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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을 볼 때 마다 연산군과 정현왕후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연산군은 성종의 세 후궁에게 인간으로서 차마 못할 짓을 저지르면서도
새어머니 정현왕후는 딱히 괴롭힌 기록이 없습니다. 정현왕후는 1480년에 왕후로 책봉되어 연산군이 기억하는 유일한
어머니였습니다. 정현왕후는 당시 기세등등하던 인수대비와 성종의 눈치 때문인지 연산군에게 잘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속으로는
친아들 진성대군(중종)을 더 사랑할언정 연산군에게 흠잡힐 정도로 행동한 적은 없다는 말이죠.
야사에는 연산군이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해 어머니가 고려 공민왕의 아내였던 노국대장공주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 초상화를 수집하게 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언뜻 들을 때는 그 마음이 이해가 이해가 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이상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을 직접 키우고 안아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데 연산군은 폐비 윤씨를 기억할 만큼 같이 살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다른 사람 손에서 양육되었기 때문이죠.
연산군은 1476년생, 윤씨가 폐비된 것은 1479년, 사약을 받은 것은 1482년입니다. 태어나서 거의 만난 적 없는 어머니를 그리워했다기엔 정을 쌓을 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피묻은 적삼이야기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여러 사극에서 사약을 받으면 피를 토하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대부분 사약은 그리 독하지 않아 피를 토하거나 즉사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오죽하면 사약을 마시고 약발이 잘 받으라고 방에 가둔 후 군불을 떼서 죽게 했다고 하니까요. 즉 연산군의 광폭함에는 일종의 정치적 배경도 깔려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문정왕후는 중종의 세번째 비가 되고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시어머니 자순대비(정현왕후)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자순대비는 인종의 어머니 장경왕후가 죽자 인종의 외삼촌 윤임을 지지했고 윤임은 문정왕후를 경계했습니다. 문정왕후는 인종의 유일한 어머니로 인정받아 그 입지를 다지는 한편 중전이 되고 20년 동안 수없이 출산에 출산을 거듭해 드디어 경원대군을 낳습니다. 소윤파와 대윤파 그리고 인종의 비극은 그렇게 '가족사'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어제 '천명'에서 문정왕후(박지영)가 세자 이호(임슬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불렀던 자장가는 중종(최일화)의 아내이자 세자 이호의 어머니로서, 현명한 중전으로 살아왔던 문정왕후의 20년 세월이 엿보임과 동시에 정치적으로 노련했던 문정왕후의 과거를 보여주는 섬뜩한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치부가 모두 드러나고 지아비 중종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니 문정왕후는 자신이 어린 세자를 직접 거둔 어미임을 자처하며 경원대군(서동현)에게도 이 자장가를 불러준 적 없다고 말합니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와 왕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마없는 세자의 새어머니 노릇을 하던 문정왕후. 어머니로서 보여준 정과 따뜻함이 모두 정치적 처세인지 아니면 쟁쟁한 후궁들 그리고 대윤파와 경쟁해야했던 20년 세월이 문정왕후를 그리 모질게 한건지 참 권력이 무섭긴 무섭구나 싶더군요. 한편으로는 문정왕후가 세자 이호를 직접 길렀던 수십년 세월이 과연 정치적 목적 뿐이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라고 왕후이기전에 어머니로서 의붓아들에게 조금의 정도 없었을까 싶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경원대군을 시켜 중종에게 석고대죄를 청하고 어린 경원대군은 어머니가 잘못했단걸 알면서도 그래도 어머니니까 세자 이호와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중종에게 석고대죄를 청합니다. 역사적으로도 피붙이들을 몹시 사랑했던 중종은 부부로 살아온 세월과 아들 때문에 한번만 용서해줄까 생각합니다. 장금(김미경)에게 털어놓은대로 중종은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수많은 피를 보고 살아왔던 왕입니다. 중종과 이호 앞에서 부른 자장가는 중종의 이런 약한 마음도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문정왕후는 자신의 속셈을 중종에게 들키고 맙니다. '네가 죽어야 나와 대군이 산다'며 퍼붓는 말을 중종이 모두 들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악이 바칠대로 바친 문정왕후는 폐서인을 선언한 중종에게 당신은 우유부단한 왕이라며 독설을 퍼붓고 처자식을 죽이라며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고 바락바락 소리지릅니다. 역사적으로 문정왕후가 못되고 악했던 것은 사실이겠으나 이 상황은 어머니가 다른 두 적통 왕자가 있는 왕실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갈등이었고 자식을 살리고 싶은 어머니가 무슨 짓이든 못하겠느냐 싶더군요. 중종은 그 충격으로 사망합니다.
'천명'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문정왕후와 세자 이호의 정치다툼에 끼어든 도망자 최원(이동욱)의 이야기입니다. 민도생(최필립을)을 죽였다는 누명을 간신히 벗고 이제서야 랑이(김유빈), 홍다인(송지효), 최우영(강별)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기뻐하던 최원은 중종의 죽음으로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심곡지사를 살리려는 세자와 다시 한번 권력을 노리는 문정왕후가 목숨을 두고 위험한 거래를 한 것입니다. 정의를 위해 범인을 추적하던 이정환(송종호)은 최원이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뒤쫓아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문정왕후는 그 많은 죄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폐서인되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물론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 속이야기지만 최원이 상대하는 문정왕후는 실제 역사 속에서 튀어나온듯 노련하고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마지막회까지 3회 밖에 남지 않은 '천명'. 세자 이호가 무사히 왕위에 오르기만 하면 일단 최원의 위기가 끝날 것 같긴 한데 그게 과연 마지막이긴 한 걸까요. 이러다 최원이 죽어야 끝나는게 아닐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네가 죽어야 나와 대군이 산다' 의붓아들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던 새엄마 문정왕후.
야사에는 연산군이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해 어머니가 고려 공민왕의 아내였던 노국대장공주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 초상화를 수집하게 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언뜻 들을 때는 그 마음이 이해가 이해가 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이상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을 직접 키우고 안아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데 연산군은 폐비 윤씨를 기억할 만큼 같이 살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다른 사람 손에서 양육되었기 때문이죠.
연산군은 1476년생, 윤씨가 폐비된 것은 1479년, 사약을 받은 것은 1482년입니다. 태어나서 거의 만난 적 없는 어머니를 그리워했다기엔 정을 쌓을 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피묻은 적삼이야기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여러 사극에서 사약을 받으면 피를 토하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대부분 사약은 그리 독하지 않아 피를 토하거나 즉사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오죽하면 사약을 마시고 약발이 잘 받으라고 방에 가둔 후 군불을 떼서 죽게 했다고 하니까요. 즉 연산군의 광폭함에는 일종의 정치적 배경도 깔려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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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왕후는 중종의 세번째 비가 되고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시어머니 자순대비(정현왕후)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자순대비는 인종의 어머니 장경왕후가 죽자 인종의 외삼촌 윤임을 지지했고 윤임은 문정왕후를 경계했습니다. 문정왕후는 인종의 유일한 어머니로 인정받아 그 입지를 다지는 한편 중전이 되고 20년 동안 수없이 출산에 출산을 거듭해 드디어 경원대군을 낳습니다. 소윤파와 대윤파 그리고 인종의 비극은 그렇게 '가족사'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어제 '천명'에서 문정왕후(박지영)가 세자 이호(임슬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불렀던 자장가는 중종(최일화)의 아내이자 세자 이호의 어머니로서, 현명한 중전으로 살아왔던 문정왕후의 20년 세월이 엿보임과 동시에 정치적으로 노련했던 문정왕후의 과거를 보여주는 섬뜩한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치부가 모두 드러나고 지아비 중종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니 문정왕후는 자신이 어린 세자를 직접 거둔 어미임을 자처하며 경원대군(서동현)에게도 이 자장가를 불러준 적 없다고 말합니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신이 위험한 순간에 어머니임을 자처하는 문정왕후. 섬뜩한 장면이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와 왕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마없는 세자의 새어머니 노릇을 하던 문정왕후. 어머니로서 보여준 정과 따뜻함이 모두 정치적 처세인지 아니면 쟁쟁한 후궁들 그리고 대윤파와 경쟁해야했던 20년 세월이 문정왕후를 그리 모질게 한건지 참 권력이 무섭긴 무섭구나 싶더군요. 한편으로는 문정왕후가 세자 이호를 직접 길렀던 수십년 세월이 과연 정치적 목적 뿐이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라고 왕후이기전에 어머니로서 의붓아들에게 조금의 정도 없었을까 싶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경원대군을 시켜 중종에게 석고대죄를 청하고 어린 경원대군은 어머니가 잘못했단걸 알면서도 그래도 어머니니까 세자 이호와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중종에게 석고대죄를 청합니다. 역사적으로도 피붙이들을 몹시 사랑했던 중종은 부부로 살아온 세월과 아들 때문에 한번만 용서해줄까 생각합니다. 장금(김미경)에게 털어놓은대로 중종은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수많은 피를 보고 살아왔던 왕입니다. 중종과 이호 앞에서 부른 자장가는 중종의 이런 약한 마음도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문정왕후는 자신의 속셈을 중종에게 들키고 맙니다. '네가 죽어야 나와 대군이 산다'며 퍼붓는 말을 중종이 모두 들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악이 바칠대로 바친 문정왕후는 폐서인을 선언한 중종에게 당신은 우유부단한 왕이라며 독설을 퍼붓고 처자식을 죽이라며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고 바락바락 소리지릅니다. 역사적으로 문정왕후가 못되고 악했던 것은 사실이겠으나 이 상황은 어머니가 다른 두 적통 왕자가 있는 왕실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갈등이었고 자식을 살리고 싶은 어머니가 무슨 짓이든 못하겠느냐 싶더군요. 중종은 그 충격으로 사망합니다.
문정왕후와 중종의 기록을 잘 살린 궁중암투 장면. 최원은 다시 도망자가 되었다.
'천명'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문정왕후와 세자 이호의 정치다툼에 끼어든 도망자 최원(이동욱)의 이야기입니다. 민도생(최필립을)을 죽였다는 누명을 간신히 벗고 이제서야 랑이(김유빈), 홍다인(송지효), 최우영(강별)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기뻐하던 최원은 중종의 죽음으로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심곡지사를 살리려는 세자와 다시 한번 권력을 노리는 문정왕후가 목숨을 두고 위험한 거래를 한 것입니다. 정의를 위해 범인을 추적하던 이정환(송종호)은 최원이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뒤쫓아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문정왕후는 그 많은 죄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폐서인되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물론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 속이야기지만 최원이 상대하는 문정왕후는 실제 역사 속에서 튀어나온듯 노련하고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마지막회까지 3회 밖에 남지 않은 '천명'. 세자 이호가 무사히 왕위에 오르기만 하면 일단 최원의 위기가 끝날 것 같긴 한데 그게 과연 마지막이긴 한 걸까요. 이러다 최원이 죽어야 끝나는게 아닐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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