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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알고싶다'의 사모님과 살인마 왕자 순화군

Shain 2013. 5. 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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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몇년전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내용이라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일명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으로 유명했던 한 재벌가 사모님의 광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사건 발생 일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어렵게 살인범이 잡히고 그 살인을 사주한 재벌가 사모님 윤씨 역시 무기징역형으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나 했더니 그동안 형 집행정지를 받고 호화병실을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범인의 뻔뻔함에도 놀랐지만 법조계와 의료계가 짜고 정신나간 '사모님'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끔찍하기까지 했습니다.

범인 윤모씨는 재판을 받는 동안 꾸준히 자신은 살해 사주를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외국까지 쫓아가서 힘겹게 살인자를 잡아온 피해자의 아버지가 '언플'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고도 합니다. 이 사모님은 몇년 동안 꾸준히 피해 여대생을 미행하고 협박했던 비정상적인 행동을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는 파렴치한입니다. 10여명의 인력에게 사위가 바람피는 현장을 잡아내라 지시한 자신의 행동, 그리고 살인 교사라는 범법을 당연한 권리 쯤으로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의 당사자 윤모씨.


돈이라는 권세를 이용해 수차례 지정 병원에 입원하고 집으로 외출까지하면서 여왕같은 호사를 누려온 이 범죄자와는 달리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개된 다른 제보자는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형 집행정지를 받지 못해 울먹이며 애원했습니다. 누구나 그 장면을 보면서 지강헌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생각했을 것이 당연합니다. 나는 500만원을 훔쳤는데 징역 7년이고 전경환은 수백억원 대의 돈을 훔쳤는데 왜 고작 2년(실제 수감은 더 짧음)이나며 항의하던 모습이 떠오를만 하지요.

재벌 사모님의 광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여대생 가족들은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끝까지 처벌받게 하겠다며 사건 이후 계속해서 윤모씨의 뒤를 쫓고 있는 아버지, 슬픔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제공한 사촌오빠 판사나 살인을 저지른 '사돈'사모님 가족은 좀처럼 미안한 기색 조차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아무 잘못없이 고통스럽게 죽어간 딸, 죽은 후에도 억울해서 눈을 감지 못하더라는 그 딸의 모습이 평생 동안 그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나 사극에 관심이 많아서 종종 취미삼아 각종 인물들에 대한 사서 기록을 읽어봅니다. 한때 정조 이산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사도세자가 정상적이고 멀쩡한데 미친 것으로 모함받았다는 식의 주장도 종종 읽어봤지만 '한중록'을 비롯한 여러 기록을 살펴볼 때 사도세자가 사람을 죽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던 것만은 사실인 듯합니다. 왕실 생활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아 그랬는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그랬는지는 알 길 없으나 죽을 때 쯤에는 첩을 칼로 내리쳐 죽일 만큼 이상했다는 말이죠.

영조는 궁궐 안에서 사람을 죽인 사도세자를 살려두지 않았습니다. 기어코 뒤주에 가둬 굶어죽이는 독한 면모를 보였는데 14대왕 선조는 자신의 아들들 중에 둘이나 미친 왕자가 나타났는데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정 신료들은 광해군이 인목대비를 몰아내는 패륜을 저질렀다며 반정을 일으켰으나 광해군은 여러 분들이 아시는대로 임진왜란을 비롯한 왕실의 위기를 잘 대처했고 나름대로 실리적인 정책을 편 멀쩡한 왕입니다.

광해의 형 임해군은 가는 곳마다 사람을 때리고 화를 참지 못해 난폭하게 구는 등 초반부터 백성과 신료들 눈밖에 나는 짓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순빈김씨의 아들 순화군 이보는 이 보다 한술 더 뜹니다. 임진왜란 시에 임해군과 함께 군사를 모으러 파견된 임해군과 순화군은 얼마나 행패를 부렸는지 그 지역 사람들이 가토 기요마사에게 두 왕자를 넘겨버렸습니다. 물론 왕자를 넘겨버린 건 반역이고 배신이지만 두 왕자의 행실은 왜군에게 포로가 되어 차라리 죽었으면 좋을 뻔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습니다.

백성들이 잡아 일본에 넘긴 두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 차라리 이때 죽었더라면 범행을 덜 저질렀을 것이다.


순화군은 알려진 것만 해도 4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 사이코로 평소에도 형장을 들어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리고 채소가 신선하지 않다며 농부를 폭행하고 밥상에 고기가 올라오지 않는다며 사람을 때릴 정도로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어지간해서는 왕자의 흠을 지적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조정신료들이 선조에게 네 정신나간 아들놈 어떻게 하라며 수차례 간언했을 정도입니다. 정말 왜군에게 잡혔을 때 죽어버렸으면 여러 사람 살릴 뻔했는데 임진왜란 이후 순화군은 더욱 난폭해져 드러내놓고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버지 선조는 수차례 순화군을 감싸주었으나 순화군이 어머니 순빈김씨의 여막 즉 초상을 치르기 위해 지은 임시거처에서 순빈김씨의 궁녀를 겁탈하자 더는 덮어줄 수가 없게 됩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궁녀를 끌고 갔다니 숨길래야 숨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선조는 그동안의 살인 행각이나 강상죄를 생각하면 순화군에게 사약을 내리는게 마땅하지만 또 아비의 정 운운하며 순화군을 외딴 곳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유배간 곳에서도 행패를 부리고 무녀의 치아를 뽑아내는 등 못된 짓을 골고루 하다 1607년 젊은 나이로 죽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미치광이 왕자 순화군처럼 호화 병실에서 보호받고 있는 범죄자 사모님.


제가 호화병실에서 아픈척하는 사모님을 보고 떠올린 것은 바로 이 조선시대의 미치광이 살인마 왕자입니다. 사람을 그렇게 죽였으면 분풀이로 패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왕자라는 이유로 나라에서 보호했고 벌받으러 가서도 각종 호사와 위세를 누리다 죽었습니다. 아무리 왕족의 못된 짓이 극에 달하는게 왕정국가라고 해도 순화군의 사례는 반란의 빌미가 되어도 좋을 만큼 정상이 아니었죠. 이 재벌 사모님이 '돈'이라는 권세를 믿고 왕족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같은 착각이 들더란 말이죠.

아참 그 순화군은 죽을 때는 별다른 사건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며 여러 사람을 죽였지만 담을 높여 가택연금당하고 자신들을 감시하는 군사들이 많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또 워낙 자주 술먹고 성질을 부리다 보니 풍 증세가 나타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갈 때는 누워서만 지내다가 골골거리며 죽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짓 저지른 사람들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귀신에게 시달리다 죽었으면 좋겠단 바람이 듭니다. 귀신은 뭐하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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