은 밥상에 놓고 먹으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물론 동남아 쪽도 그런 나라가 있긴 하다지만). 아버지 또래들은 밥그릇 들고 밥먹는게 구걸하는 사람들같다고 옛날부터 싫어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나라 마다 차이가 큰데 우리 나라는 숟가락을 쓰는 문화권이고 밥풀에 찰기가 많아 밥그릇을 들고 식사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어른들이 싫어하던 일본식 식사 예의는 개별적으로 마련된 밥상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밥그릇 바닥에 붙은 음식은 젓가락으로 긁어먹고 우동같은 국물있는 음식은 그릇을 든 채로 마시는게 그 나라의 식사법이죠. 옛날 일본 영화를 처음봤을 때 어린아이도 정좌를 하고 음식먹는 장면에 상당히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다리가 많이 아플텐데 저렇게 먹다간 체하지 않을까 싶었던거죠. 확실히 밥그릇을 드는 모습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일본의 료칸에서 보니 일본은 큰 밥그릇이 아닌 작은 밥그릇에 여러번 덜어먹는 방식입니다(요즘은 우리 나라도 밥그릇이 작아졌죠). 식당 안에 나무로 된 큰 밥통이 있더군요. 숟가락없이 밥을 먹는 문화라 밥알을 다 먹으려면 그릇을 움직이는게 더 편리합니다. 오차즈케처럼 차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을 먹을 때 조차 젓가락만 쓴다고 합니다. 또 남쪽으로 갈수록 벼의 찰기가 적어 동남아권은 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려면 그릇을 드는게 더 낫습니다. 정식을 먹으러 갔더니 국을 뜨는 숟가락은 없고 '렌게'라는 작은 국자같은 것이 따라나오더군요.
서양처럼 고기를 썰거나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문화권에서는 식사전 손씻는 물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한국 고유 식사예절에 비하면 '비매너'지만 양식먹으면서 그런 걸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니 요즘은 나라 마다 식사법이 다르고 또 음식에 따라 지켜야할 매너가 다르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요즘은 조카들과 함께 빵이나 피자같은 음식을 종종 드시곤 하시고 축제에서 파는 노점상 음식도 사십니다. 대신 길에서 드시진 않지만요.
그러나 서양식도 아니고 일식도 아닌데, 한식을 먹으면서도 밥그릇 들고 밥먹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며칠전 드라마를 보다 보니 '금나와라 뚝딱'의 정몽희(한지혜)는 가족들과 같이 식사할 때도 뭔가에 쫓기듯 급하게 반찬을 입에 넣고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더군요. 몽희는 노점상으로 돈을 버는 캐릭터라 길에서 짜장면을 먹는 성격입니다. 밥그릇을 들고 먹는 건 그 정도로 성격이 급하단 뜻으로 이해했는데 자세히 보니 몽희의 남동생 몽규(김형준)도 아버지 정병후(길용우)도 모두 밥그릇을 들고 있더군요.
이건 판타지 사극 '구가의 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중 강치(이승기)가 무형도관에서는 점잖게 밥을 먹더니 주막에서 담여울(수지)와 국밥을 먹을 땐 국밥그릇을 들고 퍼먹더군요. 과거 드라마에서는 한번도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지만 요즘은 심심찮게 밥그릇들고 식사하는 사람들을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속 식사예절이 뭔가 변하기는 변했다는 뜻입니다. 극중 캐릭터의 나이가 많을 땐 밥그릇을 거의 들지 않지만 20-30대 캐릭터들은 대부분 밥그릇을 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전 세대에게는 밥그릇 드는게 식사예절의 일부였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뜻도 됩니다. 그만큼 다양한 외국의 음식을 많이 접해봤다는 뜻이기도 하고 어느새 '밥그릇'을 식사예절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조카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 마다 '애들이 저런거 보고 따라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제일 먼저 일본식 식사 예법을 지적하시더군요. 아이들이 흔히 보는 '짱구'를 비롯한 일본 애니 주인공들은 대부분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습니다.
식사 예절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게 맞습니다. 과거처럼 숟가락 없이 밥 못 먹는다고 고집부릴 것도 아니니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외국 속담처럼 상황에 맞는 매너가 따로 있겠죠. 그런 반면 각 나라 고유의 특징이랄까 우리 나라만의 식사문화가 사라져가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일본 드라마가 아직까지 전통 식사 예절대로 식사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처럼 우리 나라도 식사 예절이 바르게 고증된 장면이 나올 수 없을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한번은 '솔직하지 못해서(2010)'라는 일드에서 한국인으로 등장하는 김재중과 일본 여배우의 식사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여성의 식사 장면은 주로 정좌인데 극중 한국여성으로 등장하는 박민하(키나미 하루카)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더군요. '진짜 한국 여성이 저렇게 밥을 먹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던데 사실 식탁도 아닌 좌식 밥상에서 그렇게 앉으면 불편해서 밥먹기가 힘들죠. '한국'의 특징이 떠오르는 식사 예법이 많이 사라진 것같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한 가족이 식사하는 장면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역시 대가족의 식사장면으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손쉽게 전달하곤 합니다. '금나와라 뚝딱'의 몽희가 급하게 밥을 먹는 건 그만큼 살기가 바쁘단 뜻이고 극중 아버지가 움추리고 식사하거나 반찬을 잘 집어먹지 못하는건 많이 위축되었단 뜻이죠. 또는 밥먹는 모습에서 세대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뀐 문화를 반영하는 것도 좋지만 이게 정말 한국식이다 싶은 식사 예법을 드라마에서 보고 싶기도 합니다.
* 이미지는 눌러서 보시면 조금씩 확대됩니다. 이미지 출처는 대부분 드라마 캡처와 '다음 영화'이지만 몇몇 이미지는 저장할 때 출처를 미처 적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확인하신 분들은 연락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손을 사용하지 않는 식사 문화라 아버지 세대는 빵, 피자, 햄버거 같은 음식을 상당히 껄끄러워하셨습니다. 수저가 아닌 손으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영 불편해하셨고 패스트 푸드나 길거리 음식을 길에서 먹는 음식이라며 꺼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마시고 먹는 일은 반드시 앉아서 차분히 해야한다는 예의를 따라하기 너무나 바쁩니다. 그리고 뭣보다 외국에서 유입된 음식을 먹는 방법은 우리 나라 식사법과 많이 다릅니다.
포스팅을 읽는 여러분들은 혹시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시나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밥그릇 들고 식사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는 일본과 중국 뿐이라며 밥그릇은 밥상에 놓고 먹으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물론 동남아 쪽도 그런 나라가 있긴 하다지만). 아버지 또래들은 밥그릇 들고 밥먹는게 구걸하는 사람들같다고 옛날부터 싫어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나라 마다 차이가 큰데 우리 나라는 숟가락을 쓰는 문화권이고 밥풀에 찰기가 많아 밥그릇을 들고 식사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어른들이 싫어하던 일본식 식사 예의는 개별적으로 마련된 밥상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밥그릇 바닥에 붙은 음식은 젓가락으로 긁어먹고 우동같은 국물있는 음식은 그릇을 든 채로 마시는게 그 나라의 식사법이죠. 옛날 일본 영화를 처음봤을 때 어린아이도 정좌를 하고 음식먹는 장면에 상당히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다리가 많이 아플텐데 저렇게 먹다간 체하지 않을까 싶었던거죠. 확실히 밥그릇을 드는 모습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일본의 료칸에서 보니 일본은 큰 밥그릇이 아닌 작은 밥그릇에 여러번 덜어먹는 방식입니다(요즘은 우리 나라도 밥그릇이 작아졌죠). 식당 안에 나무로 된 큰 밥통이 있더군요. 숟가락없이 밥을 먹는 문화라 밥알을 다 먹으려면 그릇을 움직이는게 더 편리합니다. 오차즈케처럼 차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을 먹을 때 조차 젓가락만 쓴다고 합니다. 또 남쪽으로 갈수록 벼의 찰기가 적어 동남아권은 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려면 그릇을 드는게 더 낫습니다. 정식을 먹으러 갔더니 국을 뜨는 숟가락은 없고 '렌게'라는 작은 국자같은 것이 따라나오더군요.
서양처럼 고기를 썰거나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문화권에서는 식사전 손씻는 물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한국 고유 식사예절에 비하면 '비매너'지만 양식먹으면서 그런 걸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니 요즘은 나라 마다 식사법이 다르고 또 음식에 따라 지켜야할 매너가 다르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요즘은 조카들과 함께 빵이나 피자같은 음식을 종종 드시곤 하시고 축제에서 파는 노점상 음식도 사십니다. 대신 길에서 드시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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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판타지 사극 '구가의 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중 강치(이승기)가 무형도관에서는 점잖게 밥을 먹더니 주막에서 담여울(수지)와 국밥을 먹을 땐 국밥그릇을 들고 퍼먹더군요. 과거 드라마에서는 한번도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지만 요즘은 심심찮게 밥그릇들고 식사하는 사람들을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속 식사예절이 뭔가 변하기는 변했다는 뜻입니다. 극중 캐릭터의 나이가 많을 땐 밥그릇을 거의 들지 않지만 20-30대 캐릭터들은 대부분 밥그릇을 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전 세대에게는 밥그릇 드는게 식사예절의 일부였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뜻도 됩니다. 그만큼 다양한 외국의 음식을 많이 접해봤다는 뜻이기도 하고 어느새 '밥그릇'을 식사예절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조카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 마다 '애들이 저런거 보고 따라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제일 먼저 일본식 식사 예법을 지적하시더군요. 아이들이 흔히 보는 '짱구'를 비롯한 일본 애니 주인공들은 대부분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습니다.
식사 예절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게 맞습니다. 과거처럼 숟가락 없이 밥 못 먹는다고 고집부릴 것도 아니니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외국 속담처럼 상황에 맞는 매너가 따로 있겠죠. 그런 반면 각 나라 고유의 특징이랄까 우리 나라만의 식사문화가 사라져가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일본 드라마가 아직까지 전통 식사 예절대로 식사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처럼 우리 나라도 식사 예절이 바르게 고증된 장면이 나올 수 없을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일드 '솔직하지 못해서(2010)'에 등장한 한국인 남매. 국적 불명의 식사자세를 취한 여동생.
한번은 '솔직하지 못해서(2010)'라는 일드에서 한국인으로 등장하는 김재중과 일본 여배우의 식사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여성의 식사 장면은 주로 정좌인데 극중 한국여성으로 등장하는 박민하(키나미 하루카)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더군요. '진짜 한국 여성이 저렇게 밥을 먹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던데 사실 식탁도 아닌 좌식 밥상에서 그렇게 앉으면 불편해서 밥먹기가 힘들죠. '한국'의 특징이 떠오르는 식사 예법이 많이 사라진 것같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한 가족이 식사하는 장면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역시 대가족의 식사장면으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손쉽게 전달하곤 합니다. '금나와라 뚝딱'의 몽희가 급하게 밥을 먹는 건 그만큼 살기가 바쁘단 뜻이고 극중 아버지가 움추리고 식사하거나 반찬을 잘 집어먹지 못하는건 많이 위축되었단 뜻이죠. 또는 밥먹는 모습에서 세대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뀐 문화를 반영하는 것도 좋지만 이게 정말 한국식이다 싶은 식사 예법을 드라마에서 보고 싶기도 합니다.
* 이미지는 눌러서 보시면 조금씩 확대됩니다. 이미지 출처는 대부분 드라마 캡처와 '다음 영화'이지만 몇몇 이미지는 저장할 때 출처를 미처 적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확인하신 분들은 연락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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