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천명

천명, 문정왕후를 급습한 세자 이호와 미쳐가는 경원대군

Shain 2013. 6.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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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 검색해보시는 분이 많은데 '천명'의 김치용(전국환)은 가상인물입니다. 중종, 인종 시기의 실존인물 중 김치용과 가장 닮은 사람은 김안로가 떠오르지만 김안로는 문정왕후(박지영)와 대립하던 대윤파의 인물로 역사적으로 이미 한참전에 제거된 사람입니다. '천명'의 문정왕후는 의붓아들 세자 이호(임슬옹)를 죽이고 아들 경원대군(서동현)을 앞세워 왕위를 찬탈할 계획으로 김치용과 동생 윤원형(김정균)을 끊임없이 사주합니다.

어머니의 무서움에 발작을 일으킨 경원대군. 부들부들 떨며 문정왕후를 비난하지만.


한때 화제가 되었던 영화 '후궁: 제왕의 첩(2012)'을 흥미롭게 보신 분들은 이 영화의 원작이 명종 시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내시(1968)'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 후궁이 되는 한 여성과 그들을 둘러싼 궁궐의 은밀함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영화 '내시'는 에로틱한 장면이나 동성애 등 1960년대답지 않은 파격적인 소재로 유명하지만 '천명'과 관련하여 흥미롭게 볼 인물은 역시나 어머니 대비에게 휘둘리던 명종(남궁원)입니다. 미치광이처럼 여색을 밝히고 여주인공을 괴롭히던 왕은 끝내 후궁에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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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종이 후궁에게 살해당한다는 부분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고(그래서 영화 '후궁'은 명종 대신 가상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부분 역시 과장된 구석이 많습니다만 명종에게는 선원록에 적히지 못한 후궁이 꽤 많습니다. 경빈 이씨를 비롯한 여러 후궁들이 아들을 낳기도 했으나 대부분 일찍 죽어 족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입니다. 명종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당연히 문정왕후이고 덕분에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종의 이미지는 '내시'에서 연출된 것처럼 우울증과 광기어린 얼굴입니다. 영화 '후궁'에서 대비 역을 하던 배우가 '천명'의 박지영씨죠.

'천명'의 경원대군은 궁에서 우연히 최원(이동욱)의 딸 랑이(김유빈)를 만나고 랑이가 홍다인(송지효)과 함께 궁에 잠시 숨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두 아이는 김치용, 윤원형이 세자 암살을 모의하고 있다는 걸 듣고 경원대군은 눈치껏 랑이를 도망치게 하지만 랑이와 홍다인은 관오(김윤성)에게 납치당하고 맙니다. 경원대군은 경원대군 대로 어머니에게 끌려가 '역심이냐'는 추궁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위에 올라야한다'는 문정왕후 앞에서 '어마마마가 무섭고 끔찍하다'며 발작을 일으키죠.

영화 '후궁'의 대비였던 박지영. '천명'에서는 아들의 발작에도 웃음짓는 문정왕후.


기른 정도 정인데 어찌 형님을 죽이려하냐는 경원대군의 외침. '절 이용해 왕이 되고자 하시는 것'이라며 소리치는 경원대군은 문정왕후가 상식과 도리에 어긋났음을 알고 있지만 차마 어머니라서 반항하지 못하고 미쳐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문정왕후가 인종을 죽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추측에 불과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눈 하나 깜짝 않고 가족을 죽이는 어머니를 둔 아이라면 저렇게 경기를 일으킬 법도 합니다. 게다가 문정왕후가 자신의 오빠인 윤원로에게 사약을 내린 것도 사실이니까요.

문정왕후는 세자 이호의 암살 사건이 발각되어 폐서인될 뻔 했으나 남편 중종(최일화)의 죽음 그리고 의금부에 잡혀들어온 심곡지사 명단 덕에 살아나게 됩니다. 즉위식이 거행되기 전 세자 이호를 제거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문정왕후는 김치용과 윤원형을 불러 거사 계획을 꾸밉니다. 그러나 랑이와 홍다인이 최원에게 구출되어 문정왕후의 거사 계획은 이호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세자 이호는 문정왕후가 일을 꾸미는 그곳을 급습합니다. 이대로라면 세자 이호는 무사히 즉위식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치광이처럼 웃던 김치용 과연 어떤 방법으로 죽게 될까.


흥미로웠던 것은 자신을 죽이러온 거칠(이원종)과 임꺽정(권현상), 소백(윤진이)을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괴롭히던 김치용의 모습입니다. 김치용은 극중에서도 여러 암살 계획에 가담하고 백성들에게 엄청난 죄를 저지른 악당임에도 번번이 살아남았습니다. 풀뿌리죽을 먹으며 근근이 버티던 백성들은 나무 껍질을 벗겨 먹다 도적이 되던 그 시대에게 김치용은 가여운 백성들을 등쳐먹고 살던 천하의 간신입니다. 세자 이호가 김치용 일당을 발각하긴 했으나 이번에도 거칠과 임꺽정은 김치용을 죽이지 못했습니다.

전체 20부작인 드라마 '천명'도 마지막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원을 비롯한 몇사람을 빼면 대부분 역사적 실존인물들이라 아무리 그 악행이 발각되어도 죽지 않을 것입니다만 김치용 만큼은 문정왕후를 대신해 죽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그 죽음의 방식이 세자 이호에게 사약을 받는 것이 될지 아니면 거칠과 임꺽정에게게 죽게될지 그 방법이 궁금해지더군요. 심곡지사와 백성들이 세자 이호를 환호한 것은 억울하지 않고 배고프지 않은 나라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세자 이호의 '천명'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그 누구보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하는 인물이 바로 김치용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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