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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퓨전사극이라도 한복입은 여배우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오는 설정은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풀어헤친 머리는 당연히 금기시할 수 밖에 없는게 머리를 산발하는 것은 장례 절차 중 하나이고 죄인이나 천민 남성이 상투를 얹지 못해 대충 묶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머리 풀어헤치고 다니는 여성을 미친 여자 또는 귀신이라 손가락질했을 정도입니다(마을 마다 하나쯤 있는 '광년'이란 사람들 말입니다). '구가의 서'의 담여울(수지)이 머리풀고 나온 모습이 정말 예뻤지만 극중 배경이 조선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안쓰러운 연출이었죠.
뭐 어제 '구가의 서'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왜 머리를 풀었는지 단박에 이해는 가더군요. 도화나무에 걸린 초승달 아래에서 최강치(이승기)를 만난 담여울은 죽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구가의 서' 포스터에 촬영된 생머리를 늘어뜨린 담여울은 환생의 연을 밟고 있는 일종의 영혼이었던 셈입니다. 조선시대의 담여울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흘리는 최강치가 너무 불쌍했고 백일이든 천년이든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도 슬펐지만 수백 수천년의 세월을 혼자 살아야하는 최강치의 비극이 시청자들을 울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절하고 슬펐던 강치와 여울의 운명 때문에 감동했던 것도 잠시. 최강치가 2013년 현대를 살고 있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담여울을 400년 넘게 기다리며 최강치가 혼자 살았고 그 사이 박태서(유연석)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현대에 환생했다는 건 알겠는데 곤(성준)과 이순신(유동근)이 호텔방 앞에 나타난 마지막 장면은 도무지 이해가지 않습니다. 시청자들 중에도 그 장면이 신선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잘 나가다가 '막장'이 된 거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총 24회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률 1위를 지키며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구가의 서'.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는 주연인 이승기와 수지의 폭발적인 인기도 한몫했겠지만(역시 탑스타를 선택한 보람이) 조연배우들이 제 역할을 백프로 이상 완벽하게 해주었고 '구가의 서' 가 드라마 흥행공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도 사실입니다. '구가의 서'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주요 비결과 감동과 황당함을 동시에 선물한 마지막회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구월령 최진혁과 2인 1역을 선보인 이연희, 윤세아
'구가의 서' 시놉시스를 대충 읽었습니다만 순정파 남자 구미호라는 의외의 캐릭터가 탄생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구미호 전설'은 아름다운 여자 구미호가 남성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로 여겨져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미호'가 요물이라는 편견 때문에 구미호는 여성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우 최진혁은 배신감과 아픈 사랑을 잘 보여준 멋진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대사 없이 바라보는 눈빛 만으로 거친 남성미와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지더군요. 한 여자만 사랑했던 구월령의 마지막 선택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죠.
최강치의 어머니 윤서화로 등장한 이연희, 윤세아의 2인 1역 연기도 멋졌습니다. 이연희가 계속해서 윤서화로 등장하지 못한 건 이연희가 최강치 역의 이승기 보다 어린 탓도 있지만 20년이란 세월을 표현하는 동시에 어린 소녀에서 성숙해진 여인으로 변한 느낌을 표현하자면 다른 배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연희의 눈물 연기와 표정을 윤세아가 정말 잘 이어받았기 때문에 같은 역을 두 사람이 연기하는데도 멋진 장면이 연출된 듯합니다. 특히 최진혁, 이연희, 윤세아는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습니다. 최진혁은 두 여배우를 한 사람으로 느끼는 연기를 잘 받아넘기더군요.
역사와 실존인물을 판타지와 잘 섞었던 '구가의 서' 그러나?
'구가의 서'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실존인물을 잘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일년전부터 거북선을 제조했던 이순신과 그 이순신을 도왔던 미지의 인물들인 사군자는 '구가의 서'가 보여준 특별한 재미였습니다. 정보를 수집하는 기생 천수련(정혜영)과 무술을 연마하는 무형도관 담평준(조성하), 재물을 모아 이순신을 돕는 박무솔(엄효섭)과 제자들을 가르치는 공달선생(이도경) 등 '정여립의 난'과 대동계, 이순신을 연결시킨 건 정말 절묘했습니다.
거기다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몇년전부터 실제로 활약했다는 일본 첩자들을 궁본 상단으로 설정하고 재령(송영규), 카케시마(데이비드 맥기니스), 미야모토(오타니 료헤이) 등을 조관웅(이성재)와 엮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조관웅은 사서에 잘 기록되지 않은 양반 출신 순왜의 전형적인 인물로 최강치와 이순신이 해치워야할 마지막 역적으로 적격이었습니다. 당시 조선 땅에 처음 선보인 조총까지 이용하는 궁본상단과 조관웅을 멋지게 해치우는 최강치의 활약(?)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환웅이 구미호를 비롯한 신수들에게 내려줬다는 구씨들(九씨가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인가요 아니면 환웅이 다스리던 아홉 일족인가요. 이것도 미스터리야)의 책이 끝에 가서는 흐지부지 된 것처럼 임진왜란과 일본 첩자들을 상대로 첩보전을 펼치던 이순신의 이야기도 유야무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3일 안에 물러가라는 경고를 받은 카케시마와 재령은 조관웅이 잡히는 걸 보고 조용히 도망쳤고 힘들게 탈출한 조관웅은 반쯤 미친 상태로 서부관(윤주만)을 찾다가 청조(이유비)가 따라주는 독술을 마시고 제법 곱게 죽더군요.
'구가의 서'는 역사와 실존인물을 잘 결합했다는 칭찬을 받았으나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현대로 넘어와 버립니다. 실존인물과 드라마 속 사람들을 더 이상 엮으면 안되고 또 촬영상으로도 무리기에 임진왜란을 드라마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겠지만 드라마의 매력을 한순간에 제거해버리니 아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가의 서'에 대한 모든 단서를 제공했던 소정법사(김희원)가 '구가의 서' 존재 여부에 대해 단 한마디도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 만큼이나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목빼고 기다리던 '구가의 서' 그 정체는 대체 뭐였냐구요.
멀더와 스컬리가 되어버린 이순신과 곤
위에서도 적었든 '구가의 서' 마지막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은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배경의 드라마가 현대물로 넘어온 건 주인공 최강치가 반인반수고 불로불사의 몸을 가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또 강치가 알던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태어난(하필 그것도 배우의 이름으로) 것은 그럭저럭 팬서비스라고 칩시다. 박태서가 유연석으로 억만이 김기방으로 태어난 건 웃긴 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헌데 여주댁(진경)이 명품족 아가씨로 마봉출(조재윤)이 양아치 사채업자로 다시 태어난 장면부터는 아 이건 좀 아닌데 싶더군요.
덧붙여 드라마 '7급 공무원' 여주인공처럼 검은 수트를 차려입은 여울이 강치 앞에 나타나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재회한 것도 이 드라마의 주요 테마였던 '사랑'을 생각하면 환생과 영원한 사랑의 대명사인 영화 '진용(1989)'의 마지막 장면처럼 애틋했습니다. 강치의 눈빛이 너무 절실했거든요. 담여울의 뒤로 보이는 초승달과 도화나무 때문에 이번에도 여울이가 죽겠구나 싶어서 환생과 윤회의 고리가 안타깝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쯤 했던 것같습니다(좀 엉성하긴 해도). 이번에도 여울이가 죽으면 강치는 다시 수백년을 기다려야하니까요.
그런데 그들의 재회 장면이 그걸로 끝나지 않고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난 후 곤(성준)과 이순신까지 등장하니 아니 이건 좀 너무 많이 나갔네 싶은겁니다. 수지가 수트 차림이었고 곤이 '국가안전관리국' 직원이라고 했으니 이 사람들 국정원 요원들로 환생한건요? 최강치가 너무 오래 살면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니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조사를 나온 것인지 아니면 국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봉화를 올리라는 예전 강치말을 믿고 '닥터후'를 찾아오듯 도와달라고 찾아온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쌩뚱맞기도 했고 어이없기도 하더군요.
안 그래도 마지막회의 현대극 설정이 람보르기니와 핸드폰과 홍삼 광고 즉 PPL을 위한 보너스라는 말까지 있었는데 감동스러웠던 드라마를 너무 코믹하게 마무리해서 혹시 저대로 시즌2를 찍으려는 건 아닌가 싶더란 말이죠. 저 장면 이후에 최강치와 이순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딱히 보여주지 않았으니 시즌2를 위한 밑밥이라 해도 별로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현대로 온 최강치가 담여울과 함께 죽기 위해서 '구가의 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건 좀 느낌이 싸하더군요.
아무튼 이순신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던 '구미호 전설'에 빠져 1회에서 23회까지의 이야기를 곱게 기억하던 시청자 한사람은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웠던 로맨스에 감동받았다가 마지막에 등장한 '멀더와 스컬리' 때문에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외계인 '닥터후'가 타임머신인 타디스를 타고 날아가 '마담 드 퐁파드루'와 사랑에 빠졌던 그 에피소드였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거에요. 어찌되었든 드라마는 끝났고 배우들은 수고가 많았습니다. 마지막회의 충격이 오래갈 것 같지만 그동안 잘 봤습니다.
담여울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최강치의 이별.
뭐 어제 '구가의 서'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왜 머리를 풀었는지 단박에 이해는 가더군요. 도화나무에 걸린 초승달 아래에서 최강치(이승기)를 만난 담여울은 죽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구가의 서' 포스터에 촬영된 생머리를 늘어뜨린 담여울은 환생의 연을 밟고 있는 일종의 영혼이었던 셈입니다. 조선시대의 담여울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흘리는 최강치가 너무 불쌍했고 백일이든 천년이든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도 슬펐지만 수백 수천년의 세월을 혼자 살아야하는 최강치의 비극이 시청자들을 울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절하고 슬펐던 강치와 여울의 운명 때문에 감동했던 것도 잠시. 최강치가 2013년 현대를 살고 있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담여울을 400년 넘게 기다리며 최강치가 혼자 살았고 그 사이 박태서(유연석)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현대에 환생했다는 건 알겠는데 곤(성준)과 이순신(유동근)이 호텔방 앞에 나타난 마지막 장면은 도무지 이해가지 않습니다. 시청자들 중에도 그 장면이 신선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잘 나가다가 '막장'이 된 거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총 24회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률 1위를 지키며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구가의 서'.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는 주연인 이승기와 수지의 폭발적인 인기도 한몫했겠지만(역시 탑스타를 선택한 보람이) 조연배우들이 제 역할을 백프로 이상 완벽하게 해주었고 '구가의 서' 가 드라마 흥행공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도 사실입니다. '구가의 서'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주요 비결과 감동과 황당함을 동시에 선물한 마지막회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구월령 최진혁과 2인 1역을 선보인 이연희, 윤세아
'구가의 서' 시놉시스를 대충 읽었습니다만 순정파 남자 구미호라는 의외의 캐릭터가 탄생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구미호 전설'은 아름다운 여자 구미호가 남성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로 여겨져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미호'가 요물이라는 편견 때문에 구미호는 여성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우 최진혁은 배신감과 아픈 사랑을 잘 보여준 멋진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대사 없이 바라보는 눈빛 만으로 거친 남성미와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지더군요. 한 여자만 사랑했던 구월령의 마지막 선택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죠.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매력있는 남자 구미호의 탄생. 두 명의 연기자가 만들어낸 윤서화.
최강치의 어머니 윤서화로 등장한 이연희, 윤세아의 2인 1역 연기도 멋졌습니다. 이연희가 계속해서 윤서화로 등장하지 못한 건 이연희가 최강치 역의 이승기 보다 어린 탓도 있지만 20년이란 세월을 표현하는 동시에 어린 소녀에서 성숙해진 여인으로 변한 느낌을 표현하자면 다른 배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연희의 눈물 연기와 표정을 윤세아가 정말 잘 이어받았기 때문에 같은 역을 두 사람이 연기하는데도 멋진 장면이 연출된 듯합니다. 특히 최진혁, 이연희, 윤세아는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습니다. 최진혁은 두 여배우를 한 사람으로 느끼는 연기를 잘 받아넘기더군요.
역사와 실존인물을 판타지와 잘 섞었던 '구가의 서' 그러나?
'구가의 서'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실존인물을 잘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일년전부터 거북선을 제조했던 이순신과 그 이순신을 도왔던 미지의 인물들인 사군자는 '구가의 서'가 보여준 특별한 재미였습니다. 정보를 수집하는 기생 천수련(정혜영)과 무술을 연마하는 무형도관 담평준(조성하), 재물을 모아 이순신을 돕는 박무솔(엄효섭)과 제자들을 가르치는 공달선생(이도경) 등 '정여립의 난'과 대동계, 이순신을 연결시킨 건 정말 절묘했습니다.
거기다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몇년전부터 실제로 활약했다는 일본 첩자들을 궁본 상단으로 설정하고 재령(송영규), 카케시마(데이비드 맥기니스), 미야모토(오타니 료헤이) 등을 조관웅(이성재)와 엮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조관웅은 사서에 잘 기록되지 않은 양반 출신 순왜의 전형적인 인물로 최강치와 이순신이 해치워야할 마지막 역적으로 적격이었습니다. 당시 조선 땅에 처음 선보인 조총까지 이용하는 궁본상단과 조관웅을 멋지게 해치우는 최강치의 활약(?)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 마무리된 실존인물과 판타지의 결합. '구가의 서'는 과연 무엇인가?
그러나 환웅이 구미호를 비롯한 신수들에게 내려줬다는 구씨들(九씨가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인가요 아니면 환웅이 다스리던 아홉 일족인가요. 이것도 미스터리야)의 책이 끝에 가서는 흐지부지 된 것처럼 임진왜란과 일본 첩자들을 상대로 첩보전을 펼치던 이순신의 이야기도 유야무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3일 안에 물러가라는 경고를 받은 카케시마와 재령은 조관웅이 잡히는 걸 보고 조용히 도망쳤고 힘들게 탈출한 조관웅은 반쯤 미친 상태로 서부관(윤주만)을 찾다가 청조(이유비)가 따라주는 독술을 마시고 제법 곱게 죽더군요.
'구가의 서'는 역사와 실존인물을 잘 결합했다는 칭찬을 받았으나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현대로 넘어와 버립니다. 실존인물과 드라마 속 사람들을 더 이상 엮으면 안되고 또 촬영상으로도 무리기에 임진왜란을 드라마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겠지만 드라마의 매력을 한순간에 제거해버리니 아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가의 서'에 대한 모든 단서를 제공했던 소정법사(김희원)가 '구가의 서' 존재 여부에 대해 단 한마디도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 만큼이나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목빼고 기다리던 '구가의 서' 그 정체는 대체 뭐였냐구요.
멀더와 스컬리가 되어버린 이순신과 곤
위에서도 적었든 '구가의 서' 마지막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은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배경의 드라마가 현대물로 넘어온 건 주인공 최강치가 반인반수고 불로불사의 몸을 가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또 강치가 알던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태어난(하필 그것도 배우의 이름으로) 것은 그럭저럭 팬서비스라고 칩시다. 박태서가 유연석으로 억만이 김기방으로 태어난 건 웃긴 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헌데 여주댁(진경)이 명품족 아가씨로 마봉출(조재윤)이 양아치 사채업자로 다시 태어난 장면부터는 아 이건 좀 아닌데 싶더군요.
다시 흐르기 시작한 최강치의 시간과 도화나무. 담여울. 여기까지는 그래도 용서했는데.
덧붙여 드라마 '7급 공무원' 여주인공처럼 검은 수트를 차려입은 여울이 강치 앞에 나타나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재회한 것도 이 드라마의 주요 테마였던 '사랑'을 생각하면 환생과 영원한 사랑의 대명사인 영화 '진용(1989)'의 마지막 장면처럼 애틋했습니다. 강치의 눈빛이 너무 절실했거든요. 담여울의 뒤로 보이는 초승달과 도화나무 때문에 이번에도 여울이가 죽겠구나 싶어서 환생과 윤회의 고리가 안타깝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쯤 했던 것같습니다(좀 엉성하긴 해도). 이번에도 여울이가 죽으면 강치는 다시 수백년을 기다려야하니까요.
그런데 그들의 재회 장면이 그걸로 끝나지 않고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난 후 곤(성준)과 이순신까지 등장하니 아니 이건 좀 너무 많이 나갔네 싶은겁니다. 수지가 수트 차림이었고 곤이 '국가안전관리국' 직원이라고 했으니 이 사람들 국정원 요원들로 환생한건요? 최강치가 너무 오래 살면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니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조사를 나온 것인지 아니면 국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봉화를 올리라는 예전 강치말을 믿고 '닥터후'를 찾아오듯 도와달라고 찾아온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쌩뚱맞기도 했고 어이없기도 하더군요.
뜨악. 멀더와 스컬리가 된 곤과 이순신. 외전에 팬서비스라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데.
안 그래도 마지막회의 현대극 설정이 람보르기니와 핸드폰과 홍삼 광고 즉 PPL을 위한 보너스라는 말까지 있었는데 감동스러웠던 드라마를 너무 코믹하게 마무리해서 혹시 저대로 시즌2를 찍으려는 건 아닌가 싶더란 말이죠. 저 장면 이후에 최강치와 이순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딱히 보여주지 않았으니 시즌2를 위한 밑밥이라 해도 별로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현대로 온 최강치가 담여울과 함께 죽기 위해서 '구가의 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건 좀 느낌이 싸하더군요.
아무튼 이순신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던 '구미호 전설'에 빠져 1회에서 23회까지의 이야기를 곱게 기억하던 시청자 한사람은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웠던 로맨스에 감동받았다가 마지막에 등장한 '멀더와 스컬리' 때문에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외계인 '닥터후'가 타임머신인 타디스를 타고 날아가 '마담 드 퐁파드루'와 사랑에 빠졌던 그 에피소드였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거에요. 어찌되었든 드라마는 끝났고 배우들은 수고가 많았습니다. 마지막회의 충격이 오래갈 것 같지만 그동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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